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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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부러우면 지는 것’인데, 이 책을 읽고 결국 부러움의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라는 국가에 대해 그다지 부러움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로써는 참 굴욕(!)적인 순간이었다.

 

‘꼰대’라는 말을 젊은이들은 자주 사용한다. 일단 나이가 많은 이들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고지식한 부류로 치부해버린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보수와 수구를 구별하지 못한 채, 이 나라를 악의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엔 일정한 타당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분명 이 사회에 꼰대들은 존재하고, 또 그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 욕망, 해묵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후세들에게 치명적인 일들을 마구잡이로 벌였다는 사실. 분명히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소중한 이들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세대 차이와 나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벽을 뚫고 분명, 이 사회와 구성원들의 진정한 행복과 진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바람직한 ‘꼰대’역시 존재하고 있다. 한없이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는 1917년 출생의 노투사다. 반나치 레지스탕스 운동가였고, 세계 인권선언문 초안 작업에 참여하기도 한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말한다. “정당한 분노를 표출하라”고.

 

이 책은 저자의 조국인 프랑스 사회에 보내는 그의 공개 유언장이다.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낀 그는 죽기 전 후세들에게 간절히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또한 우리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쩌면 더 그 느낌이 강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

 

“그렇다. 이러한 위협은 아주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호소하는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오로지 대량 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만을 앞날의 지평으로 제시하는 대중 언론매체에 맞서는 진정한 평화적 봉기’를.

21세기를 만들어갈 당신들에게 우리는 애정을 다해 말한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라고.”

 

저자는 “인간의 권리에 대해서만큼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폭력보다는 희망을, 비폭력의 희망을 택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인권을 침해하는 주체에 대해서는 누구를 막론하고 분노를 촉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최악의 태도는 무관심이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 국민들처럼 ‘적당한 것’을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다. 중용이라는 멋진 말을 제멋대로 오용하며, 기회주의를 감춘다. 남들이 뭐라 하든, 남들이 그 어떤 고통과 억압을 당하든 일단 나에게 피해가 오지 않으면 상관이 없다. 지독한 이기주의를 당연시하며 오직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런 인간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족, 국가에 미래란 당연히 없다. 극도의 이기주의는 결국 파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마치 인간의 이기주의와 욕망으로 망쳐버린 자연이 결국 인간을 멸종시킬 것임과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참혹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그 상황은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경제, 남북관계, 외교관계, 민생, 사회, 문화, 예술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휘청거리며 절벽 끝으로 향하고 있다. 답이 보이지 않고, 오직 공멸의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결국 희망은 없어 보인다.

 

이러한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것이 바로 분노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의로운 분노, 이는 사적인 화가 아닌 나와 내 이웃, 공동체,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분노이다. 조국 교수는 화의 뿌리가 사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것일 때는 그 공적인 원인을 해결할 때만 화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나만 아무 일 없이 잘 살수 있다고, 행복할 수는 없다. 당장 자기 집 앞길만 쓸어놓고 만족하거나 길 넓히는 데만 골몰하는 동안 울타리 바로 너머에 어떠한 재앙이 기다리고 있는지 똑똑히 봐야 한다. 그리고 그 재앙의 화근에 분노하라는 것이 저자의 간곡한 바람이다.

 

짧은 소책자 하나가 전해주는 묵직한 울림. 내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반성 그리고 이어지는 공분의 의미가 다가온다. 진정 분노할 줄 아는 자가 이 세상을 사랑하고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을 사랑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또 한 번 느낀다.

 

맥도널드 빅맥 세트조차 사먹을 수 없는 OECD 최저 수준의 한국 최저 임금 시급 4,320원. 재벌의 사금고가 되어가는 은행, 민주공화국인지 삼성왕국인지 헷갈리는 현실, 죽을 때까지 돈 걱정하다 죽으라고 협박하는 대출업체와 상조업체의 무차별 광고 습격, 국가에 비판적인 모든 이들을 감옥에 쳐넣겠다고 발악하는 검찰의 ‘과잉범죄화’의 칼.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자, 가만히 앉아서 ‘세상이 다 그런거지’‘내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겠어’‘돈 생기면 기부나 하면 되는 거지’ 따위의 생각을 집어치우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분노의 표출’이 무엇인지, 내가 진정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 국민이 숨죽여 있으면 정부는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결국 국민들을 억압하고 착취할 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러고 있다.

