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 정의구현사제단 함세웅 신부와의 대화 이슈북 1
함세웅.손석춘 지음 / 알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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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시대의 양심’ 중 한 분인 정의구현사제단 함세웅 신부를, 역시 이 시대 얼마 남지 않은 ‘언론인’ 손석춘 전 〈새로운사회를만드는연구원〉 원장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출판 날짜를 보면 짐작할 수 있듯, 대선 전 이루어진 만남을 정리해 펴낸 책이다.

 

함 신부와 손 원장을 일일이 소개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겠다. 민주화와 통일의 길에 한 평생을 던진 함 신부와 역시 언론개혁과 민주화에 앞장 서온 손 원장 모두 지극히 존경하고 사모하는 분들이라는 점만 고백한다.

 

책은 이 땅의 정치라는 것이 왜 이리 모멸스러운 존재가 되었는지, MB정권의 참혹한 실패가 왜 이명박이라는, 혹은 그를 따르는 구차스러운 존재들만의 실패가 아닌지를 이야기한다. 아울러 황금에 눈이 멀어 결국 제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몰아넣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추악함, 그리고 민주주의와 올바른 역사의식을 돈 몇 푼에 팔아버린 이들에 대한 동정과 비판을 함께 들려준다.

 

물론 민주화 세력, 혹은 진보진영이라 자처하는 이들에 대한 가슴 아픈 성찰의 필요성도 이야기하고 있다. 삼성이라는 우상, 노무현이라는 한계, 그리고 평가가 아닌 단지 꾸짖음의 대상이 되어버린 이명박 정권. 아울러 박정희 또는 박근혜라는 거짓과 기만의 역사.

 

부패한 시대는 그 어디에서 외계인이 날아와 만들어낸 것이 아님을 함 신부는 말하고 있다. 황금에 대한 우상이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아울러 자신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정치적 오만과 착각 역시 지금의 무참한 시대를 만들어냈다. 함 신부는 말한다. 정의를 말하려거든 자신부터 정의로워야 한다고.

 

권력, 물질 그리고 여기에 노예가 되어버린 언론. 참혹한 자본의 논리와 거짓된 선전 놀음에 많은 이들이 휘둘리고 있는 지금. 과연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사는 것’인지를 잊어버린 이들은 하염없이 그저 ‘살아내고만’ 있다.

 

책은 함세웅 신부의 치열했던 삶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근현대사를 돌아보고 있다. 아울러

이승만부터 이명박까지 역대 정권들의 허물과 잘못들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왜 피와 눈물을 흘려 얻어낸 민주주의가 자본의 힘 앞에 다시금 노예가 되고 있는지 찬찬히 돌아보게 한다. 성찰의 시간을 전해주는 것이 책이 가진 커다란 미덕 중 하나라면 이 얇은 책은 두께를 초월한 성찰의 시간을 전해주고 있다.

 

비록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권력을 손에 쥔 사람,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진 사람들을 꽤나 많이 본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직접 이야기도 나누었고, 어떤 이들은 그저 먼발치에서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존경을 품을 만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나는 거리에서 비루한 삶의 현장에서 더 많은 이들을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집이 대저택이 아니라 하더라도, 번쩍거리는 큰 차가 없더라도 충분히 크고 빛나는 이들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함세웅 신부와 손석춘 원장의 짧은 대화는,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하는 이유, 불의한 권력에 맞서야 하는 이유, 거짓 언론에 속지 말아야 할 이유 그리고 참 ‘나’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삶은 이래야 하고, 책은 이래야 한다. 얼마나 부유하게 사느냐보다, 얼마나 두꺼운 책인지 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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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문재인 - 운명을 바꾼 남자 백무현의 만화 현대사 인물열전 1
문재인.백무현 지음 / My Dpot(마이디팟)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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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대선 직후 외신이 뽑은 한 기사의 제목이 새삼 떠오른다.

 

‘독재자의 딸이 인권변호사 출신 후보를 누르다!’

 

글을 쓴 기자의 머릿속에 어떤 감정이 소용돌이 쳤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 기사의 제목이 너무나 부끄러워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물론 상당히 화끈거린다. 나를 비롯한 이 시대를,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두고두고 감당해야 할 몫이다.

