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당금의 시대를 한 마디로 [탐욕의 시대]라고 규정한다.. 

책의 화두는 기아와 부채의 문제다.  

20세기 비약적 경제 발전으로 지금 서구와 일부 아시아, 호주 등은 모든 것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그래서 기아라고 하면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소말리아나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쾡한 눈을 떠올리면서 가뭄이나 홍수 등으로 인해 어쩔수 없는 불행한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해버리곤 한다.   

오늘 점심 때 난 도시락을 먹었고 가게에서 찐빵도 한 개 사 먹었다. 다행히도 어느 정도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에서 태어났기에 다이어트 때문에 굶는 사람은 몰라도 정말 굶어죽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세계의 절반 이상은 굶주린다

저자는 말한다. 기아란 자연 재해 인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추악한 부채로 인해 발생하는 인재라고 한다.  

유엔 특별 식량 조사관이라는 지위를 가진 저자는 세계 방방 곡곡을 누비면서 기아에 허덕이는 많은 사람들과 그들을 구하기 위해 헌신하는 뜻있는 사람들과 만나왔고 그 반대편에서 자본의 이윤추구라는 목적을 위해 끝없이 착취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세계화 지상주의자들과도 불가피하게 접촉해왔다. 
  

그런 그가 내린 결론은 하나이다.  

제 3세계, 남미나 아프리카, 남아시아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가진 것들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들을 옭아매고 있는 부채라는 사슬을 끊어내기만 하면 그들도조금 덜 가난해 지고 조금 더 먹을 수 있고 조금 더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살 수 있다.  

남미나 아프리카에서는 국민 총 생산의 대부분이 부채로 인한 이자와 원금 상환에 쓰이기에 경제 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국민 복지 (?? 이런 경우에도 복지란 말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식량이나 의료, 교육 지원 등)를 위한 재원은 항상 부족하다. 게다가 이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어 가고 있다.  

세계 무역 기구를 위시한 세계화 지상주의자 (예를 들자면 제이피 모건등의 금융 그룹, 네슬레, 노바티스, 몬산토 .. 등의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다국적 대기업의 대리인과 그들의 후원을 받는 정치인들)은  현재의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 더욱더 문호를 개방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생산하는데 집중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개방과 집중의 실제 결과는 참담하다.  

커피 하나만 예를 들어도 분명하다. 남미의 중소형 커피 생산 농가들은 갈수록 더 가난해지고 있다. 커피의 가공과 판매를 독점하다시피하는 몇몇 거대 기업에 의해 커피 수매 가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한 반면에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커피 가격은 계속 상승했다. 그 커져가는 차액은 모두 그들 몇몇 대기업의 몫이다. 커피 생산에만 집중한 농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생산원가보다도 저렴하게 커피를 팔 수 밖에 없고(그들 이외에는 커피를 사줄 세력이 없다) 주 수입원인 커피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그들의 삶의 질도 급격히 하락해 버린다. 결국에는 땅을 팔고 대도시 주변에 날품팔이로 전락하거나 그것도 안되면 유랑민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약자인 여자와 아이들은 극빈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또한 대개의 제 3세계 국가들은 들의 최소한의 삶을 위한 완충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런곳에 쓸 예산이 없다. 그들 나라의 대부분의 부는 몇몇 특권층이 독점하고 있거나, 이미 다른 다국적 기업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기에, 굶주리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예산을 마련하자면 구제금융이라도 끌어와야 되는데, 그걸 들여오게 되면 간섭도 함께 온다. 구구절절 돈의 사용처를 허락을 구해야 하는데, 돈을 빌려준 쪽은 밀린 이자를 받거나 그 나라의 국유 자산을 사유화 하거나 도로나 항만 같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제반 시설을 확충하는데 쓰고 싶어하지 아무 보람도 없는 빈민 구제에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저자는 말한다.  

부채야 말로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과거에 봉건제도의 치하하에서 농노들이 토지에 묶어 있었다면 지금의 탐욕적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토지 대신 부채가 수십억명의 노예를 만들어 낸다.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수백개 정도의 거대 기업들은 자기들끼리도 무한 이윤 창출의 경쟁을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수십억의 인간을 빚이라는 굴레로 노예화시켜 버렸다.  저들은 힘과 권력과 재력 등 모든 것을 갖추었다.  

그에 비해 빈민들은 개별화 되어 있다. 당장 자신과 자녀들의 굶주림을 해결하기에도 너무 벅찬 상태인지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지키기위해 그들과 맞서기에는 너무도 약하다. 그러기에 더욱 필요한 것이 연대라고 저자는 말한다. 외채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인간으로서 정당한 삶을 누릴 권리를 위해 서로 연대해서 저항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 거기에는 굶주리는 빈민은 아니지만, 그들과 인간이라는 대의명분에서 함께 연대해 줄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