 

분노는 나쁜 것이 아니다. 그 대상에 따라, 그 이유에 따라 말이다.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진보를 향해 달려가는 노투사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그의 말을 가슴 깊이 새긴다.

 

“나는 언제나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 편에 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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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월드 Blue World 1~4 세트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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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전에는 만화를 정말 많이 봤는데요. 왜 요즘은 만화에 쉽게 손이 가질 않는 걸까요. 건방지게 제가 이젠 만화 따위는 안 봐! 이렇게 생각이 변할 것일까요. 아니면 어른 흉내 낸다고 까부는 것일까요. 물론 모두 아닙니다.

 

지금도 만화를 정말 좋아합니다. 허영만, 김수정, 고행석, 이현세 선생님 등 제 유년시절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또 우리나라가 일본 만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시작했을 때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일본 만화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북두신권》《드래곤 볼》등이 인상에 남고 최고의 작품이라면 역시나 《슬램덩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블루 월드》의 작가인 호시노 유키노부는 일본 SF 만화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일본 만화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기에 미처 몰랐던 분입니다. 물론 이 분의 작품도 처음 접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 작품 하나만 읽어도 이 분의 역량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엄청난 스케일의 스토리 전개와 기발한 아이디어 그리고 현실감 넘치는 그림체는 ‘대가’라는 이름에 걸맞았습니다.

 

이 작품은 전작 《블루 홀》의 후속작이라 합니다. 미지의 세계를 통해 과거의 지구로 이동할 수 있는 블루 홀을 발견한 인류가 그곳에서 다시 현재의 지구로 돌아오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저자는 과학적 상상력과 함께 인류가 가지고 있는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꼬집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식은 《블루 월드》를 통해서도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블루 홀의 존재를 깨달은 인류는 과거 제국주의의 역사를 되풀이하려 합니다. 즉 너도나도 먼저 블루 홀을 통해 과거의 지구를 선점하려는 것이지요. 영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가운데, 영미원정대가 쥬라기 시대에서 고립되고 맙니다. 자신들이 들어온 블루 홀이 막혀버리고 만 것이지요. 이들은 다시 현재의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거대한 크기와 가공할 공격력의 공룡들, 그보다 더 무서운 자연과 싸우며 생존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작품에선 영국의 진 중위와 미국의 그록 대위가 날카롭게 대립하는데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선 그 누구도 살인할 수 있는 그록 대위와 타인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던지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진 중위는 인류의 양면성, 즉 선과 악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이 작품은 과거 공룡들이 멸종된 이유에 대해 자기장 등 나름대로 신선하고 새로운 가설을 세웁니다. 이러한 신선한 과학적 접근은 단순히 저자가 스케일만 큰 작가가 아님을, SF 만화의 대가라는 타이틀을 그냥 얻은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 자체로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총 4권으로 이뤄진 《블루 월드》는 《쥬라기 공원》류와는 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합니다.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인류애와 지구, 자연에 대한 확고한 주제의식이 살아있습니다. 또한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그 자체로 이미 SF 장르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거장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아울러 전작 《블루 홀》과 《2001+5》《2001 Space Fantasia》등 그의 대표작들도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만화는 가장 오해받고 천대받는 장르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제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영화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강풀 등 유명 작가는 스타의 대접을 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허영만 선생님 같은 경우는 이제 레전드라 불리고요.

 

감동과 재미 그리고 또 다른 삶에 대한 일깨움을 줄 수 있는, 무한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만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받고, 더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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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ㅇㄴㄹ 2011-10-23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만화....90년대에 보고 항상 보고 싶어했지만 제목이 생각이 안났었는데 님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메틀키드 2011-10-23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도움이 되었다면 저도 기쁩니다~^^
 
4페이지 미스터리
아오이 우에타카 지음, 현정수 옮김 / 포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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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 미스터리 소설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하드보일드의 거장 챈들러를 읽기 시작했고, 중국 판관 디런지에의 활약을 담은 《디 공 시리즈》도 읽었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의 명작도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하나같이 놀라운 재미와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아!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도 다시 읽었습니다. 역시 고전의 힘은 위대합니다.