 

선거의 결과가 명백해졌을 때, 과연 문재인의 머릿속엔 무슨 생각이 떠올랐을까 상상해봤다. 당연히 친구를 떠올렸을 것이라 생각했다. 대통령 노무현이 아닌 일생의 벗 노무현. 그가 만들고자 했던 세상, 그가 꿈꾸었던 세상. 친구는 자신의 영원한 동지이자 친구의 못다한 꿈을 이루지 못한 미안함에 많이 떨었으리라.

 

문재인은 MB보다 많은 득표를 하고도 낙선했다. 역대 대선후보 중 가장 깨끗했으며, 여당조차 아니 MB 시대의 수많은 권력의 ‘개’들조차 흠을 찾지 못한 정치인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 사실은 변화가 없다. 그는 꽤 괜찮은 정치인이자, 남자다.

 

하지만 그는 부친의 잘못에 대해 그 어떤 죄의식이나 역사적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이에게 패배했다. 독선과 아집이라면 MB 못지않은 이에게 패배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는 패장이다.

 

5년이란 시간을 흡사 50년처럼 느끼게 한 MB정권을 단죄하지 못하고, 다시 ‘그 나물에 그 밥’들에게 5년을 빼앗긴 책임에서 그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지만 언제나 역사가 그래왔듯, 그 역시 시대의 소명을 다한 정치인이었다. 그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다음날 김대중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헌화한 화환의 말은 “배운 대로 하겠습니다”였다. 그 말처럼 그는 일생동안 그가 배운 대로 행동했다. 부당한 역사를 외면하지 않았고, 일생의 벗이 힘들어할 때 손을 잡아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가 때로 노무현보다 더 크게 보이는 이유이다.

 

책은 인간 문재인의 이야기다. 한 권이라는 짧은 분량 속에 한 인간의 삶을 녹여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백무현 작가는 최대한 인간 문재인의 ‘운명’같은 삶을 담아내려 애썼다. 문재인을 반대하고 노무현을 거부하는 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과장이나 왜곡처럼 느껴질 수 있는 부분도 간혹 보이지만 거짓을 담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선거에 패배하고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 덕분에(!) 문재인 역시 비난의 화살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아울러 그는 조금은 얄미워 보이는 안철수처럼 재빠르지도(!) 못하다. 천성이 그런 사람이다.

 

책은 문재인이 비겁한 삶, 굴복하는 삶을 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는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다. 독재정권에 끝까지 저항했다. 역사에 대한 인식도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현 대통령과 그가 분명히 다른 점이다.

 

저자는 그의 삶을 ‘암울하기 짝이 없는 현대사의 샅바를 잡고 씨름해온 역사’라고 표현했다. 책을 읽다보면 그의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 어느 시점까지 문재인이 패장이란 오명을 안고 살아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의 패배는 우리 모두의 패배라는 것이다. 바른 역사와 정의를 애써 외면한 우리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 절망의 책임을 계속 그에게만 떠넘기는 찌질한 짓은 그만했으면 한다. 여전히 대소변을 못 가리는 유아틱 민주당도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치가 떨리게 억울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운명은 끝이 났다. 하지만 문재인의 운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더러운 욕망들이 칼춤을 추는 우리 정치풍토에서 정치인 문재인은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리고 훗날 그가 현실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에게 보여줄 것들은 적지 않다. 최소한 본받고, 배울만한 가치가 있는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그가 써내려갈 운명의 역사도 함께 지켜봐야 할 것이다. 많이 속상하고 억울했지만, 그를 선택한 내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 난 여전히 그를 믿고 지지한다. 꿋꿋하게 역사를 믿고 계속 그렇게 나아가기를 바란다.

