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신 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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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게임 시리즈 2권이다.

1권 <신 게임>이 나온 지 반 년만에 출간되었다.

그렇게 오래 된 것도 아닌데 일부 기억들이 휘발되어 날아갔다.

전작과 관련성은 스스로 신이라고 부르는 스즈키 외는 없다.

물론 신이 살인자를 알려주는 일은 전편과 같지만 말이다.

이번 소설의 책 문장은 “범인은 ****야.”로 시작한다.

각 장의 시작들도 이름만 바뀌고 이 문장은 그대로다.

초등학생에게 범인을 알려줬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현실은 그 답은 들은 학생이 범인의 정체와 살인의 이유 등을 파헤쳐야 한다.

그리고 범인이 자신이 아는 사람이거나 친구의 아버지라면 어떨까?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소설 속 화자 구와마치 준은 신에게 살인자를 묻고, 그 답을 듣는다.

각 단편의 첫 문장이 “범인은 ****야.”라는 선언인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 범인들의 정체가 항상 문제가 되고, 스즈키를 의심하게 한다.

첫 사건에서 경찰의 수사와 스즈키의 선언이 일치했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경찰의 수사와 일치했다고 해서 구와마치와 그녀가 속한 탐정단이 추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탐정단을 만든 것은 구와마치의 소꿉친구인 이치베 하지메다.

구은초 탐정단은 모두 다섯 명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든다.

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생긴 살인 사건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작가는 범인을 말해 놓고 그가 범인인 이유를 찾게 한다.

경찰과 다른 정보, 답을 알고 역으로 맞추어 나가는 추리 과정.

초등학생이라는 한계는 범인을 알게 되면서 어느 순간 경찰보다 우위에 선다.

하지만 이 우위는 스즈키의 선언에 의한 것이지 경찰의 수사 결과는 아니다.

수학 문제의 답은 알지만 그 풀이 과정을 하나도 모르는 학생 같다고 해야 하나.

자신의 표정을 숨기지 못한 구와마치와 대비되고, 뛰어난 추리 실력을 보여주는 이치베 하지메.

이치베는 늘 구와마치에게 살인자를 묻는 것이 불만이다.

탐정단이라면 자신의 수사와 추리로 범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얼마나 황당하고 부족한지는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다.

물론 이차베가 탁월한 추리를 보여주지만 진실을 깨닫는 것은 언제나 구와마치다.


처음 구와마치 준의 말과 행동을 보고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그 아이가 여자고, 남자 복장하는 이유가 있었다.

이것도 하나의 단편 속에서 풀려나오는데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다.

그녀를 둘러싼 두 남자의 고백과 한 소년의 죽음.

살인자에 대한 오해와 착각, 그리고 새로운 사건.

작가는 한 소녀와 그녀 주변 사람들의 살인 사건을 촘촘하게 엮었다.

범인을 알지만 알리바이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사건도 있다.

반면에 알리바이 덕분에 풀려난 사건을 마지막에 깨닫는 순간도 있다.

이런 장면과 그 과정을 읽다 보면 나의 머리도 빠르게 돌아간다.


이 소설의 놀라운 점 중 하나는 범인의 정체에 대한 것이다. 

범인의 정체가 완벽하게 밝혀진 순간은 하나 밖에 없다.

이야기를 따라가면 스즈키가 선언한 사람이 범인인 듯하지만 공식적인 경찰 발표는 없다.

친절하지 않은 신 스즈키의 선언은 탐정단이 추리하고 풀어야 할 과제와 같다.

범인을 조사하고 추리하는 과정은 보통의 추리 소설과 같은 재미를 준다.

이 과정에 드러나는 사실들은 탐정단이 몰랐으면 더 좋았을 것도 있다.

그리고 신 스즈키를 추앙하는 무리와 구와마치의 대립은 또 다른 볼거리다.

신학적이면서 철학적인 논리를 풀어내지만 인간의 감정은 그것을 무시한다.

명확하지 않았던 사건들의 진실이 한 순간에 밝혀지는 마지막 장면은 서늘하다.

