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U 1 사루 SARU 1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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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6년 명나라 자금성 폭발사고,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에 떨어진 운석, 1982년 포클랜드 전쟁 그리고 제천대성 손오공. 이 모든 것들은 과연 무엇과 연관되어 있을까.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 하지만 여기엔 거대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다.

 

《마녀》라는 작품으로 압도적인 화풍과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선보였던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세기말적 종말론을 주제로 한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바로 《SARU》다. SARU는 일본어로 원숭이를 뜻한다. 저자는 이 원숭이를 중심으로 종말론에 대한 거대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태고 때부터 세계 각지에 다양한 이름으로 존재해 왔던 원숭이. 사람들에게 원숭이는 외경의 대상이자, 공포의 존재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대. 세계 각지에서 이변이 속출하고, 흑마술이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세계 곳곳에서 원인 모를 죽음이 이어지고, 4명의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죽음의 현장에서 목격된다.

 

한편 프랑스 앙굴렘에 사는 일본 유학생 나나는 자신에게 걸린 흑마술이 인연이 되어 부탄의 승려 남걀, 바티칸 공식 엑소시스트 칸디드, 악마가 들렸다고 알려진 소녀 일레느와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일레느는 손오공, 즉 원숭이가 빙의된 소녀였으니!

 

이윽고 닥치는 거대한 재앙, 이제 인류는 거대한 원숭이와의 사활을 건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인류는 종말을 고할 것인가, 아니면 원숭이를 물리치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역사적 사실과 기발한 상상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SARU》는 일본 만화계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대담한 스토리 구조와 거대한 스케일이 읽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찌할 수 없이 ‘불완전한’ 존재다. 때문에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오감으로 느껴지지 않는 그 어떤 세계에 대한 경외심을, 그리고 공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불확실성의 결과는 종말론이란 이름으로 인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하곤 한다.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인간은 지구의, 우주의 유일한 존재가 아니다. 공존은 운명이며, 유일한 생존의 길이다. 하지만 인류는 스스로의 진화를 확신하며, 공존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자연과의 공존, 그리고 같은 인간과의 공존마저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는 온갖 이름의 전쟁으로 현실화되었고, 서로 이유도 없이 살육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그리고 이는 현재진행형이자, 확실한 미래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 어떤 이유도 아닌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인류는 멸망할지도 모른다. 아마, 인류의 종말이 닥친다면 그것은 인간 스스로의 죄악으로 말미암을 것이다.

 

2권의 코믹스가 담기엔 다소 벅찬 주제일 수도 있으나, 저자는 능수능란하게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유독 일본 만화 중 대작이 많음에 항상 부러움을 느껴왔다. 하지만 우리 만화 중에서도 대작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기에 기대를 가져본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환상의 이야기. 천둥벌거숭이 손오공을 주제로 한 스펙타클 대 서사시(!)에 빠져보자~!

 

1999년, 90의 9년, 7의 달,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앙골모아의 대왕을 부활시키기 위해

그 전후의 기간, 마르스는 정복의 이름으로 지배하려 하리라.

 

- 미셸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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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완벽한 2개국어 사용자의 죽음
토마 귄지그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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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우리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불고 있는 ‘변화에 대한 열망’‘기득권에 대한 분노’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님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1% 지배 권력’에 대항해 ‘99%’의 권리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는 분노의 표현입니다.

 

요 며칠 사이는 그야말로 긴박했습니다. 한미FTA 상정을 막기 위한 국민들의 외침이 전국을 흔들었습니다. 이를 애써 외면하고 모른 척한 주류 방송, 언론들의 뻔뻔함과 비양심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것과는 아예 상관없이 국민들은 당당하게 외치고 있었습니다. 전승국이 식민지 국가에게나 강요할 수 있는 불평등한 한미FTA를 당장 집어치우라고요.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요. 현 정부와 한나라당은 오만하고 가증스럽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까지 거들먹거리며 한미FTA를 강행하려 합니다. 그렇게 못 죽여서 안달이던, 참여정부의 모든 정책과 성과를 뒤집으며 그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 애쓰던, 결국 노무현 대통령마저 죽음으로 몰아갔던 저주의 그 집단이, 이젠 참여정부,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까지 팔아가며 외칩니다.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고요.

