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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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내용이 궁금했던 책이다.

나치즘과 홀로코스트 시대를 다룬 소설로만 알고 있었다.

작가의 태생이 독일이고, 히틀러를 피해 영국에 정착한 화가다.

거의 70세가 다 되어 발표했다고 하는데 대단한 일이다.

71년에 발표되었을 때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77년 재출간되면서 큰 방향을 얻었다고 한다.

가끔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좋은 책을 놓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량도 생각한 것보다 적어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문장에서 서술 트릭의 강한 재미와 강한 울림을 받았다.


화자 한스에게 1932년 2월은 그의 삶에 큰 흔적을 남겼다.

친구 없이 잘 지내던 그에게 한 소년이 전학을 오면서 삶이 바뀐다.

콘라딘. 폰 호엔펜스라는 귀족 가문의 아들이다.

그의 가문을 아는 아이들은 그와 친해지고 싶어하지만 그는 거리를 둔다.

콘라딘과 친구가 되고 싶지만 한스는 나서지 못한다.

그러다 콘라딘이 한스에게 인사하는 순간 느낀 감정은 복합적이다.

서로에게 끌려 친구가 된 둘은 방과 후 집으로 가면서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

이들의 대화, 아름다운 풍경, 그들 사이에 흐르는 우정.

어떻게 보면 평범한 청춘 소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둘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생기기 시작한다.

한스의 집에 콘라딘이 왔을 때 아버지가 보여준 말과 행동이 대표적이다.

귀족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아들에게 너무 낯설다.

아버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한스에게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하지만 팔라딘의 방문이 거듭되면서 이 분위기는 조금씩 바뀐다.

둘은 함께 여행도 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한스는 왜 콘라딘이 자신을 자기 집에 초대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그러다 가게 된 집은 화려하고 멋있었지만 부모님은 계시지 않았다.

이것은 콘라딘의 집에 여러 번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독일 귀족 집안의 아들과 유대인 아들의 우정.

그 시대를 생각하면 그 미래는 너무 뻔한 것이다.

아직 순진했던 두 소년들에게 미래에 닥쳐올 나치즘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히틀러가 정권을 잡으면서 분위기는 바뀐다.

이 바뀌는 분위기가 후반부의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우정을 뛰어넘는 현실적인 문제가 그들에게 다가온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시류에 빠르게 올라탄 아이들은 너무 쉽게 변한다.

이후 펼쳐지는 장면은 흔히 본 장면들과 별차이가 없다.

이 상황에서 콘라딘이 보여준 모습은 그 시대 독일 청년들의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영어 제목을 ‘동급생’이라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동창회’가 맞을 것이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무려 30년이 지나 그에게 초대장이 온다.

이것을 보고 어떻게 이런 뻔뻔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짧은 마지막 장이 앞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은 장면을 연출한다.

그동안 쌓아 올린 이야기가 한 번에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유대인이지만 독일 국민으로 최선을 다했던 아버지의 모습은 많은 여운을 남긴다.

짧은 분량이지만 강한 한 방과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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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다 거짓이야
대니얼 나예리 지음, 김래경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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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화려한 수상 이력의 가진 작가다.

최근에 뉴베리 아너상을 연속으로 수상했다.

이런 정보와 화려한 찬사가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2020년에 출간되었고, 자전적 요소가 강하다.

이 책 또한 프린츠 대상 등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그런데 너무 기대한 탓일까? 아니면 취향을 많이 타는 것일까?

기대한 만큼 빠져들지 못하고, 어딘가에서 재미를 놓쳤다.

너무 낯선 이란, 난민 생활, 미국 오클라호마에서의 힘겨운 삶.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이지만 왠지 모르게 흐름을 잃은 듯하다.

하지만 이 흐름과 상관없이 뒤로 가면서 호스로의 이야기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12살 이란 난민 출신 소년 호스로 나예리.

호스로라는 단어를 사람들은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

그의 엄마가 대니얼이라고 부른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고, 놀린다.

그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되고, 거짓말로 치부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드처럼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다.