 

그의 친구, 우리들의 대통령이 꾸었던 꿈은 아직도 이뤄야 할 ‘꿈’으로 남아있다. 오래도록 그와 함께 그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힘내시라! 그리고 나 역시 힘 내자! 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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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불능세대 - 투표하고, 연애하고, 결혼하라
김대호.윤범기 지음 / 필로소픽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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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따지고 들자면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지난해 말, 나는 참 두렵고도 절박했던 듯싶다.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모순들에 대해 적잖이 분노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엄연히 국가의 주인은 국민임에도, 아니 주인을 넘어 다소 낯간지럽기까지 한 ‘고객’이라는 이름으로 받들어 모시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정작 국민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은 시대. 오히려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하고, 말 그대로 죽음과도 같은 ‘탈락’ ‘낙오’를 피하려, 발버둥치는 시대. 딱히 크게 잘못한 이들은 없는 듯한데, 이상하게 대다수 국민들이 형벌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변화는 간절했고, 현실은 남루했다. 딱 그랬다.

 

때문에 주로 사회의 아픈 문제들을 진단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책을 찾아 읽은 것 같다. 평소에도 물론 사회 비평서나 인문교양․정치평론을 즐겨 읽었지만, 2012년 하반기, 아니 1년을 통틀어 꽤나 많이, 혼자 아파하고 분노하고 뭐 그랬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과연 그런 수고(?)를 한 보람이 있었는지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미처 관심을 갖지 않았던 문제들에도 눈을 돌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분명 많이 배운 시간들이었다.

 

이 책은 두 남자가 중심이 되어 늘어놓은 담화(!)다. 한 남자는 정책 이론가이자 글 어렵게 쓰기로 유명한 진보진영의 ‘까칠 왕따’이고, 또 한 명은 나와 동갑인 ‘개룡뻔남’ 기자이다. 개천에서 용이 될 뻔한 남자라는 뜻이다.

 

이 두 남자는 청년들의 결혼 문제를 시작으로 이 시대 진보진영의 한계 그리고 과제, 비정규직 문제, 교육정책, 정치참여의 절박성 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중간 중간 청년 게스트, 정치인, 교육전문가 등이 끼어들어 나름의 ‘노가리(!)’를 선사한다.

 

개룡뻔남 윤범기 기자가 이 책을 기획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우선, 까칠한 진보논객 김대호 소장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이 나름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 소장의 글이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다소 난해해서 많은 이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우니, ‘주고받기 노가리’ 방식으로 풀어낸다면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윤 기자의 생각이 옳았다고 본다. 일단 읽기에 부담이 없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불능세대라, 살벌한 단어다. 결혼이 아예 불가능한 세대. 반드시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지금도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아이들이 적다고 걱정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확실히 더 줄어들 것은 빤하다. 그리고 그 추세가 이어진다면, 대한민국은 한민족이 아닌 다양한 인종의 복합국가가 아니면, 멸종하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장난이 아닌 거지.

 

‘약간 오버하는 것 아녀?’라고 반응하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의 상황은 오버의 수준을 상당히 넘어섰다. 영국의 어느 학자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이어진다면, 우리가 지구상에서 자연적으로 소멸되는 첫 국가가 될 것이라는 살벌한 예언을 한 바 있다. 남의 일이라고 막말을 하셔 아주! 그만큼 우리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얘기다.

 

고민해보자. 왜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을까? 결혼은 사랑만 먹고 피어나는 꽃이 아니다. 아쉽게도. 그리고 교육문제, 보육문제, 주거문제 등 다양한 삶의 조건들이 얽혀있다. 이러한 삶의 필수적인 요소들을 지금의 평범한 청춘들이 감당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리다.

 

대충 거칠게 계산해봐도 서울에서 부모의 도움 없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최소한 인간답게(!) 살려면 연봉 4천만 원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의 전셋값, 집값 등을 고려한 계산이다. 하지만 자녀 출산을 포함시키면 이야기는 조금 더 우울해진다. 상상이 충분히 가능하실 테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

 

지금 청춘 중에 연봉 4천만 원을 넘기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현재 둘이 합쳐 1억 1천만 원 이상이 결혼비용으로 들어간다고 하는데, 과연 그 돈을 너끈하게(!) 감당할 수 있는 커플이 얼마나 될까? 부모의 도움 없이 말이다. 또 다시 우울.