 

하지만 더 이상 국민들은 멍청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한나라당에게 몰표를 주었던 실수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사상 국민들에게 가장 많은, 다방면의 공부를 하게 해준 이 아닙니까. 덕분에 많은 국민들이 부동산 문제, FTA, 광우병, 4대강, 국방, 금융 등의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돈에 눈이 멀어 최악의 선택을 했던 국민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바뀌었을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이상 정상적인 삶을 이어갈 수, 또 꿈꿀 수 없을 정도로 사회가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강남 3구를 제외하고 말이죠.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이명박은 국민의 1%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이에 불과했습니다. 오직 돈이 된다면, 온 국토를 삽질의 천국으로 만들어도 상관없다는 태도, 미국, 일본에게 우리의 모든 것을 다 갖다 바쳐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왔습니다. 그렇게 4년을 보냈습니다.

 

어떤 국민이 여기에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떤 이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염치도 양심도 가치관도 철학도 없이, 돈을 위해 모든 것을 비상식으로 돌려놓는 이 끔찍한 현실 속에 누가 참을 수 있었을까요. 결국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스스로 만든 결과일 것입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서울 시장을 한 명 선출하는 데에도 엄청난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국민들입니다. 이제 깨달았을 것입니다. 기득권 세력, 그들의 힘이 얼마나 견고한지. 그들의 이기주의가 얼마나 확고한지.

 

서문이 길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한 모든 것들이, 우리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모든 모습들이, 바로 이 책에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때문에 이 책은 저자가 말한 것처럼 결코 미래소설일 수 없습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것입니다.

 

유럽 문단에서 무서운 신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오직 돈을 위해 광기에 사로잡혀 그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인간들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고 서글프게 그려냅니다. 전쟁도 사랑도 평화도 모두 돈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 현실, 이는 결코 소설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었습니다. 현실의 이야기였습니다.

 

주인공 ‘나’는 마피아의 대부이자, 유명가수 ‘짐짐’의 여자 친구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조직의 협박을 받게 됩니다. 마피아 대부는 그에게 살고 싶다면, 자신의 라이벌 여가수를 암살하라고 말합니다. 여가수 카롤린은 전장을 누비며 병사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여가수를 보호하는 민병대의 일원으로 들어간 주인공은 하지만, 이내 여가수를 사랑하게 되고, 암살 따위는 까맣게 잊게 됩니다. 그리고 거대 광고주와 매스컴이 주도하는 ‘전쟁 버라이어티 쇼’의 일원으로 전쟁을 ‘연출’하게 됩니다. 대기업의 로고가 박힌 군복을 입고 말이죠.

 

전쟁은 철저히 TV프로그램을 위해 조작됩니다. 무수히 많은 이들이 억울하게 죽어가지만, 그런 ‘우울한’ 장면은 화면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시청자들의 소비 욕구를 감퇴시키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오직 밝고 아름답고 말초적 스캔들이 가득한 장면만이 만들어질 뿐입니다.

 

이후 이야기는 엉뚱한 사건들의 연속과 반전으로 이어집니다. 주인공은 과연 카롤린과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요. 과연 마피아 대부 ‘짐짐’은 그를 살려줄까요. 전쟁 쇼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책의 제목인 ‘완벽한 2개 국어 사용자’는 끝내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바로 ‘완벽한 2개 국어 사용자’입니다. 두 언어, 두 진지, 두 문화 사이에 어정쩡하게 놓인 ‘이중성’의 인간, 즉 회색인간들이 살아가는 이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법도, 신념도, 가치관이나 철학도 없이 다만 생존본능만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군상들. 돈이 된다면 지옥이라도 들어갈 수 있는 이들의 처절한 쟁탈전. 그 사이에서 소모되는 이들은 다만, 말 그대로 소모품일 뿐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주인공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도, 이 세상이 왜 이따위가 되었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회색인간으로 살아갈 뿐입니다.

