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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미쳐가는 세상에서 완전 행복해지는 심리학
박지숙 지음 / 무한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달빛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책을 다 읽고 난 뒤 처음 든 생각이었다. 코앞에 보이는 사소한 것들에 목숨 걸고 집착하는 와중에 정작 더 크고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무지하고 어리석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처음 그 모습처럼 욕심보다는 관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책은 ‘심리학’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에세이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내 마음 다스리기’‘타인과 소통하기’‘내 몸 아끼기’‘아름답고 슬기롭게 사랑하기’‘제대로 벌고 성공하기’등을 쉬운 사례와 결코 짧지 않은 통찰력으로 풀어나간다. 간혹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하고 생각되는 것들도 있었지만, 사실 가장 쉬운 것이 진리 아니던가.
행복해지기 위해 세상에 온 우리. 하지만 행복은 우리와는 다른 행성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살 때가 많다. 진정한 행복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진정한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질문은 끝이 없고, 나의 머리는 너무나 짧다.
자신의 마음과 그 마음이 움직여 밖으로 나오는 말. 이것이 저자는 너무나 중요한 핵심이라고 말한다.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고, 말이 곧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죽지 못해 산다”고 불평하는 이들은 정말 그렇게 된다는 것이고, “돈 없어 죽겠다”는 사람은 절대 돈을 모을 수 없다고 말한다. 스스로 그동안 얼마나 불평을 하며 지냈는지, 혹은 얼마나 부정적인 말만 하며 살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적절한 정보도 유익하다. 몸에 맞는 음식과 자신에게 적합한 색깔,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도와준다. 살짝 훈계조 문장이 걸리기는 하지만, 뭐 나 같은 입장에선 감사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연애문제, 사랑문제에 있어서 저자는 생각보다 진보적 입장이다. 평생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결혼이라는 제도가 가지고 있는 불합리성 등은 굳이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한 번 쯤은 생각해 볼 문제다.
무주상보시, 소욕지족 등의 단어가 깊이 있게 다가온다. 아무런 대가를 기대하지 말고 베푸는 것, 또한 조금 욕심내고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것.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 제대로 마음에 새겨진다면 정말 행복이 다가올 것만 같다. 욕심과 질투, 집착과 편견 속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가.
하이쿠, 일본의 단시인 하이쿠는 개인적으로도 좋아한다. 물론 많은 작품들을 읽지는 못했지만, 짧은 문장이 전해주는 묵직함, 혹은 기발함이 일품이다. 저자가 소개한 료칸 선사의 하이쿠 역시 일품이다.
도둑이
들창에 걸린 달은
두고 갔구나
소박하게 살기로 유명했던 스님의 절에 어느 날 도둑이 들어 그나마 얼마 없던 세간을 다 털어갔다. 하지만 스님은 분노하기는커녕 홀로 밖에 나와 하늘에 걸린 달빛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달빛을 못 보고 간 도둑을 안타까워한다. 보통 사람이 이런 마음의 경지까지 오르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까.
상대방에게 단 1%도 기대하지 말고, 베푸는 사랑. 그것은 성인과 같은 마음과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 생색내고, 자랑하고, 또 되돌려 받기를 워하는 계산속에서 이뤄지는 베풂은 속이 비어있게 마련이다.
내 속을 알차게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역설적으로 내 속을 전부 비워내는 것.
소욕지족의 마음으로 생을 바라봐야 겠다.
즐거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