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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의 쾌변독설
신해철.지승호 지음 / 부엔리브로 / 2008년 3월
평점 :
- 이 시대의 오버액션 맨
『우리는 황혼이 지는 절벽 위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자와 같다. 그래서 당장 굴러 떨어질 수 있을 정도로 항상 위험하고 위태위태하고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인생 전체가 파탄 날 위험도 감수해야 되는 놈들이다.』- 298p
수많은 광신도와 동시에 수많은 안티를 가지고 있는 뮤지션. 1988년 한국 대중 음악계에 불벼락같이 등장해 이후 20년 동안 25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한국 대중음악의 새로운 혁명을 일으킨 뮤지션. 끊임없는 실험정신과 철저한 프로 근성, 그리고 음악에 대한 집요한 탐구정신으로 발표하는 앨범마다 찬사와 혹평을 동시에 받는 음악계의 천재이자, 이단아. 바로 신해철을 평가하는 수식어들이다.
서평을 쓰기에 앞서 일단 내가 신해철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라는 사실을 말해야겠다. 때문에 그에게 그 어떠한 이유든지 억하심정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글 읽기를 여기에서 멈춰주길 바란다. 물론 넥스트와 신해철의 광신도는 아니기에 근거 없는 숭배와 찬양은 없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신해철은 분명 이야기할 것이 많은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윗글은 신해철이 평소 후배들에게 자주 강조하는 말이라 한다. 물론 신해철이 저렇게 부드럽게 말했을지는 알 수 없다.
“씨바, 좆나게 해도 그 절정을 잡을까 말까하는 것이 음악이야. 알간? 그러니 뒤를 돌아보지 말고, 끝까지 간다는 마음으로 음악을 하지 않을 거면 당장 때려치우고 딴 짓할 궁리를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내 야그를 알아묵겄냐. 이 썩을 종자들아~”
이러지 않았을까?^^
신해철은 일단 음악을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그건 그가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짓이다. 일단 작업에 들어가면 평소 슬리퍼 질질 끌며 동네 만화방이나 피시방을 기웃거리던 건달은 사라진다. 철저한 프로정신, 그리고 실험 정신으로 그는 매번 새로움을 창조한다. 때문에 그의 앨범들은 시대를 앞서 가는 명반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수많은 이들에게 혹평을 받는다. 그는 한국 음악사에서 신해철이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엑, 그런 걸 자기 입으로 어떻게 얘기를 해요. 알아도 얘기 못 하고, 몰라도 얘기 못 하죠. 한국 음악사에 있어서 저의 의미는 얘기할 수 없지만, 제 개인의 의미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있죠. 제 세대, 제 또래에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팝매니아, 그들 중에서도 헤비메탈에 경도되어 있던 한 명한테 우연히 실제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거죠. 닥치는 대로 휘두른 거지. 정말 제가 무한궤도서부터 지금까지 음악을 만들어온 과정들을 보면 이건 총기 난사예요.(웃음) 레드 제플린과 딥퍼플과 주다스 프리스트와 비틀즈를 사랑하고 경배하던 그 수많은 아이들 중 한 명에게 정말로 총이 주어진 거예요. 어, 이게 내 손에 들어왔어. 어떻게 해. 난 아마추어로 밴드를 하면서 내 음악을 한 번 녹음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 군 중에 한 명이었을 뿐인데요. 저한테 주어진 총의 기종 이름은 우지 기관총도 아니었고, K-1 소총도 아니었고, 시퀀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로부터는 총기 난사를 했죠. 발라드야, 펑크야, 테크노야, 메탈이야 하면서 쿠하하하, 이쪽에 총 갈기고, 저쪽에도 갈겼는데, 또 총알이 들어오네요. 그래서 신나게 놀았죠. 그랬더니 제 세대에서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은 ‘오, 씨발 누가 하나 했더니 니가 하는구나, 오냐, 기특하다’하는 거고,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저를 시기했던 해죠. ‘하필 왜 저 덜 떨어진 새끼한테 저런 게 주어졌을까?’하고.”(웃음) - 251~252pp
이걸 겸손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역시 또라이~큭큭” 이래야 하는 걸까. 암튼 신해철은 말 그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모조리 다 해보려고 작정한 뮤지션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동안 발표한 앨범들(물론 넥스트를 포함한) 모든 그의 앨범들은 다양한 장르의 실험으로 가득하다. 그의 저주받은 걸작이라 평가되는 《monocrom(1999)》은 지금도 논란의 대상이다. 그는 그만큼 노력하고 또한 노력하는 뮤지션이다. 일단 그 부분이 내가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유이다. 사실 지금 가요계를 보면 날로 먹으려는 인간들이 좀 많은가. 아니 그 전에 뮤지션인지, 예능인인지도 구분이 모호하다.(도대체 예능인은 뭔 뜻이냐? 노가리 잘 까고, 쉰 소리 잘하는 이들의 총칭?) 붐이 가수인가? 쇼 게스트 전문인가? 아 이렇게 말하면 붐 열 받겠구나.^^ 열심히 하세요.
