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미쳐가는 세상에서 완전 행복해지는 심리학
박지숙 지음 / 무한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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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책을 다 읽고 난 뒤 처음 든 생각이었다. 코앞에 보이는 사소한 것들에 목숨 걸고 집착하는 와중에 정작 더 크고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무지하고 어리석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처음 그 모습처럼 욕심보다는 관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책은 ‘심리학’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에세이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내 마음 다스리기’‘타인과 소통하기’‘내 몸 아끼기’‘아름답고 슬기롭게 사랑하기’‘제대로 벌고 성공하기’등을 쉬운 사례와 결코 짧지 않은 통찰력으로 풀어나간다. 간혹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하고 생각되는 것들도 있었지만, 사실 가장 쉬운 것이 진리 아니던가.

 

행복해지기 위해 세상에 온 우리. 하지만 행복은 우리와는 다른 행성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살 때가 많다. 진정한 행복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진정한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질문은 끝이 없고, 나의 머리는 너무나 짧다.

 

자신의 마음과 그 마음이 움직여 밖으로 나오는 말. 이것이 저자는 너무나 중요한 핵심이라고 말한다.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고, 말이 곧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죽지 못해 산다”고 불평하는 이들은 정말 그렇게 된다는 것이고, “돈 없어 죽겠다”는 사람은 절대 돈을 모을 수 없다고 말한다. 스스로 그동안 얼마나 불평을 하며 지냈는지, 혹은 얼마나 부정적인 말만 하며 살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적절한 정보도 유익하다. 몸에 맞는 음식과 자신에게 적합한 색깔,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도와준다. 살짝 훈계조 문장이 걸리기는 하지만, 뭐 나 같은 입장에선 감사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연애문제, 사랑문제에 있어서 저자는 생각보다 진보적 입장이다. 평생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결혼이라는 제도가 가지고 있는 불합리성 등은 굳이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한 번 쯤은 생각해 볼 문제다.

 

무주상보시, 소욕지족 등의 단어가 깊이 있게 다가온다. 아무런 대가를 기대하지 말고 베푸는 것, 또한 조금 욕심내고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것.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 제대로 마음에 새겨진다면 정말 행복이 다가올 것만 같다. 욕심과 질투, 집착과 편견 속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가.

 

하이쿠, 일본의 단시인 하이쿠는 개인적으로도 좋아한다. 물론 많은 작품들을 읽지는 못했지만, 짧은 문장이 전해주는 묵직함, 혹은 기발함이 일품이다. 저자가 소개한 료칸 선사의 하이쿠 역시 일품이다.

 

도둑이

들창에 걸린 달은

두고 갔구나

 

소박하게 살기로 유명했던 스님의 절에 어느 날 도둑이 들어 그나마 얼마 없던 세간을 다 털어갔다. 하지만 스님은 분노하기는커녕 홀로 밖에 나와 하늘에 걸린 달빛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달빛을 못 보고 간 도둑을 안타까워한다. 보통 사람이 이런 마음의 경지까지 오르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까.

 

상대방에게 단 1%도 기대하지 말고, 베푸는 사랑. 그것은 성인과 같은 마음과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생색내고, 자랑하고, 또 되돌려 받기를 워하는 계산속에서 이뤄지는 베풂은 속이 비어있게 마련이다.

 

내 속을 알차게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역설적으로 내 속을 전부 비워내는 것.

소욕지족의 마음으로 생을 바라봐야 겠다.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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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생존경제학 - 경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
미네르바 박대성 지음 / 미르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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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아마도 역대 가장 유치하고 치졸하고 겁 많은 정권으로 기억될 듯합니다. 최근만 봐도 민간인을 사찰하는 데 청와대가 대포폰까지 지급하는 모습, G20 포스터에 그림을 그렸다고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모습 등 정말 초등학생이 봐도 유치한 행동들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 수많은 웃음거리 중 백미가 바로 미네르바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한 국민이 인터넷에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개진했다는 이유로 해괴망측한 죄명을 갖다 붙여 구속시킨 정부, 너무나 당연히 무죄가 선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항소하는 검찰. 이게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처음 ‘다음 - 아고라’에 미네르바의 글이 등장한 후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물론 그의 전문가 못지않은 해박한 지식과 정확한 예측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 오히려 기존 경제전문가, 정부의 선전, 언론의 기만 등이 작용한 결과는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도대체가 믿지 못할 세상에 그나마 솔직하게 이야기한 미네르바에 대한 신뢰가 발생한 것이지요.

