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 정의구현사제단 함세웅 신부와의 대화 이슈북 1
함세웅.손석춘 지음 / 알마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얼마 남지 않은 ‘시대의 양심’ 중 한 분인 정의구현사제단 함세웅 신부를, 역시 이 시대 얼마 남지 않은 ‘언론인’ 손석춘 전 〈새로운사회를만드는연구원〉 원장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출판 날짜를 보면 짐작할 수 있듯, 대선 전 이루어진 만남을 정리해 펴낸 책이다.

 

함 신부와 손 원장을 일일이 소개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겠다. 민주화와 통일의 길에 한 평생을 던진 함 신부와 역시 언론개혁과 민주화에 앞장 서온 손 원장 모두 지극히 존경하고 사모하는 분들이라는 점만 고백한다.

 

책은 이 땅의 정치라는 것이 왜 이리 모멸스러운 존재가 되었는지, MB정권의 참혹한 실패가 왜 이명박이라는, 혹은 그를 따르는 구차스러운 존재들만의 실패가 아닌지를 이야기한다. 아울러 황금에 눈이 멀어 결국 제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몰아넣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추악함, 그리고 민주주의와 올바른 역사의식을 돈 몇 푼에 팔아버린 이들에 대한 동정과 비판을 함께 들려준다.

 

물론 민주화 세력, 혹은 진보진영이라 자처하는 이들에 대한 가슴 아픈 성찰의 필요성도 이야기하고 있다. 삼성이라는 우상, 노무현이라는 한계, 그리고 평가가 아닌 단지 꾸짖음의 대상이 되어버린 이명박 정권. 아울러 박정희 또는 박근혜라는 거짓과 기만의 역사.

 

부패한 시대는 그 어디에서 외계인이 날아와 만들어낸 것이 아님을 함 신부는 말하고 있다. 황금에 대한 우상이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아울러 자신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정치적 오만과 착각 역시 지금의 무참한 시대를 만들어냈다. 함 신부는 말한다. 정의를 말하려거든 자신부터 정의로워야 한다고.

 

권력, 물질 그리고 여기에 노예가 되어버린 언론. 참혹한 자본의 논리와 거짓된 선전 놀음에 많은 이들이 휘둘리고 있는 지금. 과연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사는 것’인지를 잊어버린 이들은 하염없이 그저 ‘살아내고만’ 있다.

 

책은 함세웅 신부의 치열했던 삶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근현대사를 돌아보고 있다. 아울러

이승만부터 이명박까지 역대 정권들의 허물과 잘못들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왜 피와 눈물을 흘려 얻어낸 민주주의가 자본의 힘 앞에 다시금 노예가 되고 있는지 찬찬히 돌아보게 한다. 성찰의 시간을 전해주는 것이 책이 가진 커다란 미덕 중 하나라면 이 얇은 책은 두께를 초월한 성찰의 시간을 전해주고 있다.

 

비록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권력을 손에 쥔 사람,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진 사람들을 꽤나 많이 본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직접 이야기도 나누었고, 어떤 이들은 그저 먼발치에서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존경을 품을 만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나는 거리에서 비루한 삶의 현장에서 더 많은 이들을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었다. 가지고 있는 집이 대저택이 아니라 하더라도, 번쩍거리는 큰 차가 없더라도 충분히 크고 빛나는 이들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함세웅 신부와 손석춘 원장의 짧은 대화는,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하는 이유, 불의한 권력에 맞서야 하는 이유, 거짓 언론에 속지 말아야 할 이유 그리고 참 ‘나’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삶은 이래야 하고, 책은 이래야 한다. 얼마나 부유하게 사느냐보다, 얼마나 두꺼운 책인지 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