안녕 신을 외치던 그녀가 선택한 것은 우리의 현재 모습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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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기관
이토 케이카쿠 지음, 김준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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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이토 게이카쿠의 소설을 한 권 읽었다.

<죽은 자의 제국>인데 엔조 도와 공저라고 나오지만 실제 거의 전부 엔조 도가 썼다.

이토 게이카쿠가 프롤로그를 썼고, 그의 얼개에 따라 완성한 것이다.

그런데 문장 때문인지, 내용 자체 때문인지 쉽게 읽히지 않았다.

이때의 경험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재간된 이 책을 읽었는데 그때와 달랐다.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도 재밌지만 문장의 흡입력이 훨씬 뛰어났다.

이것은 한 인터뷰에서 두 작가가 풀어낸 대화 속에 답이 있다.

그리고 <죽은 자의 제국>을 이토 게이카쿠가 완성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이런 아쉬움은 이번 소설이 보여준 재미와 세계관 때문에 생겼다.


대단한 흡입력과 독특한 설정에 빠져 재밌게 읽었다.

작가의 세계관과 철학 등이 곳곳에 표현되는데 이것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세계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에만 관심이 있었다.” 

이것을 “정보 그 자체는 평범한 자본주의적 상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했다”와 엮는다.

한 번도 정보를 자본주의적 상품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정보의 중요성을 말하는 수많은 책들이 현재 자본주의의 산물이 아니니까.

물론 이 문장이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학살기관애서 근무하는 주인공의 활동과 그 활약 등과 같이 생각해야 한다.

주인공은 클래비스 셰퍼드 대위고, 그의 활동은 양심에 위배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클래비스는 교통 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인 어머니를 임종을 결정했다.

생명유지 장치를 내려놓게 했는데 이것이 그의 활동과 맞물려 원죄를 느끼게 한다.

잠시 죽은 어머니를 만나 죽은 자들의 세계에 머무는 장면들이 계속 나온다.

그의 팀은 학살이 있는 지역에 잠입해 학살 명령자를 죽인다.

이 과정에 그들은 엄청난 학살의 장면을 보지만 결코 개입하지 않는다.

이런 절제가 가능한 것은 업무를 위해 수많은 정신 및 화학 작업을 받았기 때문이다.

출동한 현장에서 이것은 문제가 없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른 문제다.

그의 팀원 중 알렉스가 자살한 것도 이런 힘든 경험과 관계 있다.

세계를 위해 암살을 했지만 그는 주체적인 결단도, 선택도 하지 않았다.

이것은 죄를 생각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학살의 현장으로 투입되는 클래비스의 팀을 보면 SF 액션의 극단 같다.

온갖 최신 장비와 정신적 작업을 통해 그들은 현장에 투입된다.

비행기도, 낙하하는 장비도 현재 실제 존재하는 물건들이 아니다.

그리고 사라예보에서 발생한 핵 폭발은 핵 억지력에 의문을 품게 한다.

물론 이 놀라운 사건이 한 언어 학자가 학살의 문법을 발견하게 한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학살의 현장에는 언제나 그가 뒤에 있었다.

그를 잡거나 암살하기 위해 클래비스의 팀이 출동했지만 항상 한 발 늦었다.

이쯤 되면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사실은 나중에 밝혀지면서 더 놀라운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갑작스레 발행한 한 국가의 학살 현장은 참혹하고 잔혹하다.

이 장면을 보면서 이전에 있었던 유럽과 아프리카의 제노사이드가 떠올랐다.

작가는 이 사실을 소설로 끌고 와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침투해 임무를 수행하는 팀의 활약을 아주 멋지게 그려낸다.

특수 장비, 미래의 무기, 새로운 산업,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개인인증까지.

피자를 주문해도 신체 정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하는 사회다.

이런 사회이지만 이 시스템 밖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완벽한 시스템은 없고, 그 틈새에 파고 든 사람들의 삶은 또다른 볼거리다.

물론 이것은 학살의 문법을 발견한 존 폴이 잡히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의 죄의식, 학살 현장의 참혹함, 최신 장비의 강력함 등이 교차한다.