 

당시 정부와 검찰은 치졸의 극치를 달리며 미네르바가 ‘백수’임을 강조했었죠. 참 어이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가 전문대 출신의 백수인 것이 도대체 무슨 상관입니까. 잘나가는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들도 맞추지 못했던 경제 전망을 맞춘 그가 오히려 더 대단한 것 아닙니까. 하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의 학력을 구실삼아 지겹게도 씹어댔던 것이 바로 그들이긴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경제학자는 그렇게 많은 데,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이 그렇게 많은데, 왜 하나같이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았을까요. 정말 무식해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왜 서민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명박은 속수무책일까요. 그리고 어이없고 참혹한 4대강 대재앙 공사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일까요. 그것보단 오히려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복지 분야 투자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더 현명한 방법 아닐까요. 정말 몰라서 그런 것일까요.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전 물론 경제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경제에 대해 참 무지한 녀석입니다. 하지만 그런 제가 봐도 미네르바의 지적과 의견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서민은 언제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미FTA를 체결하고, G20을 온 국민을 갈궈가며 치르면 장땡입니까. 배추 값이 하늘 위로 솟구칠 때 “청와대는 양배추만 먹겠다”고 헛소리하면 다냔 말입니다.

 

사교육비 줄였습니까? 집값은 잡았어요? 대선공약인 747 경제성장은 어떻게 됐습니까.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할 수 있나요? 천만 명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대로 죽어가도 나 몰라라 하실 겁니까. 삼성과 LG만 부자되면 우리나라 해피한가요? 이따위로 경제를 말아먹고 툭하면 “좌파들의 선동으로 아이들이 물들고 있다, 국민들이 현혹되고 있다”는 개소리만 하면 됩니까. 불평하는 국민들 감시하고, 갈구고, 벌금으로 때려잡으면 끝나냐 이겁니다.

 

열심히 뛰어놀고, 공부하고, 자신들의 꿈을 찾아야 할 젊은이들이 시급 2~3천 원의 알바로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는 현실을 이용해 계속 살을 찌우면 속이 편안합니까. 입시라는 지옥에 아이들을 가둬둔 채 ‘좌파 교육’ 운운하고 ‘체벌만이 살길’이라고 두들겨 패면 기분 좋습니까. 당신들 변태입니까.

 

지금 G20보다 중요한 것은(‘지 트웨니’ 어쩌구 주절거리는 것들은 좀 닥치길 바라고, 꼭 영어 못하는 것들이 깝을 쳐요) 서민들의 삶인 것 같습니다.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을 펴겠다는 헛소리를 믿을 국민은 이제 더는 없어 보입니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서민과 진짜 서민 사이에는 너무나 큰 강이 존재하는 것 같으니까요. 4대강 아니면 소망교회라는 격차요.

 

그러니 이제는 얼마 남지도 않은 임기 동안이나마 그동안 망친 것들 조금이라도 만회하길 바랍니다. 미네르바의 글들이 100% 진리일 수도 없고, 또 정확할 수도 없겠지만, 가능하시면 참고는 하는 열의라도 보여 달란 말입니다. 감옥에 넣고 싶을 만큼 중요한 사람으로 당신들이 만들지 않았습니까.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스스로 평가해보란 말입니다.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들. 그것을 지켜보는 동업자들의 표정을 점심을 먹으며 티브이로 봤습니다. 참 할 말이 없었습니다. 구역질이 나더군요. 그렇게 살아가도 괜찮은 것입니까. 이렇게 대충 살아도 다음에 또 멍청한 국민들이 뽑아줄 테니 걱정 없습니까.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왜 평범한 국민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것들을 그 똑똑하다는 국회의원, 정부 관리, 대통령, 총리, 장관들은 모르는 것일까.”