내가 락 음악을 사랑하는 것도 거의 같은 맥락이다. 락은 누구 하나의 힘만으로는 절대 절대! 만들어질 수도 없거니와 연주 자체가 불가능하다. MR 틀어놓고 입만 벙긋거릴 수 없다는 소리다. 요즘은 립싱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인식이 되어있으니 좀 낫지만 조금만 과거를 돌이켜보라. 역겨움이 솟구친다. 내가 가요 프로를 잘 시청하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짜증난다.
책 이야기를 해보자. 국내 유일의 인터뷰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다니는 지승호가 총 7번에 걸쳐 신해철과 대화를 나눈 것을 옮긴 것이 이 책이다. 쓸데없는 지 잘난 척, 아는 척 하지 않고도 충분히 솔직하고 지적인 인터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승호는 『인물과 사상』그리고 기타 몇 권의 인터뷰집으로 내겐 친숙한 이다. 그가 신해철과 나눈 7번의 인터뷰는 역시나 재미있었고, 또한 단순한 농담 따먹기, 혹은 신변잡기가 아닌 진지한 이야기, 때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었다. 솔직히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미있게, 그리고 멈춤 없이 읽은 책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지승호는 신해철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한다.
“그는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을 거침없이 다 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는 반면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왠지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다. 그의 음악 여정을 살펴보면 그는 한 번도 쉽게 가려하지 않았다. 항상 스스로 생각하기에 더 나은 그 무엇을 찾으려 했다. 그 과정이 어느 정도로 고독하고 힘들었을지, 그리고는 무대에 올라 “씨바, 그림 구경왔어? 다 안 일어나?!!”하며 몇 시간동안을 뛰어다닌다. 미친 놈 마냥.
〈페이퍼〉의 황경신 편집장은 신해철과의 인터뷰 후에 이런 표현을 했다.
“커트 코베인은 영웅이 되지 않으려고 목숨을 끊었고 서태지는 영웅이 버거워 떠났다. 혹자가 신해철을 영웅의 자리에 올려놓으려고, 또는 혹자가 신해철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마음대로 찬사하고 비난하는 동안 그는 ‘음악만 하면 되는 억세게 운 좋은 놈’ 정도로 자신을 생각하고 ‘죽는 날까지 그렇게 사는 거지’정도로 삶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신해철에 대해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딘지 아는 사람, 자신이 가야할 길이 어떤 길인지 아는 사람은 시대를 통틀어 무척 드물다. 그리고 음악으로 길을 찾고 길을 만드는 사람은 도무지 독재나 강요가 통하지 않는 음악의 아름다운 특성 때문에라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당신이 알고 있던 신해철은 어떤 인간인가.