출동하기 전 일상은 평범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결코 평온하지 않다.

자신이 사는 세상의 시스템에 허점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가진 한계.

세계 평화를 위해 자신의 암살이 정당하다고 자위하는 심리.

임무 때문에 외면해야 하는 학살의 현장과 아이들을 죽여야 하는 현실.

철학, 사회학, 심리 등을 엮어 풀어내면서도 액션이 주는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존 폴로 대변하는 학살의 이면에 숨겨진 사실은 추악하기만 하다.

존 폴을 좇고, 그의 존재를 탐구하는 과정과 마무리는 미스터리 소설 같다.

그래서 제1회 PLAYBOY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이 책을 제외한 다른 책들이 모두 절판인데 후속작이 나올 모양이다.

당연히 기다리지고, 그의 단편들도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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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은 이미 본 장면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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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로맨스와 로맨스의 환상을 뒤섞고, 변주에 반전을 더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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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은 이미 본 장면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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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로맨스를 주제로 한 초단편소설 모음집이다.

개인적으로 초단편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지만 몇몇 작가의 경우 즐겨 읽는다.

김동식도 그런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초단편이 인기를 얻고 있을 때 그 재미를 몰랐다가 뒤늦게 빠졌다.

이 모음집도 김동식 표 로맨스로 재밌게 읽었다.

흔한 웹툰이나 쇼츠의 로맨스 풍자와 다른 재미를 주었다.

스물두 편의 초단편들도 분량이 제각각이고, 우리 시대의 사랑을 돌아보게 한다.

반전, 풍자, 진한 로맨스로 가득하고, 재밌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스물두 편의 내용들이 지금 머릿속에서 뒤섞이고 있다.

목차를 보고 내용의 일부를 떠올리지만 잘 생각나지 않는 것도 있다.

<커플 지킴이>이 같은 경우는 SF나 AI에 넣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안드로이드와 사랑 현상금>의 마지막 반전과 그 반응을 살짝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한데 그냥 열어둔 채로 여운을 남기고 싶다.

기발하면서 세태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국가 지급 냉장고>가 있다.

냉장고를 여는 오른손과 왼손, 자신의 음식을 넣는 오른손과 그것을 먹는 왼손.

황당한 듯하지만 함축된 사회와 두 사람의 사랑이 재밌다.

<못다 한 전생의 사랑을> 같은 경우 마지막 장면이 아주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게 읽은 것은 표제작 <고백은 이미 본 장면>, <설렘 백 번>이다.

<고백은 이미 본 장면>은 고백하려고 하면 상대방에 전날 꿈에서 봤다고 말하고 거절한다.

반복되는 거절에 연애는 생각도 못하는 남우.

회사에서 첫눈에 빠진 그녀에게 고백하려고 하는데 그가 꿈을 꾼다.

고백하려는 마음을 짓누르는 알 수 없는 힘.

이 두 사람의 사랑을 풀어내는 마지막 장면은 아주 멋진 축복이자 진실한 사랑이다.

<설렘 백 번>은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 여사친을 90일 안에 백 번 설레게 해야 한다.

그 횟수를 어떻게 아느냐고? 여사친 머리 위에 숫자가 그의 눈에만 보인다.

여사친을 설레게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남자.

그런 노력에 자신도 모르게 설레는 여사진.

단순한 노림수 같은 이 행동과 예상하지 못한 반전은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위 두 편을 제외해도 읽으면서 웃고, 반전에 놀란 초단편들이 많다.

<다섯 번째 연인>의 마지막은 또 다른 의미의 반전이자 우리의 현실이다.

<아내 덕질, 아내 TV>같은 경우가 온다면 아마 나는 그렇게 못할 것이다.

<수명이 줄어드는 사랑>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지속할 수 있을까?

작가는 남자 주인공은 감남우, 여자 주인공은 홍혜화로 통일했다.

같은 이름의 반복이 약간 지루할 수 있다고 하는 순간 약간의 변주를 준다.