 

그러던 중 업무와 관련된 책을 찾기 위해 서점을 뒤지다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고, 그 형식도 무척 신선했습니다. A4 두 페이지 분량으로 끝내는 한 편의 미스터리. 개인적으로는 마음 급한 한국인들의 성격에 딱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스릴의 탄생》 서평에서 말한 바 있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상당히 앞서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을 서구로부터 받아들였습니다. 그 후 꾸준히 장르를 발전시켜왔고, 지금은 나름대로 탄탄한 토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전통과 경륜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직업상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간결함입니다. 모든 글에 적용되는 진리이지만, 특히 기사는 간결함이 생명입니다. 중언부언 글이 길어지면 읽는 이의 집중도도 떨어지고 글이 갖는 생명력도 사라집니다.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론계 거장들은 언제나 “지금의 글을 반으로 줄여라!”라고 주문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짧은 글에 기승전결을 담고, 놀라운 반전까지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너무나 부러운 재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가 고품격 미스터리 단편 전문 작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간결함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책은 모두 60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조금은 오싹한 호러부터 블랙 유머, 따뜻한 가족 드라마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일단 행복했습니다.(^^)

 

“이건 뭐 거의 천재 수준인걸!”하고 놀라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정해진 짧은 분량 안에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창조할 수 있었을까. 그만큼 저자의 내공이 대단하다는 것이겠죠. 편당 이천 자 이하, 원고지 열 장 분량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조금 늘어났지만, 원문은 딱 그만큼의 길이라고 합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옮긴이는 각 작품을 한꺼번에 읽지 말고, 출퇴근길을 이용해 한두 편씩 아껴서 읽을 것을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전 결국 역자의 우려대로 단숨에 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때문에 조금은 아쉽습니다. 아껴 두고 야금야금 보는 재미를 놓쳤으니까요.

 

자기 아내를 죽여 달라고 청부한 살인업자가 바로 아내였던 멍청한 남자의 이야기, 살인의 기억을 계속 반복하는 딱한 아저씨, 살인죄를 짓고 마지막 판결을 기다리던 남자를 구해준 이들의 정체는? 자신만 모르는 수 십 년 전의 자신의 모습, 하지만 다시 찾은 고향에서 그의 정체를 알려주는 버스가 다가오는데….

 

궁금하시죠~?(^^) 상당히 다양한 스토리가 포진되어 있는 《4페이지 미스터리》. 강력히 추천합니다. 단 부디 아껴서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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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금강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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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다니시는 분들이 들으면 섭섭해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상케도 스님들이 쓴 책에서 많은 감동과 삶의 위안을 얻곤 합니다. 목사님이나 신부님, 수녀님이 쓰신 책들을 많이 읽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제가 스님들이 쓴 책을 더 많이 읽은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순전히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 스님들의 책이 더 와 닿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전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금강 스님은 우리나라 땅끝 해남 미황사의 주지로 계십니다. 멀고 먼 땅끝 미황사는 참으로 아름다운 절 중 하나라고 합니다. 호수 같은 서해의 해넘이와 노을이 바다와 섬들 그리고 그 끝의 절을 한 가지 빛깔로 아름답게 물들인다고 합니다. 이 곳에서 보내는 365일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 이 책입니다.

 

스님은 미황사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평안을 얻고 삶의 또 다른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비단 절이 스님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찾아와 마음을 ‘툭’ 내려놓을 수 있도록 스님은 의미 있는 일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스님은 종교의 아집을 거부하며 화합을 이뤄냈습니다. 이른 바 사하촌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공존입니다. 마을 당제에 나가 기도를 해주고, 당산나무 아래에서 마을의 무탈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하느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며 타 종교를 이단으로 내몰고 극단적인 행위마저 일삼는 극소수 개신교 집단과는 확연히 다른, ‘격’높은 모습니다. 스님은 한 마을에서 서로의 종교가 다른 상황에서도 굳이 절에 찾아와 당제를 부탁하는 마을사람들의 순정을 아름답고 감사하게 받아들입니다. 또한 당제가 오랜 세월 절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지켜온 값진 문화유산이라 말합니다. 종교는 모든 것을 포용해야 비로소 종교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굳게 믿는 제 마음과 일치합니다.