- 한국 음반 시장의 몰락과 MP3
“저는 제 자신이 도덕적인 사람이라고도, 착한 사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종류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쾌락주의자입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무사도’에 대한 로망이랄까, 그런 치기 같은 것들이 저를 이루고 있는 부분 중에서 꽤나 큰 부분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 그런 책들이나 영화를 보면서, 제가 전쟁의 역사나 구체적인 어떤 전쟁의 전술론 이런 것까지 굉장히 관심 깊게 보는데요, 그 중에서도 저를 감동시키는 장면은 ‘죽을 줄 뻔히 아는 싸움’에 나가는 거였거든요. 예를 들면 다케다가가 멸망할 때 오다 노부나가와의 전쟁에서 다케다가의 유명한 기병대들이 시대의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밀집 소총 대형에 의해서 전멸하지 않습니까? 이미 일진이 전멸한 것을 보고 마지막에 선대로부터 이어온 가신들, 늙은이들이 칼과 칼을 맞대면서 “지옥에서 만나세”하면서 돌격하잖아요. 분명히 지는 싸움인데 나간단 말입니다.” - 14P
그는 이처럼 승부가 뻔히 보이는 싸움에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것이 여타 뮤지션과 그를 차별화시킨다. 그는 굳이 많은 손해와 비난을 감수하고도, 사회의 여러 가지 불합리한 문제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2002년 누구라도 이기리라 생각지 못했던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그가 막상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한 첫 번째 행동이 청와대 앞에서 파병 반대 1인 시위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또한 그는 대마초 비범죄화 문제, 간통죄 폐지, 체벌 금지 문제를 비롯하여 사회의 민감한 문제(대부분 불합리성과 전근대성을 가지고 있는)에 대해 소수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다.
MP3 문제에 있어서도 그는 확고하다. 2000년 내놓은 프로젝트 앨범 《Theatre Wittgenstein : Part1- A Man's Life》에서 신해철은 “다음 앨범을 만들 때 심각한 지장을 분들”이라며 “이 판 안사고 MP3 다운받는 분들과 그 파일 올려놓는 씹새끼들. 나는 흙 파서 판 만드냐?”라고 적고 있다. 또한 무릎 팍 도사에 출연했을 때에도 그는 “MP3 다운받아 음악 듣는 분들은 좀 닥쳐주셨으면 좋겠다”고 일갈했다. 역시 그답다.
그는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의 몰락 원인이 단순히 MP3의 등장 때문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그것이 결정타가 되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뮤지션의 문제, 환경의 문제, 정부의 책임 모두를 따져야 하지만, 정작 대중의 책임에 대한 문제는 거론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중은 전지전능자 시점에서 좋네 나쁘네를 얘기할 뿐인데요. 자기들이 주도권을 쥐고 최후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결과에 대한 책임 의식은 가지지 않는 단 말입니다. 우리나라 음악이 이렇게 된 것에 대중의 책임은 없느냐고 했을 때, 대중들은 면책이거든요. 그러면서 전능자의 시점에 올라서서 야단만 친다구요. 싸가지 없게도.(웃음)” - 28p
“거기다가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속물근성, 수전노 근성이 있습니다. 예술비, 문화비 지출을 자기 인생에서 맨 마지막에 놓아버리잖아요. 예술이나 문화나 이런 걸로 인해서 자기가 얻을 수 있는 만족에 비해 사용하는 돈은 ‘최대한’ 아끼겠다는 건데요. 대중이 거기다 쓰는 돈을 ‘최대한’으로 아껴버리면 뮤지션이 죽거든요. 우리나라에서 길거리 악사가 없는 이유를 저는 그렇게 얘기해요. 행정적인 이유로 길거리에서 연주를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길거리에서 연주를 해도 돈을 놓고 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외국 같은 경우 그런 룰이 묵계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기준이 ‘반곡’이거든요. 거리의 악사 앞에서 노래를 들을 때 노래의 반 정도를 들으면 한 곡을 다 들은 것으로 치고, 최소한 동전을 내놓고 가야 되는 정도의 불문율이 대중에서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열 곡, 스무 곡을 들어도 한 푼도 안 내놓으니까 당연히 거리의 악사라는 게 존재할 수가 없죠. 