 

얼마 전 한나라당의 어떤 의원님께서 공지영 씨의 《도가니》를 두고, 사실을 왜곡했다고, 조사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습니다. 소설의 정의를 사전에서 찾아보셔야 할 분입니다. 초등학교는 나오셨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소설은 언제나 현실의 철저한 반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 역시 이 세상을 그대로 보여줄 따름입니다. 그리고 책을 통해 무엇을 느끼느냐 역시 독자들의 몫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대로 묵묵히 회색인간으로 살아갈 이들도 있을 것이고,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주인공과 같이 반수 상태로, 끝끝내 시스템에 갇힌 채 삶을 다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의 물줄기는 주인공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내 자신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내 스스로 의식하고, 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면, 그 변화에 또 다시 휩쓸려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입니다. 이 소설이 우리에게 소중한 그 무언가를 일깨워주고 있다는 증거가. 능동적 인간은 피곤합니다. 손해 볼 각오도 해야 합니다. 반면 수동적 인간은 편합니다. 대충 분위기에 따라 움직이면 됩니다. 하지만 역사는, 민중은, 내 양심은 그 차이를 정확히 꼬집어 낼 것입니다.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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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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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이후 빠르게 정국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하나하나 공약을 실천하고 있고요. 약간의 삐걱거림은 있지만, 지금까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에 반값등록금 대학을 실현하고, 소모성, 과시성 사업들을 재검토하거나 축소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서울시부터 모범을 보이겠다는 의지로 시청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현 정부는 출범부터 국민 알기를 정말 뭣처럼 했습니다. 한나라당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모든 추악한 짓거리를 하나하나 부지런히 실천에 옮겼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아니 오히려 커다란 재앙이 될 일들을 서슴없이 저질러 왔습니다.

 

노무현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이 부끄럽지만 돈과 욕망에 정신을 잃어 이명박과 같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뉴타운에 눈이 멀어 한나라당에게 몰표를 준 대가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온전히 국민들 탓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요.

 

이명박 정권의 지긋지긋한 세월을 견디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국민들은 이제 다시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직 돈으로 이 세상 모든 가치를 판단하려 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추악함에 치를 떨며, 다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추구했던, 공생의 사회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나는 꼼수다’로 조선일보의 돈과 권력으로 자행했던 억압과 왜곡, 기만을 통쾌하게 눌러버린 김어준 총수. 그는 분명 제가 지금껏 살면서 보아온 거의 유일한 고수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사랑한다는 점에서 저와 일치한 면도 있어, 반갑구요. 또한 시대를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확고한 철학, 거기에다 범접할 수 없는 개그 감각까지 갖춘 거의 완벽한 인물이라 생각합니다. 뭐, 스스로도 자신이 천재인 것은 알고 있는 듯.^^

 

그가 말하는 것은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합니다. 다같이 어울려 살아가야 마땅한 이 사회에서 저희들끼리만 잘 살겠다고 발버둥치고, 대다수 국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세력들을 눌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을 적으로 여기고, 국민을 테러리스트로 몰아 살해하는 정권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주 친절히 우리가 어떤 이들에 주목해야 하고,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은 후 돈만 생기면 주위 사람들에게 책을 사주고 있습니다. 제발 닥치고 한 번 읽어보라는 말과 함께. 김 총수의 버릇처럼, 저 역시 이 책을 읽고 후회하지 않을 것에 500원을 겁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현 정권, 이명박 대통령, 검찰, 경찰, 한나라당, 삼성 등등에 대해 새삼스럽지만, 다시 한 번 분노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알아야 하고, 분노해야 합니다. 그래야 행동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고, 바꿀 수 있습니다.

