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김영갑이란 사진 작가가 있다는 것을 어느 글에선가 읽었다..  뭐 그런가보다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다른 무엇보다 책에 실린 사진들이 예뻐서 읽었다.  

왠지 모르게 아름다우면서도 아련한 그리움, 기다림, 외로움 같은 게 느껴지는 사진들.. 멋지다.. 나도 한번 저런 풍경을 보고 싶다란 경탄이 나오기는 하지만, 마음 한편에 왠지 모를 슬픔 같은 게 느껴지는 사진들... 

사진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나는 사진 잘 모른다.  사진가라고 하면 왠지 날로 먹는 사람 같이 생각해왔다.. 글을 쓰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등 소위 예술가들은 다 자기 영혼을 담아 작품을 만든다. 수많은 생각과 수많은 시행착오와 수많은 열정과 노력을 통해 작품을 낳는다. 그에 비해 사진작가는 말만 작가지 좋은 카메라에 멋진 풍광을 보고 셔터만 눌러대면 되는데, 테크닉이 필요할 뿐 무슨 작가정신이니 하는 게 가당치도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사진들과 그의 잔잔한 에세이들을 읽으면서 여지없이 내 편견이 녹아 내렸다..  

단 한 순간, 그의 감정과 진정으로 동화되어 있는 단 한순간의 장면을 잡기 위해 수없이 보낸 기다림의 시간들.. 

 배를 곪아가면서 산 필름이 비가 새는 허름한 단칸방에서 곰팡이를 피워내면서 망가져가고 있을 때, 그래도 돈을 위해 사진을 찍는 사람은 되지 않겠다는 소신을 지켜가는 사람.. 타인에게 평가 받기위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좋아서 사진을 찍는 사람.. 제주도가 좋아서 제주도에 뼈를 묻는 사람... 루게릭이라는 불치병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사람.. 제주도 구석 구석 촌로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려 있던 사람. 사진을 위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사람... 

그렇게 김영갑이라는 사람에게, 그의 사진에게 빠져들어 버렸다.. 

나 제주도에 가고 싶다. 바람 많은 섬 제주도에서 김영갑이 보여준 아름다운 풍광을 보기 위해 나도 온 종일 서성이고도 싶고 두모악 갤러리에서 그의 무덤에 소주 한 잔이라도 뿌리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