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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미싱 ㅣ 판타스틱 픽션 화이트 White 2
체비 스티븐스 지음, 노지양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3.8
412페이지, 23줄, 28자.
8월에 한 여성 부동산 중개업자(애니)가 오픈하우스(우리 식으로는 구경하는 집일까요)에 늦게 찾아온 남성(자칭 데이비드)에게 납치당합니다. 그는 그녀를 (자신이 작성한 스케쥴에 따라 움직이는 걸) 길들이고 결국 임신까지 시킵니다. 딸이 태어났는데, 자신의 양 어머니인 줄리엣을 따 줄리엣이라고 부릅니다. 애니는 속으로 다른 이름을 붙이고 부릅니다. 처음 몇 달은 집안에만 갇혀 살았지만 몇 차례 밖으로 나가 일을 거들었고, 애가 태어난 다음에는 자주 나갔습니다. (아마도 폐렴으로) 애가 죽은 뒤 나무를 패다가 방치해둔 도끼로 그를 죽이고 애니는 탈출합니다.
이야기의 구성은 총 26차의 정신과 의사 상담일지가 먼저 제시되고 처음에는 이것과 별개로 애니의 경험담이 시간순으로 배열됩니다. 다르게 보면 이야기를 잘라서 편집하기. 중반 이후에는 시간순이 무시되고 조금씩 연결되는 사건 순입니다.
1인칭 시점에서 자아붕괴가 일어나는 과정을 언급하기 때문에 조금 파악하기 힘든 면이 있기도 합니다.
초반부에 아빠가 언니 데이지와 함께 교통사고로 죽었고, 자신이 아이스크림을 사 달라고 했었기 때문에 음주운전자와의 동시간대 공유가 가능했다는 것으로 괴로워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마지막에 가면 엄마가 그 이야기를 애니에게 하죠. 보통은 이런 경우 엄마가 20년(12살과 32살. 아, 이젠 33인가요?) 동안 줄곧 마음에 품고 있었다고 해석하기 쉽지만 (그리고 어쩌면 작가도 그런 걸 바라고 넣었겠지만) 무슨 말이든지 말을 한 당사자 외에는 진심을 알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사회적인 체면(관습, 예절, 관례, 때로는 반사적인 행동) 때문에 왜곡된 정보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말입니다.
상대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왜냐하면 기억이란 다른 것과 연관될 때 잘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상황에 연결된 그 이야기를 꺼냈을 뿐인데, 듣는 사람은 거기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네가 그런 인간인 줄 몰랐다.'라든지, '그걸 마음에 담아둘 줄 몰랐다.'든지, '그게 한이더냐.', '누군 말하고 싶지 않아서 안하는 줄 아느냐.' 등등의 반격이 속사포처럼 퍼부어지기도 합니다. 상대는 진심이었을 수도 있고(그리고 옳을 수도 있고), 지나가는 말일 수도 있었는데 자신의 반박 때문에 확고부동한 사실로 변합니다.
그래서 작가의 의도와 다른 독자의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어떤 이는 작가의 설정을 잘 따르고 어떤 이는 그런 상황전개가 있었다는 것 자체도 잊어버리는 것이죠. 서로 다른 토막 이야기를 기억하는 두 사람이 같은 느낌을 가질 리 없잖습니까?
처음에 제목을 보고, 또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어쩌고 하는 문장을 보고, 몸은 돌아왔으나 마음은 돌아오지 못한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실제로는 조금 다르네요.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사실이 변해도 변한 게 아니다라는 주제니까요.
등장인물(주요도 순, 대체로 애니와의 관련)
애니 오설리번(부동산 중개업자, 피랍자), 사이먼 루소(납치범, 자칭 데이비드), 로레인(엄마), 개리 킨케이드(클레이턴풀스 강력반 반장), 크리스티나(단짝 친구, 부동산 중개업자), 루크(애인, 레스토랑 경영자), 발(이모, 로레인의 강력한 인생 경쟁자), 웨인(로레인의 새 남편), 호프(딸, 일명 줄리엣), 드와이트(외삼촌), 데이지(15살에 죽은 언니, 완벽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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