 

그동안 움츠려들고, 기죽고 살아왔던 모든 서민들이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가 1%의 기득권층에 대항하고,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 돈으로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들에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원래 유행에 민감한 우리 국민들 아닙니까. 이젠 그 유행을 선도해야 할 차례입니다!

 

뛰어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드러나게 되어있습니다. 김 총수와 같은 인물이 이 시대에 있다는 것에 다소에 안도감을 느끼며, 그의 명작 중 명작 《닥치고 정치》반드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최근 읽은 책 중 단연 압권입니다.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습니다.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강추합니다!

 

세 번째는 쫄지 않는 자세. 과거의 군사정권은 조직폭력단이었어(웃음). 힘으로 눌렀지. 그런데 이명박은 금융사기단이야(웃음). 돈으로 누른다. 밥줄 끊고 소송해서 생활을 망가뜨려. 밥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힘으로 때리면 약한 놈은 피해야 해.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피하고 뒤에서 씨바거리면 돼(웃음). 그런데 밥줄 때문에 입을 다물면 스스로 자괴감 들어. 우울해져. 자존이 낮아져. 위축돼. 외면하고 싶어. 그러니까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건, 위로야. 쫄지 마. 떠들어도 돼, 씨바. 그런 자세는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 위로를 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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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연애 심리 - 어느 게이가 말하는
오스카 지음, 최정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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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에 이와 비슷한 책을 한 권 읽은 기억이 납니다. 온라인상에서 연애상담을 해오던 친구의 글이었는데, 독특하고 재미있었다고 기억됩니다. 사실 연애와 관련된 책은 그리 쉽게 손이 가지 않죠.

 

이 책도 얻게 된지 꽤 오래 지난 책입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고,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동성애자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 정도로 찌질이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조금 건방졌다고 해야 할까요. 이미 결혼도 했고, 제가 굳이 또 다른 이성을 유혹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에, 굳이 어떤 연애 비법을 알아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리고 세상 어디에도 이성을 100% 확실히 유혹할 수 있는 비법 따위는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이 있다면, 아마도 억만금을 주고라도 사려는 이들이 넘치겠죠? 그걸 만든 이는 엄청난 부자가 될테구요. 사실 비법을 알면 제가 먼저 책으로 냈을 것입니다.

 

물론 이 책 역시 여성을 확실히 유혹할 수 있는 ‘절대 고수들의 비법’을 가르쳐 주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저자가 프랑스인이기에 우리와는 조금 매우 다른(!) 환경을 기준으로 이야기합니다. 섹스에 대한 생각이나, 심지어 우리식대로 하면 불륜에 대한 가이드까지 제시해 주거든요. 조금 위험하죠?

 

하지만 길지 않은 분량의 책을 통해 나름대로 느낀 것은 확실히 있습니다. 뭐 제가 이 책을 계기로 다른 여성을 유혹해 봐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거나, 성적 매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깨닫고 자신감이 높아졌다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여성을,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된 것이지요.

 

책에서 말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단순합니다. 보다 더 여성을 배려하고, 사랑하라는 것. 자신의 욕망보다는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상대방이 기뻐할 수 있는 행동을 하라는 것. 그것이 심지어 섹스를 위한 ‘계획적인 친절’이나 배려일지라도, 여성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몇 배 더 남자를 사랑할 것이라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사랑을 전한다면, 그 어떤 여자가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요. “여자는 깊은 호감과 고마움을 느낀 남자에게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준다”는 저자의 말은 지극히 당연하기에 위대(!)합니다.