 

미네르바의 충고에 따라 투자를 어떻게 해야 겠다. 저축을 어떻게 해야 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럴 능력도 머리도 없거든요. 하지만 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는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애를 낳기도, 키우기도 두려운 세상. 애 낳는 것이 그야말로 모험인 세상. 이런 세상을 당신들은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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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바다로 간 아침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홍성민 옮김 / 현문미디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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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카와 다쿠치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물론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서였다. 먼저 소설을 읽고 그 다음 영화를 봤는데, 그야말로 창피하게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던 기억이 난다. 아주 창피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너무 아름다웠고, 슬펐고, 그랬다.

 

그 후 작가의 책을 몇 편 더 읽은 것 같다. SF적인 요소가 가미되었지만, 전혀 황당하지 않고, 오히려 남자 주인공의 어리바리한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나와 닮은 부분도 적지 않았기 때문일까. 사실 나 역시 어리바리한 것으로 치면 그의 작품에 등장할 만하다.

 

이번 작품은 가족의 소중함, 부모의 사랑이 주요한 테마이다. 격정적으로 감동적이거나, 눈물을 쏟을 만큼 애절한 것은 아니지만, 잔잔한 감동은 ‘역시 이치카와’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일본은 우리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한 동네다. 살벌하기도 하고, 때문에 경제로만 치면 언제나 세계 최고의 위치에 서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항상 일본을 의식하고 또 이기려 안간힘을 쓴다. 하다못해 스포츠를 통해서라도 말이다.

 

물론 이는 과거 식민지 경험에 대한 아픈 트라우마가 온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본의 놀라운 경제성장과 경제력이 부럽기도 해서일 것이다. 가깝지만 먼 나라라는 수식어는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일본이란 거대한 나라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리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철저한 경쟁사회, 잔혹한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야 우리와 다를 것이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아픔, 상처, 트라우마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들이라고 왜 아픔과 상처와 두려움이 없을 것인가. 어쩌면 우리보다 더 치열한 삶을 버텨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기엔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그들이지만, 사실 그들 역시 커다란 상실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작가의 책이 많은 사랑을 받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다소 황당한 스토리, 말도 안 되는 SF적 요소가 전혀 이상하지 않고, 언제나 따뜻함과 배려, 사랑이 담겨져 있는 그의 작품은 많은 일본인들을 위로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따뜻한 위로가 우리에게도 전달되었고 말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끝없는, 대책 없는, 무한대의 사랑. 대단한 것이 아닐지라도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 부모. 그들은 그렇게 평생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고 사랑하고, 그러다 떠나간다. 국경을 초월한 부모의 사랑은 읽는 이들을 잔잔하게 적신다.

 

아빠는 대단한 인간은 아냐, 하지만 가슴을 펴고 모두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 애가 내 아들입니다. 아주 착한 아이죠. 상냥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입니다. 이름은 히로미라고 합니다. 큰 바다, 라는 뜻이죠. 내가 지었습니다. 나와 아내가 아이를 길렀습니다. 내가 이 손으로 아이의 기저귀를 갈았습니다.”하고.

그래, 고생한 보람이 있다, 하는 기분이 든다. 네가 우리 아들로 태어나 주었다는 사실이 너무 고맙구나.

 

남들과 다른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 그런 아들이 험한 세상 속에서 당당히 일어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가족의 사랑. 아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들의 행복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사랑. 아직 부모라는 위치에 오르지 못한 나로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부모가 전해준 사랑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 ‘분에 넘치는 사랑’을 이제 나도 내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그 사랑이 온갖 화려한 재물과 명성과 권력이 아니라 하더라도 충분히 소중하고 가치로운 것임을 믿기에, 힘을 내고 용기를 얻을 것이다.