 

작은 시골에 있는 절에서 생활한다는 것. 그 어떤 화려하고 웅장한 대사찰에 있는 것보다 값지고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다고 스님은 말합니다. 매 페이지마다 보여지는 마을과 절에 대한 스님의 사랑은 결코 대사찰 주지가 부럽지 않아 보입니다.

 

매월 셋째 주 7박 8일 동안 진행되는 ‘참사람의 향기’ 프로그램. 이는 일반인들이 일주일동안 절에 머물러 마음을 비우고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해마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황사를 찾아오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은 각박한 속세를 잠시 잊고 시간과 공간의 얽매임에서 자유로워져 수많은 번뇌와 망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불교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습니다. 발우공양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나누어 먹는 평등의 정신과 철저하게 위생적이고, 낭비가 없는 청결의 정신, 그릇 소리나 먹는 소리가 나지 않는 고요함이 담겨 있습니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고 /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 정성이 깃든 이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여 청정하게 살겠습니다. / 이르는 곳마다 부처님의 도량이 되고 / 베푼 이와 수고한 모든 이들이 보살도를 닦아 다 함께 성불하여지이다.”

 

또한 참선은 우리가 지금 여기서 느끼는 고통에 찬 현실이 실은 실체가 없는 것임을 일러주는 공부법이라고 스님은 말합니다. 그 고통이 고통 아닌 행복임을 일러주는 공부이며 늘 여여하게 깨어 열린 삶을 살라고 가르치는 공부법이라는 것입니다. 선지식들의 무아일여의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도 조용히 앉아 끊임없이 버리고 버리는 노력을 한다면 조금은 이 세상이 달리 보이지 않을까요.

 

책은 스님들의 한해살이를 소개합니다. 동안거, 하안거 등 수행의 시간들, 결제와 회향, 운력 등 불교 용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부처님오신날, 템플스테이, 백중 천도재, 칠월칠석 불공 등 일반 대중들이 함께 하는 이야기들도 전해줍니다. 49재를 이야기할 땐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합니다.

 

스님은 한문학당, 템플스테이, ‘참사람의 향기’, 산사음악회, 작은 학교 살리기 등 많은 프로그램과 노력을 통해 미황사를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찰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미황사를 찾으면 금강 스님과 따뜻한 차담을 나눌 수 있었고, 아름다운 바다와 노을을 바라보며 행복해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걷기 수행 등을 통해 긴 호흡으로 삶과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대중 수행공동체라는 꿈을 간직하며 살아온 스님의 노력의 결과일 것입니다.

 

이제 예전보다 규모나 위상이 한결 높아진 미황사입니다. 이제는 금강 스님도 너무 바쁘셔서 일일이 방문객들과 차담을 나눌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심스레 제 희망 방문지 리스트에 미황사를 눌러 적습니다. 착하디착한 이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 그리고 이 마을과 슬그머니 하나가 되어버린 절 하나. 아름다운 바다와 산이 푸근하게 반겨주는 땅끝마을. 어찌 찾아감을 바라지 않을 수 있을까요.

 

모든 마음을 버리고 또 버릴 때 가장 큰 행복과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일천한 불교지식, 혹은 경험으로부터 느낍니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절의 이야기. 그리고 부지런히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으로 옮기는 스님.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오랜 시간 축적된 지식과 경험으로 그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불교가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중생들에게 다가가야 할지, 이 책은 작은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행복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저도 찬 한 잔 주실 꺼죠?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저녁예불을 마치고 마당을 세 바퀴 돈다. 천천히 큰 원을 그리며 걷는다. 여름에는 황금빛 저녁노을이 마당에 한 가득이다. 그 황홀한 풍경에 빠져 걷는 걸 잊을 때도 있지만 저녁노을과 온전히 하나가 되는 내가 참 좋다. 그때만큼은 나도, 미황사도, 달마산도, 저녁노을도 그 경계가 없다. 온전히 하나일 뿐이다.

