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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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시간을 이용해 직장 근처의 도서관을 갔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런 곳에 가면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책을 고르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다. 내가 가진 시간은 한정 되어 있는데.. 제목만 봐도 재미 있을 것 같은 책, 혹은 읽으면 도움이 될 책, 전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분야에 대한 정보를 주는 책 등등 너무 많은 책들이 있어서 이책 저책 꺼내서 뒤적거리다보면 시간만 가고 마지막에 가서는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아무 책이나 빌려오고 난 뒤에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올 때는 나도 모르게 일단 제목이 익숙한 책을 고르게 된다.   

이 책을 내가 읽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직장 동료가 나에게 이 책을 사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심플 플랜! 단순한 계획? 

책의 뒷편에 간단한 스토리 라인이  소개되어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거금을 발견하고 그 거금을 셋이 나누기로 했는데.. 이 단순한 계획이 마구 어그러진다는 얘기겠지. 대강을 알고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예고편을 보고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니, 책을 읽는 내내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려졌다.   

옛말에 견물생심이라고 했다.  운명을 뒤바꿀 만큼의 거금 440만 달러를 발견한 순간부터 어쩌면 그들의 운명은 그렇게 흘러가도록 되어 있었다라고 말하면 너무 지나친 걸까? 아무리 아닌 척해도,  눈 앞에 먹기 좋도록 차려진 돈다발을 보는 순간부터 주인공은 이미 돈의 포로였다. 혹시 들킬 지 모른다는 두려움 외에는 그가 진정으로 마음에 꺼려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인간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라면서 주인공의 입장을 변호해 보긴 하지만,(처음부터 돈을 위해 누군가를 죽일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상황이 꼬이면서 한 두명을 죽이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겉잡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을 살인해서라도 자신의 죄를 감추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그의 처지가 이해는 되지만..) 사실 그에게는 멈출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결국 욕심이 그를 결국 바닥까지 끌어 내린 것이다.  

그런데 난 또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애초에 그에게는 자신의 아내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진정한 사랑이나 관계를 맺고 있지 못했다. 사회에 적응하는 데 실패해 그럭저럭 하루 하루를 버텨내듯 살아가고 있는 그의 형에 대해서도 약간의 죄책감(형을 외면하고 실패하며 살아가는 그의 인생을 그냥 방조했다는 식의....)을 갖고 있을 뿐, 친밀감이나 애정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형에 대한 어떤 의무감 내지는 의당 그러해야 한다는 감정 때문에 형과 가끔 만날 뿐이지, 진정으로 형의 인생이나 형의 감정에 대해 이해하려고 해 본 적이 없는 듯 보인다. 단지,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외에, 그에게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듯 보인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아내는 믿을 수 있지만, 형이나 형의 친구는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사용할 수 없는 행운이었다고는 해도.. (우리들이 간절히 원하는 눈 먼 돈은 존재하지 않는거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서로 믿을 수 있는 사이였다면.. 좀 다른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겉으로 드러난 그들의 삶은 전과 다름없이 흘러가지만, 그들은 그 삶을 유지하기 위해 너무 많은 살인과 거짓을 저질렀고, 그들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작은 잘못을 감추려다가 점점 더 큰 악덕에 물들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약하고 두려움 많은 인간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그들과 같은 입장에 내가 처했더라면 나는 "더이상은 안돼. 이제 그만! 난 나의 죄값을 치러야해..!" 이렇게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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