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기록법 - 평범한 생각을 가장 강력한 지적 자산으로 바꾸는 힘
조윤제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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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의 책은 처음 읽는다.

오래 전 다산의 책을 편집, 재구성한 책들이 인기가 많았다.

평소 이런 책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그냥 지나갔다.

다산에 대한 책과 그의 글을 읽으면서 감탄했지만 원전을 읽은 적은 거의 없다.

학창 시절 한 권짜리 <목민심서>를 샀지만 읽지 않고 고히 모셔만 두었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만 있었지 공부할 자세나 노력은 없었던 탓이다.

그후에도 다산이란 이름에 혹해 몇 권 샀지만 늘 소설 등에 밀렸다.

그러다 발견한 이 책, 다산의 대단한 저작물 성과에 대한 기록법.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그의 삶에 놀라면서 잠시 나의 삶을 돌아보았다.


사실 서평이란 것을 쓰게 된 데는 책 읽은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초창기 나의 글은 투박했고, 거칠고, 내용도 형편없었다.

그러다 정말 열심히 읽은 시기가 있었고, 기록은 쌓여만 갔다.

세상을 모든 책을 읽고 싶다는 욕심은 현실의 벽에 너무 쉽게 무너졌다.

어느 순간 기록하지 않는 책들이 한두 권씩 쌓여가기 시작했다.

단 한 줄이라도 기록하자고 다짐했지만 그냥 넘어간 책들도 상당하다.

어떤 때는 이 기록을 보고 내가 읽었던 책이란 것을 알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떨어진 집중력은 책 읽는 시간도, 권수도 줄어들게 했다.

그럼에도 늘 시간이 나면 책을 들고 읽고 최대한 기록하려고 한다.


이런 삶에 다산이 저작물을 어떻게 완성했는지 알려주는 이 책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목차를 보면서 먼저 전체 윤곽을 잡고, 세부 내용을 보면서 공감한다.

근본, 체계, 삶, 유산으로 나누어진 4개의 장과 18가지의 기록법.

세부적인 실천으로 들어가면 점점 게을러지는 나의 모습이 겹쳐진다.

주로 재미를 목적으로 책을 읽다 보니 지식의 주춧돌이 잘 쌓이지 않는다.

가끔 읽는 인문 서적은 그 순간이 지나면 조금씩 휘발한다.

작은 기록마저 없다면 더 많은 것들이 사라졌을 것이다.

생각이 떠오르는 즉시 기록하라고 했지만 이것도 점점 귀찮다.

이런 나를 생각하면 다산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지 알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 문단 등을 사진 찍어 보관하는 경우가 있다.

이 사진을 제대로 편집해야 하는데 그냥 모아두기만 한다.

이해가 되지 않아 여러 번 읽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그냥 넘어간다.

이런 상황이니 어려운 지식을 쉬운 말로 풀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삶’에서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기록하는 습관을 말하는데 나에게는 이것이 없다.

단지 나의 기억력에 의지해 그 순간을 떠올린다.

이 기억의 부정확함과 누락된 기록들은 다른 기록들에 의해 드러난다.

시간이 쌓여가면서 이런 일들은 점점 늘어난다. 

그의 공부와 저작물이 얼마나 대단한 일상의 연속이자 노력인지 알 수 있다.


저자는 다산의 저작물에서 뽑아온 문장들로 그의 삶 일부를 재구성한다.

다산이 자신의 묘지명까지 직접 쓴 것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후인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의 기록 중 많은 것들이 사람들의 편향적 지식을 바로잡는 정보를 제공한다.

생각의 뼈대를 세우는 것도 뭔가를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의 기록 파편을 읽으면서 감탄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의 유배 생활이 그와 그의 가족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손들에게는 그 결과의 산물인 저작물들이 주는 지식으로 행복하다.

늘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나에게 잠시나마 그 실천을 독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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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츠하우스 ㅣ ANGST
강지영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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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ANGST(앙스트)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로는 두 번째 읽는데 기대되는 시리즈다.

이제 강지영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작가가 되었다.

<킬러들의 쇼핑몰> 시리즈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로 대박이 나면서 너무 유명해졌다.

이전부터 좋아했던 팬의 입장에서는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액션이나 스릴러에도 뛰어난 필력을 보여주었는데 오컬트 호러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일정 부분 <엑소시스트>를 연상시키는 장면들도 있다.