 

곁에 있어 깜빡 잊기도 하는 가족의 사랑. 그 사랑을 다시 한 번 살짝 일깨워주는 책이다. 고맙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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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연립주택
오영진 글.그림 / 창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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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진 작가는 《평양 프로젝트》로 잘 알려진 분입니다. 아울러 제가 몸담고 있는 잡지사에서 한동안 그림을 그려주셨던 고마우신 분이기도 합니다. 뭐 물론 한 번도 제대로 뵌 적은 없지만서도 말이죠.

 

《수상한 연립주택》은 작가의 가치관이랄까요. 삶의 철학이 담겨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서울 변두리 지역의 재개발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는 이야기는 과연 우리가 원하는 행복한 삶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달동네, 꼭대기 동네, 산동네, 꽃동네 등의 명칭을 부끄러워하며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니냐고요? 물론 아니죠. 지금은 그런 곳에 산다는 것조차 말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그런 곳은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할 흉물스러운 치부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곳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울고 웃으며 살아갔는지, 그리고 소박하지만 또한 순박한 꿈을 꾸었는지 기억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정이 있었고, 이웃이 있었고, 따뜻함이 남아 있었던 그 시절 달동네를 과연 요즘 아이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책은 잘 나가던 항문 전문 의사가 투자가 망해 변두리 지역으로 흘러들어오며 시작됩니다. 어떤 낡은 연립주택을 구입해 들어온 그는 세입자들이 영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되고, 이들을 하나하나 자기 뜻에 맞게 포섭해 나갑니다. 협박과 회유를 통해서요.

 

그러다 별안간 터진 재개발 소식! 집주인은 그야말로 구세주를 만난 기분으로 행복해 합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곧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죠. 황금 비둘기 때문에 말입니다. 이제 집주인은 더욱 더 극악하게 돈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반드시 재개발이 되도록 말이죠.

 

오영진 작가는 뛰어난 재치와 유머로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모두 키득 키득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죠.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그 사이 사이에 숨어있는 진한 감동과 슬픔은 어쩌면 그의 만화이기 때문에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잊혀진 유년 시절의 기억. 다 쓰러져가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길 사이를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던 기억. 어찌 그 기억을 잊을 수 있을까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님들이 모두 ‘우리’할아버지, 할머님이었던 시간. 옆집 아저씨의 술주정도, 앞집 아주머니의 카랑카랑한 잔소리도 모두 모두 지겨웠지만, 또한 정겨웠던 시간들.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돈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일부는 맞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을 가장 추하게 만드는 것 역시 돈이라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사랑과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달동네, 가난한 우리 동네. 이제 그 곳에는 높다란 고층 아파트와 복합상가들이 서있을 것입니다. 그것들이 앗아간 것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이제 나이를 먹을수록 더 진하게 느낍니다.

 

작가의 변이 유난히 인상에 남았습니다. 조금만 인용하겠습니다. 좋은 작품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돌잔치에 가는 길이었다. 낯익은 지명. 부러 차를 세우고, 아들 녀석을 내리게 했다. 녀석의 원산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여기가 니가 태어난 곳이야.”

“어디?”

“저, 저기였는데……없어졌다!”

 

정말 없어졌다. 불과 3년 만에.

임신한 아내와 장바구니 들고 걸었던 골목이 사라졌다.

녀석을 업고 올랐던 언덕도 없다.

노인들이 층층이 앉아 이야기를 풀어놓던 그 계단도 사라졌다.

그 사람들도 사라졌다.

대신 대리석으로 그럴싸하게 모양을 낸, 각이 살아있는 아파트들이 우릴 내려다보고 있었다.

달랑 새 아파트에 우린 너무 많은 것을 쉽게 묻어버린다.

깨끗이 정비된 동네, 새로 난 길.

‘샤방 샤방’ 빛이 나는 아파트를 보고 있자니 적잖이 당혹스러워졌다.

 

“암튼 니가 태어난 곳은 여기야……이 아파트는 아니고.”

 

……(중략)

 

주변에서 온갖 구린내, 슬픈 내음은 다 풍기는데

조용히 산다는 것.

평범하게 산다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다.

