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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통역사
리 랑그바드 지음, 손화수 옮김 / 푸른숲 / 2026년 6월
평점 :
덴마크의 문학상 ‘몬타나상’ 수상작이자 퀴어문학상인 ‘프리즈마 문학상’ 수상작이다.
작가는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되었고, 동성애자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것도, 자신의 부모를 찾아 한국에 온 순간을 다루지도 않는다.
이 부분은 다른 소설에서 다루는 듯한데 언제 찾아봐야겠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구성이 상당히 인상적이고 흥미롭다.
처음 봤을 때 희곡인가 하고 착각할 정도였다.
연도, 장소, 화자의 이름 대신 표기되는 ‘나’, ‘나의 통역사’, ‘큰언니’, ‘어머니’ 등
나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말한다’로 표기되지만 나만 ‘생각한다’가 들어간다.
처음 ‘나는 생각한다’를 발견했을 때 이 차이가 크게 다가왔다.
이 소설에서 이름이 나오는 경우는 등장인물이 아닐 경우다.
말하는 인물들은 모두 나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로 표기된다.
내 통역사, 어머니, 아버지, 큰언니, 둘째 언니, 남자 조카, 여자 조카 등.
나는 2018년 어머니 등과 만나기 전에 이미 한국에서 산 적이 있다.
이때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영어만 늘었다고 한다.
그녀는 가족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 통역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가족들이 모르는 통역사와의 관계가 있다.
바로 그녀가 통역사와 연인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통역사가 말린다.
자신의 딸이 동성애자란 것을 알면 관계가 끊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대부분이 그녀가 한국에 와서 가족과 만난 일을 다룬다.
코로나19 시절인 2021년 둘이 같이 사는 집의 경우를 제외하면.
그리고 내 통역사는 늘 그녀의 연인이었는데 어느 순간 변한다.
이 변화의 이유 중 하나는 두 사람이 헤어진 것이다.
그리고 다른 통역사가 등장하는데 의도적으로 관계를 생략한다.
이때 통역사가 제대로 통역하지 못하면서 생긴 오해도 드러난다.
통역의 어려움과 그 과정에서 생기는 오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잠면이다.
이것과 대비되는 것이 그녀를 두고 내 통역사와 가족이 나누는 대화다.
작가에게 이것은 자신이 알 수 없는 외국어일 뿐이다.
이 빈 여백은 제대로 통역하지 않으면 ‘침묵’일 뿐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내가 오해했던 것 하나가 입양과정이다.
나는 당연히 엄마가 미혼모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가난했던 시절 딸이 줄줄이 태어나면서 막내를 외국에 입양시킨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머릿속에서 이런 사실도 점점 사라졌다.
한때 한국을 유아 수출국이라고 부르면 조롱하던 글도 생각났다.
그리고 ‘나’는 태어나자마자 입양된 것도 아니다.
그녀의 입양 사실을 큰언니와 둘째 언니까지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사실을 언니들이 남편들에게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대화가 진행되면서 이혼한 언니가 있다고 느낀다.
서로가 자신들의 비밀을 하나씩 숨긴 채 짧은 만남과 대화를 이어간다.
단순히 가족들과의 대화만 풀어내었다면 조금 감상적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자전적 이야기를 다루면서 다른 문화, 다른 경험 등에 의한 차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차이는 서로가 이해하려는 노력과 시간의 부족으로 계속된다.
그러는 사이 그녀의 조카들은 자라고, 어느 순간 영어로 대화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 대화도 조카의 통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런 문제와 어려움 속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혈연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내 통역사와의 대화 속에서 한국의 성차별과 미투 운동이 드러난다.
생각한 것보다 가독성이 뛰어나고, 빈 여백이 주는 한국어 대화들이 긴 여운을 남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 생략된 부분들을 상상하게 하고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