신부가 악마를 퇴마하는 장면에서 그것을 피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체 구성에서, 세부적인 부분에서 악마와 자본의 탐욕을 같이 놓은 점은 눈 여겨 봐야 한다.

해설에서 오컬트 자본주의라는 표현을 썼는데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


한남동의 거대하고 비싼 고급 빌라 프린츠하우스.

평당 1억이 넘는 고가라는 말은 최근 강남 집값을 생각하면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에게 평당 1억은 쉽게 접근하기 힘든 금액이다.

좋은 위치와 멋진 풍경을 가진 이 빌라는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 욕망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바로 드러난다.

주인공 선우의 말과 행동은 그의 속내와 다르고, 작가는 그 흔적을 곳곳에 남긴다.

그 흔적을 제대로 따라가는 것은 뛰어난 가독성에 매몰된 나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환상과 선우의 욕망을 뒤섞으면서 잠시 착각하게 한다.

이 착각은 의도된 연출이고, 그 속에 진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패닉 룸.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이제는 익숙한 공간이다.

하지만 한국의 보통 집에서 이런 공간을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다.

특히 서울이라면 이 공간만큼 허비된다는 뜻이니 더욱 쉽지 않다.

그런데 이 프린츠하우스에는 패닉 룸이 있다.

물론 이 장소가 정확하게 어디인지 세입자도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 공간이 중요한 것은 숨겨지고 가려진 곳에서 일어났던 과거의 사건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이 공간은 프린츠하우스의 비밀을 가리고 숨기는 역할을 한다.

그곳으로 들어가려면 인간의 손길과 주인의 허락이 필요하다.

귀신 등이 집으로 들어갈 때 집주인이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설정과 맞닿아 있다.


선우는 전 연인의 스웨덴으로 기술 이민을 간 후 그녀를 따라가려고 한다고 말한다.

프린츠하우스를 팔고 노후를 위한 돈을 모이면, 이라는 조건을 붙여서 말이다.

이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은 평당 1억에 100평이 넘는 집을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는 가상현실 속에서 NPC와 가상공간을 만들면서 돈을 벌고 있다.

넓은 집에 혼자 살면서 공간을 낭비하다가 방 하나를 세 놓는다.

이곳에 들어온 승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집에 들어온 당일부터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고, 과거 이 집에 살았다고 말한다.

그녀의 유혹, 집에 붙여 있던 부적의 제거 등이 빠르게 이어진다.

승아를 둘러싼 소문에 대해서는 아래층의 선우 여사를 통해 듣는다.

언론으로 확인이 가능한 사건이니 믿지 않을 수 없다.


선우가 의지하는 무당 한신은 그녀를 귀신이라고 말한다.

한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그의 몸주가 보여준 영상이다.

무당이 귀신을 물리치는 이야기일 것이란 생각은 선우가 승아의 부모를 찾아가면서 바뀐다.

악마가 깃든 사람을 퇴마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장르가 섞인다.

여기서 재밌는 설정이 나오는데 악마를 만진 사람이 얻게 되는 악마의 불티다.

이 불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사람의 몸에 옮겨붙는다.

또 불티가 붙은 사람을 만지면 다른 사람에게 불티가 옮겨간다.

이 강한 전염성은 불티를 소유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동 등으로 드러난다.

중간에 예상하지 못한 설정으로 바뀐 뒤 펼쳐지는 이야기는 솔직히 조금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풀려나오는 이야기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동서양의 오컬트를 뒤섞어 풀어낸 설정은 놀라운 점이 있다.

고독이란 존재를 이용해 인간의 탐욕을 극대화시킨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악마가 들려주는 사실과 그 사실의 이면이다.

악마는 사실을 말하면서 마음의 빈틈을 파고들고 자리를 잡는다.

평생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갉고 닦고 비워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유혹에 시달리고, 그 유혹에 흔들리고 넘어가는지 생각하면 쉽다.

해설을 읽으면서 과한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욕망의 불티가 슬며시 내 마음을 비추는 것도 보인다.

내 속에 얼마나 많은 악마의 불티가 있을까?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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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프로젝트 - 로더릭 맥레이 사건 문서
그레임 맥레이 버넷 지음,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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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책인데 이제 읽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읽고 싶었다는 기억 외에는 대부분 사라졌다.

