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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생존경제학 - 경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
미네르바 박대성 지음 / 미르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이명박 정부는 아마도 역대 가장 유치하고 치졸하고 겁 많은 정권으로 기억될 듯합니다. 최근만 봐도 민간인을 사찰하는 데 청와대가 대포폰까지 지급하는 모습, G20 포스터에 그림을 그렸다고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모습 등 정말 초등학생이 봐도 유치한 행동들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 수많은 웃음거리 중 백미가 바로 미네르바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한 국민이 인터넷에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개진했다는 이유로 해괴망측한 죄명을 갖다 붙여 구속시킨 정부, 너무나 당연히 무죄가 선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항소하는 검찰. 이게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처음 ‘다음 - 아고라’에 미네르바의 글이 등장한 후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물론 그의 전문가 못지않은 해박한 지식과 정확한 예측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 오히려 기존 경제전문가, 정부의 선전, 언론의 기만 등이 작용한 결과는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도대체가 믿지 못할 세상에 그나마 솔직하게 이야기한 미네르바에 대한 신뢰가 발생한 것이지요.
당시 정부와 검찰은 치졸의 극치를 달리며 미네르바가 ‘백수’임을 강조했었죠. 참 어이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가 전문대 출신의 백수인 것이 도대체 무슨 상관입니까. 잘나가는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들도 맞추지 못했던 경제 전망을 맞춘 그가 오히려 더 대단한 것 아닙니까. 하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의 학력을 구실삼아 지겹게도 씹어댔던 것이 바로 그들이긴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경제학자는 그렇게 많은 데,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이 그렇게 많은데, 왜 하나같이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았을까요. 정말 무식해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왜 서민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명박은 속수무책일까요. 그리고 어이없고 참혹한 4대강 대재앙 공사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일까요. 그것보단 오히려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복지 분야 투자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더 현명한 방법 아닐까요. 정말 몰라서 그런 것일까요.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전 물론 경제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경제에 대해 참 무지한 녀석입니다. 하지만 그런 제가 봐도 미네르바의 지적과 의견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서민은 언제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미FTA를 체결하고, G20을 온 국민을 갈궈가며 치르면 장땡입니까. 배추 값이 하늘 위로 솟구칠 때 “청와대는 양배추만 먹겠다”고 헛소리하면 다냔 말입니다.
사교육비 줄였습니까? 집값은 잡았어요? 대선공약인 747 경제성장은 어떻게 됐습니까.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할 수 있나요? 천만 명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대로 죽어가도 나 몰라라 하실 겁니까. 삼성과 LG만 부자되면 우리나라 해피한가요? 이따위로 경제를 말아먹고 툭하면 “좌파들의 선동으로 아이들이 물들고 있다, 국민들이 현혹되고 있다”는 개소리만 하면 됩니까. 불평하는 국민들 감시하고, 갈구고, 벌금으로 때려잡으면 끝나냐 이겁니다.
열심히 뛰어놀고, 공부하고, 자신들의 꿈을 찾아야 할 젊은이들이 시급 2~3천 원의 알바로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는 현실을 이용해 계속 살을 찌우면 속이 편안합니까. 입시라는 지옥에 아이들을 가둬둔 채 ‘좌파 교육’ 운운하고 ‘체벌만이 살길’이라고 두들겨 패면 기분 좋습니까. 당신들 변태입니까.
지금 G20보다 중요한 것은(‘지 트웨니’ 어쩌구 주절거리는 것들은 좀 닥치길 바라고, 꼭 영어 못하는 것들이 깝을 쳐요) 서민들의 삶인 것 같습니다.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을 펴겠다는 헛소리를 믿을 국민은 이제 더는 없어 보입니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서민과 진짜 서민 사이에는 너무나 큰 강이 존재하는 것 같으니까요. 4대강 아니면 소망교회라는 격차요.
그러니 이제는 얼마 남지도 않은 임기 동안이나마 그동안 망친 것들 조금이라도 만회하길 바랍니다. 미네르바의 글들이 100% 진리일 수도 없고, 또 정확할 수도 없겠지만, 가능하시면 참고는 하는 열의라도 보여 달란 말입니다. 감옥에 넣고 싶을 만큼 중요한 사람으로 당신들이 만들지 않았습니까.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스스로 평가해보란 말입니다.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들. 그것을 지켜보는 동업자들의 표정을 점심을 먹으며 티브이로 봤습니다. 참 할 말이 없었습니다. 구역질이 나더군요. 그렇게 살아가도 괜찮은 것입니까. 이렇게 대충 살아도 다음에 또 멍청한 국민들이 뽑아줄 테니 걱정 없습니까.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단 한 가지였습니다. “왜 평범한 국민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것들을 그 똑똑하다는 국회의원, 정부 관리, 대통령, 총리, 장관들은 모르는 것일까.”
미네르바의 충고에 따라 투자를 어떻게 해야 겠다. 저축을 어떻게 해야 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럴 능력도 머리도 없거든요. 하지만 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는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애를 낳기도, 키우기도 두려운 세상. 애 낳는 것이 그야말로 모험인 세상. 이런 세상을 당신들은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