아마 내가 흐름을 놓친 부분도 이 과거의 가족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현재와 가까워지면서 더 몰입한 것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미국 아이들에게 페르시아는 멀고 낯선 곳이다. 물론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호스로가 자신의 선조 이야기를 풀어낼 때 아이들 머릿속에는 애니 <알라딘>이 떠오른다.

그의 대답은 그렇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조차도 그 도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집을 찾아가서 소를 도살하는 것을 본 기억은 아주 강렬했다.

이 강렬한 기억과 할아버지의 손길은 낙인처럼 새겨진다.

외가에 대한 기억 중 작은 개울을 강이라 표현하고, 누나와의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그 작은 개울에서 잡은 작은 물고기, <천일야화> 같은 판타지에 대한 기대.

그리고 그 무엇보다 놀라운 상류에서 흘러내려온 똥 이야기.

그들이 놀던 곳보다 위에서 한 아주머니가 아이 기저귀를 빨고 있었다.


양아버지 레이가 태권도 3단이라고 말하면 그의 과거사를 간단하게 다룬다.

이때 엄마와 아버지와 이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혹시 흔히 말하는 위장 이혼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니다.

레이가 주로 보는 영화 등은 액션 영화고, 추억의 장 클로드 반담이 자주 나온다.

가끔 레이는 엄마에게 폭력을 가하는데 이 때문에 이혼을 한 번 했다.

하지만 현실적 문제 등으로 다시 재결합했지만 그 행동이 변하지는 않았다.

이란에서 의사였던 엄마이지만 미국에서 그 자격증으로 의사 생활을 할 수는 없다.

한국의 이민 1세대가 미국으로 가서 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런 그의 이야기가 반 친구들에게 얼마나 사실로 다가갈까?


누나의 에피소드 중 손가락이 잘릴 뻔한 끔찍한 사건 하나가 있었다.

이 사건을 보면서 그들이 미국 백인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독실한 이슬람 신자였던 엄마가 기독교 신자로 개종했다.

이 개종은 이란에서의 삶을 불안하게 했고, 힘들고 위험한 이민의 길을 나서게 했다.

이 과정에 있었던 세 번의 기적 같은 일들에 서로의 의견이 엇갈린다.

성공은 우연을 기적 또는 신의 은총으로 포장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후반부에 나오는 이탈리아에서의 삶은 또 다른 역사의 비극 한 장을 보여준다.

앞부분에 나온 파편적인 신화와 전설은 후반부의 현실 속에서 조금씩 꽃을 피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지, 그가 겪어야 했던 일들, 지금 받고 있는 편견과 폭력을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삶의 힘겨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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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
고이시 유카 지음, 현승희 옮김, 신쵸사 협력 / 서교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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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주는 재미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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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2 세트 - 전2권
고이시 유카 지음, 현승희 옮김, 신쵸사 협력 / 서교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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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 출판사 신쵸사 교열부의 교정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출판사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교정부 직원이 대단히 많다.

교정부 직원만 50명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책 속에도 나오지만 이렇게까지 교정 직원이 많은 경우는 드문 모양이다.

이렇게 직원이 많은 이유로 “백 년 뒤에도 남을 한 권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야.”라고 말한다.

이 문장을 읽고 이 출판사의 책에는 오타 같은 것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출판된 뒤에 오타가 발견된다.

실제 교열부에서 하는 일과 그들의 열정 등을 담고 있는 만화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재밌게 읽어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쿠쥬 씨는 교열부 10년 차 직원이다.

그녀가 교열하는 방식과 열정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편집에서 넘어온 교열본을 단순히 오자만 수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문맥이나 정보의 사실 여부도 함께 찾아서 표기한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편집부의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에 좋아하는 출판사의 좋아하는 작가의 번역본에 달린 주석에 황당해했던 일이 떠올랐다,

미국 스포츠를 잘 몰라 그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은 그냥 무난하게 넘어가지만 이전에는 시대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열심히 찾은 적도 있다.

어떤 책은 원서를 찾아 확인까지 한 적이 있는데 이젠 그럴 시간도 열정도 없다.