머리말을 읽으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고 착각했다.

나의 시선을 끌었던 2016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란 기록은 남아있지도 않다.

보통 잘 읽던 목차도 이번에도 대충 읽고 로더릭 맥레이의 글에 빠졌다.

실제 존재하는 문서를 작가가 발굴해 가필한 정도로 생각하면서.

그리고 잘 몰랐던 19세기 스코틀랜드 북부의 한 마을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세계 속에서 한국 근대의 마름과 소작인과 완장 이야기를 발견했다.


로더릭 맥레이는 내성적이고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의 내성적인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음울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늘 침묵하고 누나 제타가 학교에서 그의 의견을 대신 말하고는 했다.

우연히 그가 반 친구들이 대답하지 못하는 답을 하면서 작은 알을 깬다.

이 일로 누나는 그의 대변인 일이 끝나고, 선생은 그의 학업 성취에 눈길을 준다.

소작인의 아들인 그에게 공부는 다른 계급으로의 전환 기회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전혀 공부시킬 마음이 없고, 로더릭도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

열다섯의 아이는 마을의 양들을 돌보는데 잠시 더위를 시키려고 물에 들어간다.

그러다 양 한 마리가 늪에 빠진 것을 발견하고 아주 힘들게 빼낸다.

그의 노력과 달리 양의 다리는 부러져 있고, 그는 양의 고통을 덜어주기로 한다.


양의 고통을 덜어준 것은 좋은데 그 주인이 문제다.

주인은 라클런 매켄지, 흔히 라클린 브로드로 마을에서는 불린다.

이 인물이 로더릭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것을 도입부에 분명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로더릭의 기록은 그의 인생과 살인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와 라클린 매켄지의 관계가 처음부터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다.

목수였던 아버지가 어떻게 마을 최고 미인이었던 엄마와 결혼했는지.

그 과정에 엄마의 아빠와 오빠가 어떻게 되었는 지 등이 흘러나온다.

이런 일들은 평범한 가족 이야기이지만 엄마가 죽으면서 가족의 분위기가 바뀐다.

누나 제타는 엄마 대신 집안 일을 해야 하고, 로더릭도 마찬가지다.


로더릭의 기록을 보면 그의 실수와 이 실수를 빌미로 아버지를 괴롭히는 라클런이 나온다.

마름의 대변인인 치안관는 평소 누구나 원치 않는 자리였지만 라클런은 달랐다.

그의 적극적인 행동은 ‘지배’와 ‘본성’이란 단어로 표현된다.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 마을 도로와 농로의 보수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한다.

이전까지 마을 사람들이 관행적으로 하던 해초와 이탄 캐기도 허락을 구하라고 한다.

그의 완장질은 결코 낯설지 않고, 어느 순간 특정인을 향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양 돌보기를 실패한 후 로더릭을 사냥꾼 가이드에게 보낸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지만 사슴을 잡으려는 순간 이상한 행동을 한다.

이 행동을 단순하게 사슴에 대한 연민으로 생각해야 할까?

그가 고통받는 양을 죽인 행동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로더릭의 이야기는 살인의 그 현장까지 이어진다.

그 과정에 그가 느낀 첫사랑의 감정, 라클런과 누나 제타와의 관계가 나온다.

라클런의 부당한 행동에 대항하기 보다 어느 순간 포기하는 아버지.’

이 무력한 아버지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같이 무력해지는 로더릭.

전혀 에상하지 못한 순간 그의 살인이 발생하고, 그 장면은 참혹하다.

그 이후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의 증언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 기록도 그의 변호사 싱클레어 씨가 요청한 것이고, 그의 기록 속에 가끔 등장한다.

그를 사형에서 구하려는 변호사의 노력은 저명한 외과의사 브루스 톰슨의 초대로 이어졌다.

이 초대와 그의 검사 결과는 로더릭의 기록에서 빠져 있던 마을의 현재를 보여준다.

로덕릭이 기록이 개인적의 경험과 시선을 담았다면 재판과정은 현실의 다른 지점을 다룬다.


사실 로더릭의 기록은 어떻게 보면 평범한 소작인 소년의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 그 시대의 소작제도와 그 제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읽다 보면 완장질에 분통이 터지고, 아버지의 무력한 모습은 또 다른 화를 북돋는다.

두툼한 계급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칠 기회는 없다.