일상의 로맨스와 로맨스의 환상을 뒤섞고, 변주에 반전을 더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길지 않는 이야기 속에 이렇게 풀어낸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아직 읽지 않은 단편집이 많아 즐겁고, 새롭게 나올 이야기도 기대된다.

음! 나의 로맨스는 이 초단편선 어디에 해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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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통역사
리 랑그바드 지음, 손화수 옮김 / 푸른숲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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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문학상 ‘몬타나상’ 수상작이자 퀴어문학상인 ‘프리즈마 문학상’ 수상작이다.

작가는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되었고, 동성애자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것도, 자신의 부모를 찾아 한국에 온 순간을 다루지도 않는다.

이 부분은 다른 소설에서 다루는 듯한데 언제 찾아봐야겠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구성이 상당히 인상적이고 흥미롭다.

처음 봤을 때 희곡인가 하고 착각할 정도였다.

연도, 장소, 화자의 이름 대신 표기되는 ‘나’, ‘나의 통역사’, ‘큰언니’, ‘어머니’ 등

나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말한다’로 표기되지만 나만 ‘생각한다’가 들어간다.

처음 ‘나는 생각한다’를 발견했을 때 이 차이가 크게 다가왔다.


이 소설에서 이름이 나오는 경우는 등장인물이 아닐 경우다.

말하는 인물들은 모두 나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로 표기된다.

내 통역사, 어머니, 아버지, 큰언니, 둘째 언니, 남자 조카, 여자 조카 등.

나는 2018년 어머니 등과 만나기 전에 이미 한국에서 산 적이 있다.

이때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영어만 늘었다고 한다.

그녀는 가족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 통역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가족들이 모르는 통역사와의 관계가 있다.

바로 그녀가 통역사와 연인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통역사가 말린다.

자신의 딸이 동성애자란 것을 알면 관계가 끊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대부분이 그녀가 한국에 와서 가족과 만난 일을 다룬다.

코로나19 시절인 2021년 둘이 같이 사는 집의 경우를 제외하면.

그리고 내 통역사는 늘 그녀의 연인이었는데 어느 순간 변한다.

이 변화의 이유 중 하나는 두 사람이 헤어진 것이다.

그리고 다른 통역사가 등장하는데 의도적으로 관계를 생략한다.

이때 통역사가 제대로 통역하지 못하면서 생긴 오해도 드러난다.

통역의 어려움과 그 과정에서 생기는 오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잠면이다.

이것과 대비되는 것이 그녀를 두고 내 통역사와 가족이 나누는 대화다.

작가에게 이것은 자신이 알 수 없는 외국어일 뿐이다.

이 빈 여백은 제대로 통역하지 않으면 ‘침묵’일 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내가 오해했던 것 하나가 입양과정이다.

나는 당연히 엄마가 미혼모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가난했던 시절 딸이 줄줄이 태어나면서 막내를 외국에 입양시킨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머릿속에서 이런 사실도 점점 사라졌다.

한때 한국을 유아 수출국이라고 부르면 조롱하던 글도 생각났다.

그리고 ‘나’는 태어나자마자 입양된 것도 아니다.

그녀의 입양 사실을 큰언니와 둘째 언니까지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사실을 언니들이 남편들에게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대화가 진행되면서 이혼한 언니가 있다고 느낀다.

서로가 자신들의 비밀을 하나씩 숨긴 채 짧은 만남과 대화를 이어간다.


단순히 가족들과의 대화만 풀어내었다면 조금 감상적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자전적 이야기를 다루면서 다른 문화, 다른 경험 등에 의한 차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차이는 서로가 이해하려는 노력과 시간의 부족으로 계속된다.

그러는 사이 그녀의 조카들은 자라고, 어느 순간 영어로 대화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 대화도 조카의 통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런 문제와 어려움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혈연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내 통역사와의 대화 속에서 한국의 성차별과 미투 운동이 드러난다.

생각한 것보다 가독성이 뛰어나고, 빈 여백이 주는 한국어 대화들이 긴 여운을 남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 생략된 부분들을 상상하게 하고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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