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읽다 중간에 덮어 놓은 책이 벌써 다섯 권이다. 이제 몇 십 페이지 밖에 안 남은 책들도 많은데, 마음 잡고 지금이라도 읽기 시작하면 다 읽을텐데.. 나는 또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무의미하게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괜히 커피를 타네 마네 하면서 얼쩡 거리다가 지금은 또 이렇게 알라딘을 배회하고 있다.
이건 병이지 싶다!!
돈에 대한 탐욕이 넘치는 사람을 수전노라고 한다. 그런 사람들은 돈을 웅켜 쥘 줄만 알지 쓸 줄을 모르기에 어떤 면에서는 돈의 진정한 가치를 결코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럼 나와 같이 책, 특히 새로운 책에 대한 욕심이 지나친 사람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제대로 책을 읽지도 못하고, 책에서 읽거나 느낀 바를 일상 생활에서 실천하는 것은 더더군다나 불가능하면서도 마구 새 책만 보면 거의 반 자동적으로 새 책에 손이 간다. 아직 미처 읽지 못한 책을 내 밀쳐 두고, (물론 그런 책들도 언젠가는 읽긴 읽는다. 다만, 생각이나 느낌이 연결되지 못하고 그 전의 내용이 어렴풋하게 떠오르거나, 도대체 무얼 읽었는지 생각 나지 않아서 앞 장을 자꾸 들쳐 보게 되어서 문제지만,) 새 책만 자꾸 만지는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런 사람을 무엇이라고 부르건 간에 나 같은 사람이야말로 진짜 책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 조선 시대 김득신이란 선비가 좋아하는 책은 다 일만독 이상을 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다. 같은 책을 일만 번 정도는 보아야 어느 정도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체화할 수 있을 거란 얘기일 거다. 그런 분들의 독서야 말로 진짜 독서일 것이다.
뭐, 하긴, 인격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거나, 인간 역사를 꿰뚫어 보는 혜안과 통찰을 전해주는 고전과 우리 시대에 난무하는 온갖 지식 정보의 잡동사니나, 개개인의 감상을 다룬 책 자체를 똑같이 취급할 수야 없는 거지만, 그래도 나와 같은 독서 태도는 좀 너무 하지 싶다.
그래서 그런 걸 고쳐보려고 여러 가지 독서에 대한 책들을 읽어 보지만, 그런 책을 읽다가도 나는 새 책이 도착하면 나도 모르게 손이 새 책으로만 간다.. 말 그대로 병이다!!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어야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