지주의 마름은 치안관의 완장질을 용인하고, 착취를 은근히 부추긴다.

마을 사람들이 왜 치안관을 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귀찮음 뒤에 숨겨진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사람에게는 딱 맞는 일이다.

재판과 기록 등에 드러나는 편견과 선입견은 읽는 내내 불편했다.

마지막 배심원의 판정과 로더릭의 수기를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에 대한 부분은 아주 놀랍다.

책 곳곳에 놓친 문장과 관계에 대한 기록은 세심하고 밀도 높은 책읽기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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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화이트맨
모신 하미드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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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이 변하면서 우리가 몰랐던 현실의 문제들을 깨닫는 과정을 잘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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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화이트맨
모신 하미드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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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 읽는 작가인 줄 알았다. 그의 이력을 보기 전까지.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의 작가다.

솔직히 말해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아 옛 기록을 찾아봤다.

“자기계발서 형식을 빌린 성장소설이자 날카로운 사회비판을 담고 있다”란 글이 보인다.

이번 소설에서도 이 날카로운 사회비판은 그대로 드러난다.

피부색의 변화, 다른 위치에 놓이면서 느끼는 불안감과 시선들.

이 감정과 사람들의 사고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준다.

여기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비백인의 시선을 생략했다.

백인의 불안과 차별의식이 이 변하는 세계 속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줄 뿐이다.

읽다 보면 비백인이 느끼는 인종차별의 시선과 백인의 감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앤더스와 우나, 이 두 백인 남녀를 내세워 피부색과 사회의 변화를 그려낸다.

어느 날 아침 앤더스는 거울 속에서 낯선 갈색 피부의 남자를 마주한다.

믿을 수 없는 모습이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모습이다.

갑자기 변한 자신의 모습, 사장에게 연락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숨는다.

다시 흰 피부로 돌아가길 바라지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최대한 집에서 버티다 생필품을 위해 나가면서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과 공포다.

이 감정은 그가 평소 비백인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던 것에 대한 반영이다.

읽으면서 불편한 감정을 느낀 것은 그의 이런 심리 묘사와 감정 때문이었다.

특별한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닌 듯한 그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부분은 놀라운 점이다.


우나는 앤더스의 변한 모습에 놀라지만 그렇게 크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니 피부색의 변화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꿀 정도의 요인이 아닌 것이다.

대신 그녀의 엄마가 인종차별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웹으로 사람들과 소통을 하면서 사람들의 피부색이 변한다는 소문을 듣는다.

이 소문이 사실이란 것으로 밝혀졌어도 그녀는 자신과 딸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피부색의 인종에 대한 오해와 혐오를 내뱉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정도다.

이런 그녀가 딸과 앤더스가 벗은 채 함께 있는 것을 봤을 때 어땠을 지는 뻔하다.

이것은 아들 앤더스가 우나와 키스하는 장면을 본 앤더스의 아버지 감정과도 이어진다.

아마도 내 속에도 이런 감정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 이런 피부의 변화가 생겼는지, 원인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런 피부의 변화가 아니라 변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감정들이다.

피부색의 변화 때문에 늘 보던 사람의 모습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

자신에게 이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앤더스의 사장 말은 더 심하다.

만약 자신에게 그런 일이 생기면 자살하겠다고 말하지만 실행하지는 않는다.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 더 꼽는다면 헬스장을 청소하는 직원 이야기다.

자신의 피부색이 변하기 전까지 앤더스는 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당연히 연락처도 모를 뿐 아니라 진심도 아니다.

자신의 피부색이 변하면서 깨닫게 된 현실의 한 모습일 뿐이다.


만약 이 피부색의 변화가 일시적이거나 한정적이었다면 어땠을까?

중간에 나온 사재기, 폭동, 살인 등의 다양한 행위가 계속되었을 것이다.

백인이란 특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이런 행동은 결코 낯설지 않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저항이 얼마나 거센 지 역사가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 상실과 회복, 연대의 감정을 넣어 내용을 풍성하게 한다.

제목인 마지막 화이트맨은 역설적으로 죽은 사람의 마지막 피부색이다.

이 대목을 보면서 <나는 전설이다>가 떠오른 것은 왜일까?

모두가 같은 피부색을 가진 미래를 짧게 다룬다.

이 속에서도 백인들은 과거의 영광을 기억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그 시대의 아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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