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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8년 9월
평점 :
이 책은 평생을 책과 더불어 살아온 노 교수가 책에게 쓴 연애편지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니, 소설 읽느라 밤을 하얗게 새웠던 젊은 시절의 추억들이 떠오른다.
그 시절에는 책을 읽다가 도중에 잠든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책의 재미에 빠져들었고, 입버릇처럼 책 읽다가 자는 사람이 제일 이해가 안된다는 말을 달고 살았었는데 어느 새 나이들고 보니 나 역시도 저녁 무렵에 책을 잡으면 한 두 페이지 넘기기가 무섭게 눈꺼풀이 내려 앉는다. 물리적으로 나이 드는 건 어찌 해 볼 수 없는 일이라며 위안 삼아 보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저자는 70이 넘은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책을 읽는다.
치열한 독서, 그러나 긴 인생에서 풍겨나오는 연륜과 여유가 배어나오는 독서.. 운치 있는 독서, 진짜로 책을 통해 다른 세상과 소통하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독서가 무언지 조금은 알 거 같다. 하루중 볕이 가장 좋을 때 옆구리에 책 한권 끼고 가볍게 산책하다가 잔디밭에 누워 책을 뒤척거리다가 잠들다가 다시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책을 읽는다는 대목에서는 부럽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좀 슬픈 이야기지만, 나의 독서는 어느 틈엔가 책을 읽는 것도 무슨 업무 수행하듯, 빨리빨리 핵심만 따 담고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베스트셀러를 뒤적거리고 실적을 채우듯 읽은 책의 목록을 늘이는데 더 신경을 쓰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굳이 변명하자면 먹고 살기도 바쁜데 '책의 저자가 어떤 의도로 이런 표현을 썼을까?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까?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어떤 식인가? 이 책의 주제는 뭘까??' 이런 식으로 중고등학교 때 국어 시험 문제 풀듯 골치 아프게 책을 읽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문학을 업으로 삼았거나, 책과 연관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보통의 사람에게는 저자처럼 책을 읽을 수 있는 경제적, 심리적, 시간적 여유 자체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목적보다도 책 자체를 사랑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고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모든 것이 목적과 수단으로 평가되어 버리는 효용성의 시대지만, 그 효용 때문에 놓치고 살아가는 게 참 많다는 생각을 해 본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느라 잠시 멈추어 서서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들을 할 수도 있는 시간들을 그저 무의미하게 흘려 보내고 있지는 않은 건지...
차 한잔의 여유와 산책과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가줄 한 권의 책. 그리고 조금씩 귓볼을 간지르며 다가오는 바람...
그런 걸 누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다시 찾고 싶단 생각을 책을 읽으며 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