겨울에 마당을 걷는 것도 운치가 있다. 달빛과 별빛의 은은한 빛이 고즈넉함에 젖게 한다. 겸손하게 살자, 까닭 없이 찾아든 생각을 하게 되는 때가 겨울 그즈음이다. 내가 딛는 이 발걸음이 뒤따르는 누군가의 길이 된다고 했던가. 걸음걸음 한 걸음 조신하게 내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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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단지 DMZ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동서남북 우리 땅 1
황선미 지음 / 조선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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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인 동화작가 황선미 님이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동서남북 우리 땅을 아이들에게 소개합니다. 그 첫 번째 우리 땅이 바로 DMZ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유일한 민간인 마을인 대성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평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DMZ에 대해 그리 많은 것을, 또한 정확한 것들을 알고 있지 못합니다. 서쪽의 임진강에서 동쪽의 고성까지 이어진 250km의 군사분계선. 여기서 남북으로 각각 2km 물러난 곳이 바로 비무장지대 DMZ입니다. 여기엔 일체의 무장을 할 수 없도록 되어있지만, 사실상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무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 역사가 남긴 가슴 아픈 상처입니다.

 

휴전선 주위의 군사시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1954년 DMZ 바깥 남방한계선을 경계로 남쪽 20km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민간인출입통제선, 즉 민통선입니다. 지금은 그 폭이 남북 간의 화해 협력 과정의 결실로 5~10km로 줄었습니다.

 

이 안에 있는 유일한 학교인 대성동초등학교에 다니는 네 아이. 용이, 하늘이, 수정이, 명우는 졸업을 맞아 16년 뒤에 열어볼 수 있는 타임캡슐, 즉 희망의 단지에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적어 넣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각자 어떤 꿈을 단지 안에 담을까요?

 

나름대로 오랫동안 북을 공부하고, 또한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고민해온 저이지만, 그럼에도 부끄러운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알고 있는 DMZ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인데도, 내용이 그만큼 충실하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 바쁩니다. 학교와 학원, 과외와 방과 후 수업 등등, 도무지 다른 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그럼에도 시간을 쪼개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를 할 것입니다. 그 형태와 내용이 무엇이든 말이죠. 아이들은 그렇습니다. 끝끝내 자신의 시간을 찾아내어 놀이를 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아이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현재 우리가 처한 분단 상황이나 북한에 대해 고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 비해 자료는 매우 풍부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아울러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TV나 신문 등 주류 언론들은 북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편파적이고 때론 위험하다싶을 정도로 왜곡된 이야기를 사실인양 소개합니다. 현 정부 들어 이러한 유언비어 혹은 날조된 기사들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황선미 작가의 책이 더욱 소중히 다가옵니다. 물론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보니 구체적인 사실이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설명이 간략히 소개된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지금 남북 관계가 최악인 근본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요. 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책은 DMZ와 대성동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남북의 분단 그리고 화해와 통일을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들을 함께 전합니다. 아울러 개성공단, 철도연결, 남북 겨레말큰사전 공동 편찬 과정 등 그간의 남북협력 과정을 아이들에게 알려줍니다. 물론 있는 그대로 말이죠.

 

통일이 되면 북녘의 거지떼들이 몰려와 우리도 가난해질 것이기 때문에, 절대 통일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그 아이들이 그런 슬픈 생각을 하게 된 근본 원인이 무엇일까요? 당연히 그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어른들의 비뚤어진 생각들, 이기적인 욕심이 아이들의 마음마저 비뚤어지게 만들어 줍니다.

 

통일은 행복입니다. 통일은 부담이나 악몽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도 소중한 자원과 많은 이들의 생명을 담보로 이뤄지고 있는 분단 상황 그 자체가 악몽일 뿐입니다. 이러한 것을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결국 작가의 역량이자 기획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여운을 남기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한 번쯤 읽어봤으면 합니다.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는 것이 결코 아님을, 지금까지 그래왔듯 조금씩 한 발 한 발 내딛는 과정임을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자와 기획, 편집을 맡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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