거기다 대중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태도, 연예 스타들을 숭배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농공상 개념으로 따졌을 때, 재인-광대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있구요. 그러니 엔터테이너들은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주인이고 우리가 아니면 너네는 죽는다는 생각밖에 없고, ‘너와 내가 같은 인간이고, 너는 니가 표현하는 것으로 살고 있고, 나는 거기에 공감을 하니까 우리는 친구’라는 방식이 결코 자리를 잡지 못하는 거죠. MP3에서부터 최근의 성향까지 얘기하면 할 말이 더 많겠지만 이러한 ‘대중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지적을 안 하더라구요. - 30p
이밖에도 신해철은 날카롭게 대중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을 비웃는다. 어쩌면 대담한 목소리일 수도 있다. 자신 역시 대중의 사랑으로 살아가야 하는 뮤지션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용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음악인을 동등한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고 하나의 상품, 듣다 지겨우면 버리는 상품 따위로 생각하는 풍토, 그들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대중들의 잔악함과 오만함을 그는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음악을 하는 것, 그것이 꼭 대중성을 확보하고 빅 히트를 쳐서 돈과 명예를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님을 확실히 밝히고 있다.
“영국에서 내가 배운 게 뭐냐 하면 밴드는 수단도 아니고 목적도 아니고 생활이라는 거거든요. 밴드 생활을 하다보면 음악은 그냥 나와요. 그러니까 얻을 것도 얻어 보고, 누릴 것도 누려봤는데요. 나는 어차피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하는데, 가장 외형적으로 성공할 형태를 취할 이유도 없어지는 거구요. 가장 자연스럽고 편하고 내가 즐거울 형태를 찾는 데다가 주력하게 되는 거죠. 이 음악이 생활로서 나에게 가능하게 할. 그러면 이제 다른 사람들이 이것을 어떻게 들을 것인가,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생각할 시간에 ‘내가 이걸 어떻게 느끼는가, 내가 뭘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는 데다가 시간을 다 써버리는 거니까요. 아무래도 대중을 읽는 감각은 둔해지겠죠. 대중을 읽는 감각이래야 다시 줄칼로 갈고 때 좀 벗겨내고 요즘 히트 친다는 노래 몇 곡 샘플 채집해서 들어보고 시장 흐름 죽 한번 분석해보고 이러면 나오겠지만, 됐다는 거거든요.”(웃음) - 318p
어떻게 생각하면 참으로 오만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뮤지션이라면, 아티스트라면 대중의 평가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과거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퀸(Queen)에 대한 평가가 기억난다.
“그들은 대중에게 끌려 다닌 것이 아니라 대중을 이끌었다”고.
- 나부터 변해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책을 통해 신해철은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날카로운 비판을 전개한다. 아이들을 단순한 대입기계로 만드는 교육 체계, 그는 교육부를 사육부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기독교의 오만함. 언론의 무책임함. 문화 산업에 대한 정부의 무식한 마인드 등. 그가 내뱉는 말들은 찬반의 여지는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신해철의 온전한 생각이기에,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진심이 느껴지는 비판이다.
과거 신정아 씨 누드 사진 언론 공개 부분에서 그는 “미친 거죠. 이건 정말 경악이에요. 다 잡아넣어야 합니다. 문화일보 새끼들, 사장까지 싹 다 잡아넣어야 돼요”라고 흥분하기도 하고, “비기독교인들은 비기독교인으로서의 삶을 누릴 자유가 있는데, 기독교인들은 비기독교인을 비기독교인이라고 보지 않고 반기독교인이라고 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정치가 무능하다는 것은 국민들이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한류에 열광하는 동안 정작 자국 문화 시장이 붕괴되는 것을 보지 못하는 국가와 국민들을 질타한다.