 

TV드라마나 영화 등을 보면 온통 신데렐라 성공기 아니면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 ‘출생의 비밀(!)’이라는 로또를 만나 해피하게 살게 되는 이야기 투성이다. 물론 TV에서조차 비루한 현실을 담아낸다면 시청률이 바닥을 기어 다닐 것이 빤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현실을 끝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결국 결혼하기 좋은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이다. 독신을 고집하는 이들도 물론 존중받아야 하지만 자발적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포기한 독신은 비극이기 때문이다. 그럼 해법은 무엇일까? 뭐 쉽게 답이 나올 수 있다면 문제 자체가 처음부터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단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고, 수도권 집중 문제가 풀려야 한다. 아울러 출발이 불평등이라는 보다 근본적이면서도 우리나라 특유의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책은 청춘들의 결혼 문제로 시작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살펴본다. 비정규직 문제도 그 중 하나. 여기에서 김대호 소장은 진보진영에게서 강한 반발을 살 수 있는 주장을 제기한다. 진보진영이 외치는 ‘비정규직 철폐’ 구호가 오히려 대학생들의 취업을 막는다는 것이다.

 

그는 비정규직 철폐는 불가능할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한다. 대신 그는 비정규직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한 번 고용하면 쉽사리 해고할 수 없는 채용에 있어서 더 신중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취업의 문은 더 좁아진다는 설명. 정규직 vs 비정규직의 프레임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바꾸어 바라보면 상당히 다를 결과가 나온다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사실 우리는 한진중공업 직영 노동자 400명의 정리해고에 대해서는 분노했지만, 4000명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철폐라는 ‘불가능한 작전’보다는 부당한 격차의 해소라는 근본적 해법에 주목하자는 주장은 충분히 생각해 볼 문제다.

 

책은 또한 우리 사회에서 점차 좁아지고 있는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다시 넓히는 문제, 이와 관련된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현직 교사이자 교육문제 전문가인 이기정 선생의 솔루션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치 풍토, 시스템을 꼬집고, 개선이나 변화의 필요성이 있는 선거제도를 지적한다. 의미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정말 열심히, 영리하게 잘 일할 수 있는 정치인을 만들고 키워내야 한다는 주장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정치 생태계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들의 자각과 행동뿐이다. 국민이 똘똘해야 ‘스마트 국회’ ‘스마트 정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소리.

 

김대호 소장은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로워진 상황에서 결혼이 어려워진 이유는 바로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을 개척할 수 있다는 낙관적 예측’이 사라졌기 때문이라 말한다. 지금 팍팍하게 살면, 죽을 때까지 팍팍하게 살 것 같다는 절망이다. 그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무너진 희망의 사다리, 사라진 도전의 사다리 탓이라 말한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가 말하는 결론은 명확하다. 무너진 시장 사다리를 복원하고, 과도한 부담이 쏠린 교육 시험 사다리를 합리화하고, 빈약한 선거 사다리를 확충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사다리나 상속 사다리와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사다리를 줄여나가야 한다.

 

언제나 근본적 문제는 지나친 쏠림과 불평등이었다. 왜 우리보다 훨씬 가난하다고 말들 하는 부탄, 라오스 같은 나라의 국민들이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가는지, 이제 더 이상 모른 척 하지 말자. 그 옛날 공자 선생께서도 그렇게 강조하시지 않았나.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말고, 공평하지 않은 것을 걱정하라’고.

 

두 남자의 재미없어 보이는 만담을 통해, 비록 그들 생각에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분명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공평함’에 대해서 말이다. 인간적으로, 양심적으로 산다는 것은, 언제나 그랬지만 정말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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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정부 시민의 경제 -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
우석훈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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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억력이 지금의 수준보다 더 높았다면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불과 넉 달 전 많은 이들은 ‘멘붕’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지 않았나. 하지만 지금은? 물론 그 사이 많은 이들이 멘붕을 넘어 좌절의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아픈 일들이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 더 많은 이들은 또 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며 이렇게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짧은 기억력은 때론 축복이다.

 

정말 절묘하게 이번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신상에 여러 가지 변화가 겹쳐 서평이 상당히 늦어졌다. 결혼한 지 5년이 넘도록 아이가 없는 이유마저 “MB정권의 암흑기에서는 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정치적 이유(!)’를 들먹이며 변명했던 내게도 결국(?) 축복이 내려와, 귀엽고 벌써 한 성질 하시는 딸을 얻었다. 덕분에 게으른 내 성질에 더더욱 서평이 늦어졌고, 이렇게 지난 해 읽은 책들을 새삼 반성하듯(!) 돌이켜본다.

