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단지 DMZ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동서남북 우리 땅 1
황선미 지음 / 조선북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인 동화작가 황선미 님이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동서남북 우리 땅을 아이들에게 소개합니다. 그 첫 번째 우리 땅이 바로 DMZ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유일한 민간인 마을인 대성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평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DMZ에 대해 그리 많은 것을, 또한 정확한 것들을 알고 있지 못합니다. 서쪽의 임진강에서 동쪽의 고성까지 이어진 250km의 군사분계선. 여기서 남북으로 각각 2km 물러난 곳이 바로 비무장지대 DMZ입니다. 여기엔 일체의 무장을 할 수 없도록 되어있지만, 사실상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무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 역사가 남긴 가슴 아픈 상처입니다.

 

휴전선 주위의 군사시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1954년 DMZ 바깥 남방한계선을 경계로 남쪽 20km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민간인출입통제선, 즉 민통선입니다. 지금은 그 폭이 남북 간의 화해 협력 과정의 결실로 5~10km로 줄었습니다.

 

이 안에 있는 유일한 학교인 대성동초등학교에 다니는 네 아이. 용이, 하늘이, 수정이, 명우는 졸업을 맞아 16년 뒤에 열어볼 수 있는 타임캡슐, 즉 희망의 단지에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적어 넣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각자 어떤 꿈을 단지 안에 담을까요?

 

나름대로 오랫동안 북을 공부하고, 또한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고민해온 저이지만, 그럼에도 부끄러운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알고 있는 DMZ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인데도, 내용이 그만큼 충실하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 바쁩니다. 학교와 학원, 과외와 방과 후 수업 등등, 도무지 다른 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그럼에도 시간을 쪼개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를 할 것입니다. 그 형태와 내용이 무엇이든 말이죠. 아이들은 그렇습니다. 끝끝내 자신의 시간을 찾아내어 놀이를 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아이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현재 우리가 처한 분단 상황이나 북한에 대해 고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과거에 비해 자료는 매우 풍부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아울러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TV나 신문 등 주류 언론들은 북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편파적이고 때론 위험하다싶을 정도로 왜곡된 이야기를 사실인양 소개합니다. 현 정부 들어 이러한 유언비어 혹은 날조된 기사들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황선미 작가의 책이 더욱 소중히 다가옵니다. 물론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보니 구체적인 사실이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설명이 간략히 소개된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지금 남북 관계가 최악인 근본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요. 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책은 DMZ와 대성동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남북의 분단 그리고 화해와 통일을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들을 함께 전합니다. 아울러 개성공단, 철도연결, 남북 겨레말큰사전 공동 편찬 과정 등 그간의 남북협력 과정을 아이들에게 알려줍니다. 물론 있는 그대로 말이죠.

 

통일이 되면 북녘의 거지떼들이 몰려와 우리도 가난해질 것이기 때문에, 절대 통일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그 아이들이 그런 슬픈 생각을 하게 된 근본 원인이 무엇일까요? 당연히 그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어른들의 비뚤어진 생각들, 이기적인 욕심이 아이들의 마음마저 비뚤어지게 만들어 줍니다.

 

통일은 행복입니다. 통일은 부담이나 악몽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도 소중한 자원과 많은 이들의 생명을 담보로 이뤄지고 있는 분단 상황 그 자체가 악몽일 뿐입니다. 이러한 것을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결국 작가의 역량이자 기획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여운을 남기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한 번쯤 읽어봤으면 합니다.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는 것이 결코 아님을, 지금까지 그래왔듯 조금씩 한 발 한 발 내딛는 과정임을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자와 기획, 편집을 맡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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