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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U 1 ㅣ 사루 SARU 1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1626년 명나라 자금성 폭발사고,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에 떨어진 운석, 1982년 포클랜드 전쟁 그리고 제천대성 손오공. 이 모든 것들은 과연 무엇과 연관되어 있을까.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 하지만 여기엔 거대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다.
《마녀》라는 작품으로 압도적인 화풍과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선보였던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세기말적 종말론을 주제로 한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바로 《SARU》다. SARU는 일본어로 원숭이를 뜻한다. 저자는 이 원숭이를 중심으로 종말론에 대한 거대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태고 때부터 세계 각지에 다양한 이름으로 존재해 왔던 원숭이. 사람들에게 원숭이는 외경의 대상이자, 공포의 존재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대. 세계 각지에서 이변이 속출하고, 흑마술이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세계 곳곳에서 원인 모를 죽음이 이어지고, 4명의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죽음의 현장에서 목격된다.
한편 프랑스 앙굴렘에 사는 일본 유학생 나나는 자신에게 걸린 흑마술이 인연이 되어 부탄의 승려 남걀, 바티칸 공식 엑소시스트 칸디드, 악마가 들렸다고 알려진 소녀 일레느와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일레느는 손오공, 즉 원숭이가 빙의된 소녀였으니!
이윽고 닥치는 거대한 재앙, 이제 인류는 거대한 원숭이와의 사활을 건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인류는 종말을 고할 것인가, 아니면 원숭이를 물리치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역사적 사실과 기발한 상상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SARU》는 일본 만화계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대담한 스토리 구조와 거대한 스케일이 읽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찌할 수 없이 ‘불완전한’ 존재다. 때문에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오감으로 느껴지지 않는 그 어떤 세계에 대한 경외심을, 그리고 공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불확실성의 결과는 종말론이란 이름으로 인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하곤 한다.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인간은 지구의, 우주의 유일한 존재가 아니다. 공존은 운명이며, 유일한 생존의 길이다. 하지만 인류는 스스로의 진화를 확신하며, 공존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자연과의 공존, 그리고 같은 인간과의 공존마저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는 온갖 이름의 전쟁으로 현실화되었고, 서로 이유도 없이 살육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이뤄졌다. 그리고 이는 현재진행형이자, 확실한 미래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 어떤 이유도 아닌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인류는 멸망할지도 모른다. 아마, 인류의 종말이 닥친다면 그것은 인간 스스로의 죄악으로 말미암을 것이다.
2권의 코믹스가 담기엔 다소 벅찬 주제일 수도 있으나, 저자는 능수능란하게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유독 일본 만화 중 대작이 많음에 항상 부러움을 느껴왔다. 하지만 우리 만화 중에서도 대작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알기에 기대를 가져본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환상의 이야기. 천둥벌거숭이 손오공을 주제로 한 스펙타클 대 서사시(!)에 빠져보자~!
1999년, 90의 9년, 7의 달,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앙골모아의 대왕을 부활시키기 위해
그 전후의 기간, 마르스는 정복의 이름으로 지배하려 하리라.
- 미셸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