 

자신을 늘 ‘C급 경제학자’라 표현하는 우석훈 선생이 자신의 독특한 이력, 즉 정부에서도 일해 봤고, 기업에서도 밥을 벌어먹고 살았으며, 시민운동에 몸담았던 경험을 돌이켜 써내려간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 이후 연이어 《모피아》와 같은 소설도 펴냈으니, 우리나라에서 비록 C급이라도 경제학자로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 같다. 이상하네. A급을 자처하는 이들은 상당히 여유로워 보이던데….

 

아무튼 이 책은 대한민국 시민운동의 역사와 더불어 자신의 경험 속에서 아쉬웠던, 또는 즐겁고 보람 있었던 이야기들을 담아 흥미롭다. 또한 시민운동 속에 ‘시민’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도 나름대로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MB정부 이후의 대한민국 정부가 ‘시민의 정부’라 부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시민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우리 정치는 ‘증오의 정치’가 아니었을까. 저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뭐, 대다수 사람들이 인정하지만 좀처럼 발설하지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치를 잊어서도 안 된다. 왜냐? 우리가 증오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망각이기에. 저자의 조금은 밋밋한 제목은 여기에서 만들어졌다. 이젠 시민이 사회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경제적 주체로 등장하는 시기가 다가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그나마 바람직한 대한민국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이제 그럴 때가 되었다는 확신과 바람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저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결과는 다르게 나와 버렸다. 그리고 어느새 시간이 조금 지났다. 최소한 5년은 더, 시민은 시민대접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뭐,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 보인다.

 

신기한 일들이 반복적으로 벌어진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다음부터는 이상하게 그 사람에 대한 칭찬보다는 비판이 더 잦다. 이럴 때에는 지하철에서 만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오히려 더 순수하고 정상으로 보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정비한 복지제도를 통해 수혜를 받으면서, 그것을 가지고 박근혜를 칭찬하더라도 말이다. 뭐, 아무튼 의리는 있잖아.

 

지난 대선을 앞두고 정말 많은 이들이 이번엔 제대로 국민의 힘을 보여주자고 했다. 그리고 5년 마다 한 번만 주인 대접을 받으려 하지 말고, 5년 내내 국가의 주인다운 모습을 갖자고 외쳤다. 구구절절 아름다웠으며, MB의 크나큰 은혜 덕분이었다. 우리가 왜 시민이어야 하는지 절실하게 가르쳐 주셨기 때문이다.

 

정치는 치열한 권력 투쟁과정이다. 때문에 증오가 판을 친다. 얼마 전 정치에서 물러난 유시민은 자신이 그러한 투쟁을 즐기지 못했기에 정치인으로서 성공하지 못한 게 아닐까 라고 빠르게 회고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람마다 정치를 하는 방식도 다르니 뭐라 할 순 없겠다.

 

아무튼 증오는 버릴 수 없다. 하지만 지독한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내가 경험해 봐서 안다. 아니 지금도 상당 부분 그렇게 피곤하게 살고 있다. 아니, 세상에 즐겨보는 신문, 방송 등을 기준으로 어떻게 훌륭한 사람, 나쁜 사람을 나눌 수 있겠는가! 난 그렇게 거칠게 편 나누는 인간 중 하나였고, 여전히 거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피곤하다. 상당히.

 

그래서 이제 조금 덜 피곤하고 더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석훈 선생의 글을 즐겨 읽는 이유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의 글은 꽤 발랄하면서도, 동시에 증오를 완전히 태워버리지는 않는다. 여지를 남겨둔다는 말씀. 상당히 괜찮다. 그리고 소모적인 증오보다는 이유 있는 반전을 준비하도록 선동(!)한다. 영리한 C급 같으니라고!

