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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프로젝트 - 로더릭 맥레이 사건 문서
그레임 맥레이 버넷 지음,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월
평점 :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책인데 이제 읽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읽고 싶었다는 기억 외에는 대부분 사라졌다.
머리말을 읽으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고 착각했다.
나의 시선을 끌었던 2016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란 기록은 남아있지도 않다.
보통 잘 읽던 목차도 이번에도 대충 읽고 로더릭 맥레이의 글에 빠졌다.
실제 존재하는 문서를 작가가 발굴해 가필한 정도로 생각하면서.
그리고 잘 몰랐던 19세기 스코틀랜드 북부의 한 마을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세계 속에서 한국 근대의 마름과 소작인과 완장 이야기를 발견했다.
로더릭 맥레이는 내성적이고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의 내성적인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음울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늘 침묵하고 누나 제타가 학교에서 그의 의견을 대신 말하고는 했다.
우연히 그가 반 친구들이 대답하지 못하는 답을 하면서 작은 알을 깬다.
이 일로 누나는 그의 대변인 일이 끝나고, 선생은 그의 학업 성취에 눈길을 준다.
소작인의 아들인 그에게 공부는 다른 계급으로의 전환 기회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전혀 공부시킬 마음이 없고, 로더릭도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
열다섯의 아이는 마을의 양들을 돌보는데 잠시 더위를 시키려고 물에 들어간다.
그러다 양 한 마리가 늪에 빠진 것을 발견하고 아주 힘들게 빼낸다.
그의 노력과 달리 양의 다리는 부러져 있고, 그는 양의 고통을 덜어주기로 한다.
양의 고통을 덜어준 것은 좋은데 그 주인이 문제다.
주인은 라클런 매켄지, 흔히 라클린 브로드로 마을에서는 불린다.
이 인물이 로더릭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것을 도입부에 분명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로더릭의 기록은 그의 인생과 살인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와 라클린 매켄지의 관계가 처음부터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다.
목수였던 아버지가 어떻게 마을 최고 미인이었던 엄마와 결혼했는지.
그 과정에 엄마의 아빠와 오빠가 어떻게 되었는 지 등이 흘러나온다.
이런 일들은 평범한 가족 이야기이지만 엄마가 죽으면서 가족의 분위기가 바뀐다.
누나 제타는 엄마 대신 집안 일을 해야 하고, 로더릭도 마찬가지다.
로더릭의 기록을 보면 그의 실수와 이 실수를 빌미로 아버지를 괴롭히는 라클런이 나온다.
마름의 대변인인 치안관는 평소 누구나 원치 않는 자리였지만 라클런은 달랐다.
그의 적극적인 행동은 ‘지배’와 ‘본성’이란 단어로 표현된다.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 마을 도로와 농로의 보수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한다.
이전까지 마을 사람들이 관행적으로 하던 해초와 이탄 캐기도 허락을 구하라고 한다.
그의 완장질은 결코 낯설지 않고, 어느 순간 특정인을 향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양 돌보기를 실패한 후 로더릭을 사냥꾼 가이드에게 보낸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지만 사슴을 잡으려는 순간 이상한 행동을 한다.
이 행동을 단순하게 사슴에 대한 연민으로 생각해야 할까?
그가 고통받는 양을 죽인 행동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로더릭의 이야기는 살인의 그 현장까지 이어진다.
그 과정에 그가 느낀 첫사랑의 감정, 라클런과 누나 제타와의 관계가 나온다.
라클런의 부당한 행동에 대항하기 보다 어느 순간 포기하는 아버지.’
이 무력한 아버지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같이 무력해지는 로더릭.
전혀 에상하지 못한 순간 그의 살인이 발생하고, 그 장면은 참혹하다.
그 이후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의 증언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 기록도 그의 변호사 싱클레어 씨가 요청한 것이고, 그의 기록 속에 가끔 등장한다.
그를 사형에서 구하려는 변호사의 노력은 저명한 외과의사 브루스 톰슨의 초대로 이어졌다.
이 초대와 그의 검사 결과는 로더릭의 기록에서 빠져 있던 마을의 현재를 보여준다.
로덕릭이 기록이 개인적의 경험과 시선을 담았다면 재판과정은 현실의 다른 지점을 다룬다.
사실 로더릭의 기록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 소작인 소년의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 그 시대의 소작제도와 그 제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읽다 보면 완장질에 분통이 터지고, 아버지의 무력한 모습은 또 다른 화를 북돋는다.
두툼한 계급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칠 기회는 없다.
지주의 마름은 치안관의 완장질을 용인하고, 착취를 은근히 부추긴다.
마을 사람들이 왜 치안관을 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귀찮음 뒤에 숨겨진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사람에게는 딱 맞는 일이다.
재판과 기록 등에 드러나는 편견과 선입견은 읽는 내내 불편했다.
마지막 배심원의 판정과 로더릭의 수기를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에 대한 부분은 아주 놀랍다.
책 곳곳에 놓친 문장과 관계에 대한 기록은 세심하고 밀도 높은 책읽기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