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페이지 미스터리
아오이 우에타카 지음, 현정수 옮김 / 포레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최근 미스터리 소설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하드보일드의 거장 챈들러를 읽기 시작했고, 중국 판관 디런지에의 활약을 담은 《디 공 시리즈》도 읽었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의 명작도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하나같이 놀라운 재미와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아!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도 다시 읽었습니다. 역시 고전의 힘은 위대합니다.

 

그러던 중 업무와 관련된 책을 찾기 위해 서점을 뒤지다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고, 그 형식도 무척 신선했습니다. A4 두 페이지 분량으로 끝내는 한 편의 미스터리. 개인적으로는 마음 급한 한국인들의 성격에 딱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스릴의 탄생》 서평에서 말한 바 있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상당히 앞서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을 서구로부터 받아들였습니다. 그 후 꾸준히 장르를 발전시켜왔고, 지금은 나름대로 탄탄한 토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전통과 경륜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직업상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간결함입니다. 모든 글에 적용되는 진리이지만, 특히 기사는 간결함이 생명입니다. 중언부언 글이 길어지면 읽는 이의 집중도도 떨어지고 글이 갖는 생명력도 사라집니다.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론계 거장들은 언제나 “지금의 글을 반으로 줄여라!”라고 주문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짧은 글에 기승전결을 담고, 놀라운 반전까지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너무나 부러운 재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가 고품격 미스터리 단편 전문 작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간결함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책은 모두 60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조금은 오싹한 호러부터 블랙 유머, 따뜻한 가족 드라마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일단 행복했습니다.(^^)

 

“이건 뭐 거의 천재 수준인걸!”하고 놀라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정해진 짧은 분량 안에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창조할 수 있었을까. 그만큼 저자의 내공이 대단하다는 것이겠죠. 편당 이천 자 이하, 원고지 열 장 분량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조금 늘어났지만, 원문은 딱 그만큼의 길이라고 합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옮긴이는 각 작품을 한꺼번에 읽지 말고, 출퇴근길을 이용해 한두 편씩 아껴서 읽을 것을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전 결국 역자의 우려대로 단숨에 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때문에 조금은 아쉽습니다. 아껴 두고 야금야금 보는 재미를 놓쳤으니까요.

 

자기 아내를 죽여 달라고 청부한 살인업자가 바로 아내였던 멍청한 남자의 이야기, 살인의 기억을 계속 반복하는 딱한 아저씨, 살인죄를 짓고 마지막 판결을 기다리던 남자를 구해준 이들의 정체는? 자신만 모르는 수 십 년 전의 자신의 모습, 하지만 다시 찾은 고향에서 그의 정체를 알려주는 버스가 다가오는데….

 

궁금하시죠~?(^^) 상당히 다양한 스토리가 포진되어 있는 《4페이지 미스터리》. 강력히 추천합니다. 단 부디 아껴서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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