 

5년 동안 MB를 욕하느라 입이 아팠다. 그렇다고 박근혜가 그에 못지않게 개판을 치는데, 입을 다물 생각은 없다. 내 키보드는 여전히 빠른 타수를 자랑하는 독수리로 난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소모적인 정신적 학대는 하지 않으려 한다. 그보다는 더 즐겁게, 더 유쾌하게 반대하며 비판하며 증오할 생각이다. 아울러 우리가 진 이유를, 그들이 이긴 이유를 찬찬히 되씹으며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이다.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사회. 시민의 경제적 주체가 되는 사회는 분명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시민이 되어야 한다. 시민은 무엇일까? 유시민에게 물어보라는 농담은 마시고. 결국 참여자이면서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 나라에서 돌아가는 모든 일들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완전히 손 놓고 멍청이로 그저 숨만 쉬고 살아가는 것에는 격하게 거부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시민이라고 믿는다.

 

서평이랍시고 내 얘기만 또 주절거린다. 암튼 이 책, 읽어볼 만하다. 우석훈 선생은 대선에서 다른 결과를 예상하고, 그 다른 정부가 나아가야 할 길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예상이 틀렸다고 내용까지 틀린 것은 아니다. 일단 재미있고, 심히 유익하다. 한국정치사와 더불어 시민운동사도 살짝 엿볼 수 있다. 지극히 편파적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없는 말 지어내는 양반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우 선생은 대선 직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뭐,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여전히 필요한 말이다. 이번 5년은 이것부터 한 번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뭐, 싫음 마시고.

 

“우리는 스스로를 시민이라고 부르고, 그렇게 정체성을 느끼는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의 정부가 온다. 그리고 그게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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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
신은미 지음 / 네잎클로바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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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인 상황에서, 어쩌면 꽤 어색한 글, 서평이 될 수 있겠다. 굳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남북 관련 뉴스를 TV나 라디오를 통해서는 접하지 않고 있다. 무참하기도 하고, 또한 억장이 무너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비극을 직접 체험한 이들이 다시 후손들에게 전쟁을 선동한다. 덩달아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도 전쟁을 외친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이들도 너무나 쉽게 전쟁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언론과 방송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 쓴 종편 채널 장사치들은 또 다시 자신들의 장기인 안보 장사에 혈안이다. 24시간 온통 전쟁이야기, 북에 대한 비난과 갈등 조장이다. 누가 봐도 지극히 필사적인 모습이다. 암담하고 무참한 세월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왜 이러고들 있을까. 정작 일반 국민들은 당장 먹고 살기 바빠, 그야말로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피난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사는데, 왜 끊임없이 전쟁판을 벌이지 못해 안달일까. 지난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하는 실수를 반복해서 범하는 것.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라 하지만, 지금처럼 참담하고 기가 막힌 적이 또 있었던가.

 

지난 해 재미동포 신은미 선생의 방북기가 인터넷 언론에 연재되고, 잔잔한 반응을 얻을 때에는 아무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대선을 치르기 전이었고, 남북관계 복원과 개선을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었다.

 

당시 문재인 후보를 비롯해 박근혜 후보조차도 남북관계 복원과 대화를 약속한 상황이었다. 막혔던 금강산, 개성을 다시 열고 남북의 당국자들이, 더 나아가 정상들이 만나 MB정권 5년의 어리석음을 되돌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지금과 같다. 대통령 선거에 비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열광하며 많은 표를 던져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던 이들은 이제 침묵하고 있다. 그들이 바랐을지도 모르는 경제 활성화는 여전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남북의 긴장과 위기상황은 점점 글로벌화되고 있다. 무엇을 기대했는가? 무엇이 달라질 것이라 믿었는가?

 

물론 우리만의 잘못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북의 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역시 북미 관계 개선을 통한 북 경제발전을 위해 너무 많은 무리수를 던지고 있다.

 

조심스레 대화를 주장하던 미 행정부 관료들은 물론, 한국과 중국의 입지 또한 비좁게 만들었다. 도발이라는 카드를 기만전술 사이에 적절히 섞어 사용하는 것도 수위와 시기가 어느 정도 조절되어야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자신의 위협 발언을 정당화하기 위해 더 큰 위협과 도발을 반복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했다. 북의 인민들은 물론 한반도 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어리석인 행동이다.

