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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로베르 앙텔므 지음, 고재정 옮김 / 그린비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3.5
448페이지, 23줄, 28자.
체험기라고 할가요? 자신이 겪은 수용소 생활을 대체로 건조하게, 때로 (훗날의) 생각을 담아서 썼씁니다. 이바노비치의 하루인가요? 그것보다 더 암울한 생활입니다. 왜냐하면, 거긴 정착된 사회이고, 질서가 잡힌 생활을 그린 것인데, 이건 생각을 하지 못하는 (한다 해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니 안하나 못하나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삶이기 때문에 더 암울합니다.
어디나 현실에 아주 잘 적응하는(이런 때에는 너무를 써도 되겠군요), 너무 잘 적응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이들은 그 안정된(?) 사회가 뒤틀리기 전까진 선택을 잘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형사범과 정치범 사이의 알력도 살짝 비추긴 하는데, 주요한 주제는 아닙니다. 인간은 나는 너와 다르다를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종족이거든요. 경제적인 빈부 격차도 생기지만 심리적인 빈부도 생기고, 그게 비참한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상황에선 살아남은 사람만 뭔가에 의미부여가 가능한 법입니다. 죽은 사람은 그냥 죽었다로 기억될 뿐이지요. 그러니 체제에 적응한 사람을 적응하지 못한 아니, 안한 사람이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체제가 전복되면, 입장이 바뀌니 보복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이른바 부역자들에 대한 처벌이 가해지죠. 사법체제를 빌리기도 하지만 보통은 사적인 처벌이 먼저 그리고 가혹하게 가해집니다. 상당수는 정당한 처벌이 아니라 앙심을 품었던 마음을 해결하는 방안입니다. 물론, 가혹한 처벌이 있으면 미안해지니까, 아무튼 살아남은 자들은 표면상 화해가 이루어집니다. 그러니 이것도 꼭 나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겠지요.
151014-151015/1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