“지금 상황이 어떤 건지,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저 정치의 논리로 ‘한류’하면서 워~하고 몰려가는 거기에 호응을 해줘야 될 것 같고, 한 마디 해주면 세련된 것 같고, 이런 상황에서 자국 시장이 얼마나 개판인지는 지나치면서 아주 아작을 낸 거죠. 실제로 한류, 한류 하는데 그 한류가 거품일 뿐이잖아요. 우리가 미류라는 말은 안 쓰잖아요. 그런데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류가 존재한다면 한류가 센가요? 미류가 센가요? 그 다음에 일류가 센가요, 한류가 센가요. 문화라는 것이 일방적으로 한 방향으로 흐르진 않기 때문에 수십 년을 우리나라에 일류가 크게 작게 끊임없이 침투를 해왔잖아요. 심지어 닫고 있는 상태에서도 그랬는데 잠깐 한류가 빛을 봤다고 해서 호호닥닥 날뛰는 것이 웃기고, 이제 슬슬 한류가 꺾이잖아요.” - 61p
지승호는 신해철을 현명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신해철은 ‘세상이 바뀌려면 사회구조도 바뀌어야 하고, 나도 바뀌어야 한다. 그러니 같이 바꿔나가자’고 끊임없이 말한다며,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위해 자신의 이미지 실추에 신경을 쓸 겨를 없이 발언해왔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 그의 행동과 발언으로 충분히 우리에게 진실되게 다가왔다.
노예의 자세와 너무 흡사해서 구두닦이 빼고는 안 해본 일이 없다는 신해철. 하지만 우리는 그가 있는 집 자식으로 태어나 편하게 살다가 음악도 편하게 하는 ‘억세게 운 좋은 놈’으로 알고 있다. 이제 신해철 자신도 이런 오해를 “그저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인다고 한다. 끊임없이 한국 음악계를 업그레이드 해 온 신해철. 동시에 불합리한 것들에 대한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 그는 천상 싸움꾼이자, 광대다. 하지만 그를 미워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의 말처럼 그가 최소한 비겁하지는 않기 때문이 아닐까. 책을 읽어가며 느낀 신해철은 그의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최소한 잘 살기 위해 구라까는 인간”은 아니라는 점이다.
더럽고 추악한 세상, 한 번 잘 살아보겠다고 서슴없이 구라를 치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니 그들을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신해철은 독종이고, 희귀종이고, 암튼 연구와 관찰의 대상이다.
동시대에 이런 인간이 같이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아직까지 무식한 인간들이 너무 많아 넥스트 음악에 대한 진지한 연구나 평가가 전무한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그의 저주받은 걸작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날이 오리라 믿으며 우리의 대마왕이(참고로 난 신도는 아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좋은 음악과 가슴 후련한 욕설과 분노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변두리 인들이 그나마 숨 쉴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어차피 상관도 안 하겠지만, 파이팅이다.^^
“거국적으로 봐서 나부터 변하고 온 세상이 변해야 편해지는 것 아니겠어요. 사실 제가 사회에 대해서 이런저런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서 저한테 악플다는 새끼들이 웃긴 새끼들인 게 저는 제가 가진 다른 카드를 안 쓰고 있다는 거거든요. 신해철이 가진 다른 카드는 뭐냐, 나 혼자 좋은 세상에서 잘 지내고 싶은 거였다면 이런 멘트 안 하고, 대중들 비위에 맞는 멘트나 찍찍 날리고 평소 소신과는 달리 남이 원하는 대답이나 하고 그러다가 이민 가면 되는 거거든요. 내가 원하는 조건이 되어 있는 나라로. 내숭 떨고 계속 돈 모은 다음에 이민 가면 되는 건데, 남들한테 욕먹어가면서 이건 이런 거고, 저건 저런 거고 이런 얘기 뭐 할라고 하겠어요? 다 같이 잘살아보자는 거 아닙니까? 기왕이면 여럿이 잘살아보자는데.”(웃음) - 23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