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해하는 운명 카드
윤현승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1년 9월
평점 :
역시 사람은 가능한 한 많이 돌아보고, 찾아보고, 발품을 팔아야 새로운 세계와 만날 수 있다는 사실. 비록 발품까지는 팔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
윤현승 작가가 미스터리나 판타지 분야의 ‘마니아’층을 형성할 만큼 인기가 대단한 작가였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거든요. 판타지 분야에 지식이 일천한 제 불찰(!)입니다.
그런데 아주 우연히 읽게 된 《살해하는 운명카드》를 통해 느꼈습니다. ‘아, 인기를 얻을 만 한 작가구나.’라는 사실. 놀라운 흡입력을 가진 작가라는 사실말입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빚을 갚지 못하고, 거기에 자신까지 많은 금액의 빚을 지고 만 종민. 그는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기엔 조금 많은 나이지만, 하루하루 총(주유기)을 쏘면서, 행여나 들이닥칠 사채업자 혹은 빚쟁이가 고용한 깡패들을 걱정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나타난 남자의 제안, 그는 자신을 따라 어디론가 가주면 지금까지의 모든 빚이 사라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상도 못할 금액의 돈을 받게 될 것이라 말합니다.
처음엔 이 허황된 이야기를 믿지 않던 종민이지만, 어차피 그의 인생에 더한 최악은 없다고 생각해, 그는 그 남자를 따라가게 됩니다. 눈을 가린 채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어느 한적한 시골의 별장. 그리고 그 별장 안에는 종민과 같은 제안을 받고 도착한 4명의 남녀가 있었습니다.
이윽고 회장이라는 노인이 나타나 ‘게임의 룰’을 말해줍니다. 일주일 동안 진행될 게임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1인당 20억 원의 돈을 준다는 제안. 하지만 각자가 선택한 운명 카드에 적힌 자신의 운명을 거역해야만 받을 수 있는 돈입니다. 종민의 카드엔 어떤 운명이 적혀 있을까요. 그리고 그들은 일주일 동안 자신의 운명을 거역할 수 있을까요.
더 이상 인생에 희망을 찾지 못하는 5명의 남녀들이 만나 벌이는 포커 게임.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이상한 기운. 너무나 쉬워보이던 게임의 룰은 그러나 가면 갈수록 공포와 두려움으로 바뀌게 됩니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상황,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마치 한 편의 시나리오를 보는 듯한 생생함과 긴장감이 넘치는 문체, 그리고 쉴 틈을 주지 않는 속도는 독자로 하여금 100% 작품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그 결말이, 그 끝이 궁금해 도저히 책장을 도중에 덮지 못하는 마력이 분명 이 책엔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해 봅니다. 과연 인간은 돈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타락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 과연 어느 정도의 금액이 되어야 인간은 자신을 포기할 수 있을까.
이른 바 ‘막장 인생’들에게 절실한 것은 생명도, 인간다움도, 삶의 가치도 아닌 다만 돈이었습니다. 그것만이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자, 마지막 탈출구였습니다. 물론 어떤 이들에겐 그것은 또 하나의 재미있는 게임일 뿐이겠지만.
새로운 작가를 만나게 된 기쁨이 적지 않습니다. 비록 판타지에 큰 재미를 느끼진 못하지만,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을 기대해 봅니다. 재미있게, 또한 약간의 생각도 하며 읽은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