 

이제 짧은 가을이 지나고 어느 새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솔로들이 방황하고 절망할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죠. ‘사마귀 유치원’의 일수꾼 아저씨가 말하는 것처럼 ‘돈’만 있으면, 아니 돈이 있어야 결혼할 수 있고, 가정을 꾸릴 수 있고, 사랑을 할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그리고 남성들은 자신을 완전히 사랑해줄 짝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손해는 어느 정도 감내할 용기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래야 적어도 세상에 100% 정이 떨어지진 않을 테니까요. 이를테면 제 아내처럼, 아무 것도 없는 남자에게 오직 사랑 하나만 믿고 운명을 거는, 그런 어리석은 여성들도 반드시 존재합니다. 그게 제 행복이자, 또 제가 평생 갚아 나가야 할 빚일 것입니다.

 

이 가을 그리고 겨울. 모두들 따뜻한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물론! 뜨거워도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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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하는 운명 카드
윤현승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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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람은 가능한 한 많이 돌아보고, 찾아보고, 발품을 팔아야 새로운 세계와 만날 수 있다는 사실. 비록 발품까지는 팔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

 

윤현승 작가가 미스터리나 판타지 분야의 ‘마니아’층을 형성할 만큼 인기가 대단한 작가였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거든요. 판타지 분야에 지식이 일천한 제 불찰(!)입니다.

 

그런데 아주 우연히 읽게 된 《살해하는 운명카드》를 통해 느꼈습니다. ‘아, 인기를 얻을 만 한 작가구나.’라는 사실. 놀라운 흡입력을 가진 작가라는 사실말입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빚을 갚지 못하고, 거기에 자신까지 많은 금액의 빚을 지고 만 종민. 그는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기엔 조금 많은 나이지만, 하루하루 총(주유기)을 쏘면서, 행여나 들이닥칠 사채업자 혹은 빚쟁이가 고용한 깡패들을 걱정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나타난 남자의 제안, 그는 자신을 따라 어디론가 가주면 지금까지의 모든 빚이 사라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상도 못할 금액의 돈을 받게 될 것이라 말합니다.

 

처음엔 이 허황된 이야기를 믿지 않던 종민이지만, 어차피 그의 인생에 더한 최악은 없다고 생각해, 그는 그 남자를 따라가게 됩니다. 눈을 가린 채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어느 한적한 시골의 별장. 그리고 그 별장 안에는 종민과 같은 제안을 받고 도착한 4명의 남녀가 있었습니다.

 

이윽고 회장이라는 노인이 나타나 ‘게임의 룰’을 말해줍니다. 일주일 동안 진행될 게임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1인당 20억 원의 돈을 준다는 제안. 하지만 각자가 선택한 운명 카드에 적힌 자신의 운명을 거역해야만 받을 수 있는 돈입니다. 종민의 카드엔 어떤 운명이 적혀 있을까요. 그리고 그들은 일주일 동안 자신의 운명을 거역할 수 있을까요.

 

더 이상 인생에 희망을 찾지 못하는 5명의 남녀들이 만나 벌이는 포커 게임.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이상한 기운. 너무나 쉬워보이던 게임의 룰은 그러나 가면 갈수록 공포와 두려움으로 바뀌게 됩니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상황,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마치 한 편의 시나리오를 보는 듯한 생생함과 긴장감이 넘치는 문체, 그리고 쉴 틈을 주지 않는 속도는 독자로 하여금 100% 작품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그 결말이, 그 끝이 궁금해 도저히 책장을 도중에 덮지 못하는 마력이 분명 이 책엔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해 봅니다. 과연 인간은 돈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타락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 과연 어느 정도의 금액이 되어야 인간은 자신을 포기할 수 있을까.

 

이른 바 ‘막장 인생’들에게 절실한 것은 생명도, 인간다움도, 삶의 가치도 아닌 다만 돈이었습니다. 그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자, 마지막 탈출구였습니다. 물론 어떤 이들에겐 그것은 또 하나의 재미있는 게임일 뿐이겠지만.

 

새로운 작가를 만나게 된 기쁨이 적지 않습니다. 비록 판타지에 큰 재미를 느끼진 못하지만,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을 기대해 봅니다. 재미있게, 또한 약간의 생각도 하며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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