 

양심껏 소박하게, 조용하게 산다는 것. 빌어먹게도 어려운 대한민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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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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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잘 하는 법. 떠나간 이를 온전히 그리워하고, 또 온전히 보내주는 법. 생각해보면 우린 그런 일들에 너무 서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만나고 헤어지는 그 수많은 이들을 과연 정성을 다해 해내고 있는 것일까요?

 

최근까지 심리학에 대한 많은 책들이 나왔습니다. 어떤 유행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심리에 대해, 또한 타인의 심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요. 왜 사람들이 갑자기 심리학이란 다소 어려운 주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까요.

 

저는 그것이 혹시 너무 외로워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내 자신이 타인처럼 느끼고, 타인은 그야말로 벽처럼 느끼며 살아가는 세상. 어쩌면 그렇게 살아가기를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온전히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책은 이별에 대한 작은 배려처럼 보입니다. 커다란 상실을 간직한 채 마냥 헤어 나올 줄 모르는 이들을 위한, 그리곤 그 이별에 영영 빠져버린 이들을 위한 작은 안내서. 저자 역시 많은 이별을 겪고, 그 이별 속에서 아파하고 좌절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러한 친절을 베풀 수 있었겠죠.

 

살다보면 누구나 이별을 합니다. 연인이건 가족이건 친구건, 아니면 애완동물이던. 우리는 끊임없이 누구를 만나고, 또 보내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사회라는 거대한 공장에서 어쩜 그런 무수한 만남과 헤어짐을 제대로 돌아볼 새 없이 해치우는 것은 아닐까요.

 

때문에 우리는 서툽니다. 이별을 겪고도 그것이 이별인 줄 모르고, 소중한 사랑이 떠난 후에야 소중함을 알죠.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한계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은 그 순간순간 깨우치며 살아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면 힘든 일 같습니다.

 

애도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새롭습니다. 짜여진, 정해진 절차가 아닌 마음에서 진정 우러나오는 마음. 진심을 다해 그리워하고 보내는 마음. 그것이 애도라는 생각을 합니다. 진정한 애도. 과연 그것을 제가 한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봅니다.

 

전 울보입니다. 대책 없는 녀석이죠. 영화를 보다가, 드라마나 책을 보다가, 아니면 음악을 듣다가도 눈물을 흘리곤 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이 사회를 살아가는 별수 없는 구성원입니다. 될 수 있다면 몰래, 혼자 그렇게 울곤 했습니다. 창피하다고 느꼈으니까요.

 

하지만 책을 통해 제가 울보라는 사실이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만약 눈물 한 방울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면, 아니 살아가야 한다면…. 전 솔직히 자신이 없거든요. 그렇게 억세게, 강한 척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는 어쩜 끝없이 애도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 과정을 온전히 소중히 진행할 수 있다면, 보다 더 큰 시련이나 아픔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게 모든 것이 쉬우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히틀러의 독수리 요새 이야기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히틀러라는 인물은 주로 전쟁과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해왔거든요. 히틀러 개인을 찬찬히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안전한 공간. 산속으로 수평으로 굴을 뚫고 들어가, 산 한가운데서 수직으로 백 미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도달할 수 있는, 단단한 돌산 꼭대기에 자리 잡은 독수리 요새. 그는 그토록 견고한 요새를 짓고 그 안에서 평온함과 안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으로부터의 안정을 원했던 것일까요.

 

소중했던 그 무엇과 이별한다는 것. 결코 쉽지도, 단 칼에 이뤄질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막거나 피할 수 없습니다. 그 예정되어 있는 아픔을 이젠 보다 담담히, 아름답게 맞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 자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와 다양한 문학작품을 통해 폭넓은 공감의 이해를 넓히려 한 저자의 생각은 어느 정도 성실한 결과를 주는 것 같습니다. 보다 많은 이별을 향한 무섭지만, 피할 수 없는 길에, 위안이 됩니다.

 

그동안 저를 떠나간 모든 것들에 대해 그리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다시 만날 모든 것들에 미리 인사를 전합니다. 더불어 그 사이 떠나간 내 청춘에게도 안부를….

 

함께 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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