 

먼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처한 상황을 냉철히 인식했어야 한다. 믿지는 말되 대화의 끈, 테이블은 계속 남겨두어야 했다. 이젠 대화에 다시 진지하게 나서야 한다. 미국 역시 당연하다. 북의 핵 수준을 이 정도로 규모 있게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미국 자신이기 때문이다.

 

한편, 대한민국 국민들이 강심장이어서 그런 것인가? 전 세계가 한반도 내에서의 긴장상황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정작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만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일까? 보수 언론을 자처하는 안보 장사치들의 주장처럼 안보 불감증 탓일까? 정작 우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개념 없이 짐승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만약 자신의 안보관이 의심스럽다면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덮고 아련함과 그리움 그리고 눈물이 맺힌다면 당신은 지극히 정상적인 한반도의 구성원이자 한민족이라고 생각해도 별 무리 없을 것이다.

 

자신을 매우 정상적인 보수주의자라 믿으며 평생을 살아온 저자. 언제나 공화당을 지지하며, 북을 ‘악의 축’ 국가,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불량국가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저자는 난생 처음 밟은 북, 처음 찾아간 평양 여행을 통해 절실히 깨닫게 된다.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그들은 우리와 얼마나 다른 이들일까’하는 호기심으로 시작한 여행은 결국 저자에게 ‘어쩌면 우리와 이렇게 같을까’라는 동질감만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들이 살아낸 결코 쉽지 않았을 세월. 분단이란 괴물이 남과 북 젊은이들에게 남긴 질긴 상처에 절망하고 오열하고 말았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형제들에게 총을 겨누며, 젊음을 증오와 적대로 소모하고 있는 남북의 젊은이들. 저자는 이들이 총을 던지고, 대신 서로의 손을 굳게 잡길 희망한다. 증오와 적대보다는 동포라는, 가족이라는 연대를 다시 회복하기를 바란다.

 

과연 그것이 보수 언론이나 이데올로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종북이자, 빨갱이로 낙인찍어야 할 이유가 될까? 저자의 간절한 희망이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불순한 생각일까? 반역일까? 과연 누구에 대한 반역일까?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몇 번이나 울컥함을 참아야 했다. 왜 지극히 당연한 생각, 느낌에 나는 가슴 아프고 눈물지어야만 했을까. 외눈박이들만 살고 있는 이 곳에 비로소 두 눈을 가진 이를 만났기 때문일까?

 

지금은 너무도 어둡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깜깜하다. 누구도 불을 밝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어둠이 이어지면 결국 우리 모두가 다시는 빛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짐짓 모른 척 눈을 감고 있다. MB정권에 이어 다시금 종북, 친북좌파라는 증오의 칼날이 춤추고, 10년 전만 해도 평화와 상생을 이야기했던 곳곳에는 침묵과 광기가 번뜩인다.

 

적대와 증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상생과 평화만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 줄 뿐이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하지만 동시에 모두 인간의 존엄성을 자키며, 품격을 지키며 죽을 자유가 있다. 권리가 있다.

 

더 이상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이들에게 전쟁을, 무의미한 죽음을 강요하지 말라. 평화를 이야기하고, 공존을 호소하라.

 

지극히 평범한 아줌마의 여행기가 눈물겨운 평화의 메시지가 되어버린 지금은 너무도 무참한 세월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고 고마운 책이다. 평화에 목마른 이들, 그리움이 그리운 이들에게 너무도 소중한 고마운 책, 그리고 이야기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난한 나라’를 다녀온 저자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 슬픈 여행’.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픈 이야기다.

 

“슬픔의 눈으로 대상을 바라볼 때,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솟아남을 느꼈다. 사랑으로 바라보니 그 어떤 것도 굴절되거나 삐뚤어짐이 없고 어그러짐 없이 제 모습대로 보였다. … 우리의 편견과 오만함이 훗날 사랑하는 후손들에게 굴욕의 역사로 남아 갚지 못할 부채가 되지는 않을까. ‘희망이 없다’고 외치는 아이들에게 최소한 우리가 저질러 놓은 조국 분단이 빚만이라도 해결해 놓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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