단순히 쿠쥬 씨만 보여준다면 조금 늘어질 수도 있다.

그녀에게 맡겨진 신입사원 미즈가키 씨를 같이 다루면서 교열 업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

개인적으로 낯선 일본 작가들의 수많은 이야기는 그것대로 보는 재미를 준다.

특히 손으로 쓴 원고 편으로 넘어가면 내가 현실에서 경험한 수많은 악필이 떠오른다.

실제 책 속에서 예시로 보여준 글자는 원래의 모습이 너무 많이 사라진 것들이다.

나 자신도 어느 순간 손 글씨가 엉망이 되면서 내가 쓴 글자를 몰라보는 경우가 있다.

이제는 워드 프로그램으로 작업해 이런 일이 없다고 하지만 아직 손으로 쓰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정말 이런 경우라면 그 글자를 알 수 있는 사람이 정말 꼭 필요할 듯하다.

그리고 내가 아는 작가의 글이 깨끗하다는 부분에서는 왠지 조금 안심이 되었다.


신쵸사 교열부만 단순히 다루지 않고 점점 범위를 확장한다.

개성 강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도, 선배나 스승님의 조언이나 경험도 같이 보여준다.

교열을 단 한 번만 하지 않고 여러 번 하지만 오타 등은 여전히 발생한다.

당연하게 생각하고 무심코 넘어간 교열이 인쇄 직전에 오타 발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외부에서 온 편집부 직원과 교열부 직원 대립과 이해 과정은 또 다른 세계를 열어준다.

이런 식으로 관계를 확장한다면 더 많은 이야기가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교열부 직원 이외에 외부에서 교열을 보는 사람들 이야기도 있다.

외교라고 부르는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 지, 어떤 감정인지도 조금씩 나온다.

단순한 오타가 아닌 내용 문제까지 파고든 부분에서는 더 많은 생각 거리를 제공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잭 좋아하는 출판사 직원의 모습 그대로다.

책은 사람이 엮는 거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곁에 있는 책들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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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의 문 ㅣ 이루리북스 클래식 1
샐녘 그림, 이루리 옮김, 허버트 조지 웰스 원작 / 이루리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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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 웰스의 단편을 그래픽노블로 그려내었다.

국내 만화가 샐녘이 그림을 그렸는데 개인적으로 처음 만난 작가다.

이루리북스 클래식 1권인데 현재 2권까지 나와 있다.

그래픽노블로 시리즈가 구성될 것 같았는데 아닌 모양이다.

화자가 자신의 친구가 경험했던 것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친구의 이름은 라이오넬 월러스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앞서 나갔고,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언젠가부터 낯빛이 어두워졌고, 처음으로 초록 문 이야기를 했다.

화자는 그때 라이오넬의 태만한 정치 행보를 비판하고 있었다.

라이오넬은 태만했고 뭔가에 홀려 있었고, 불가능한 욕망만 꽉 차 있었다고 말했다.


여섯 살 라이오넬은 아버지와 가정 교사 덕분에 또래보다 조숙했다.

집밖에 나가 노는 것을 허락받고 놀다가 길을 잃었다.

그러다 어느 벽에서 발견한 담쟁이 덩굴이 에워싼 초록 문을 발견한다.

이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보게 되는 푸른 하늘과 지평선 가득한 정원.

이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까지 고민은 연 후에 사라진다.

이곳에서 만난 동물과 친구들, 함께 즐겁게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 장면을 보면서 머릿속에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을 다룬 중국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이가 즐겁게 보낸 하루가 현실에서 몇 년 혹은 몇 십년이 지났다는 설정 말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고, 같은 시간의 흐름으로 흘러간다.


이 녹색 문 안에서 보낸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발견하려고 했지만 찾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간다.

그러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그 문이 그 앞에 나타난다.

가는 발걸음을 돌려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후에도 그는 몇 번이나 이 초록 문을 발견하지만 열지 않는다.

이때마다 그는 더 성공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초록 문을 열고 들어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대신 현실의 지위를 선택한 것이다.

이 일이 어느 순간 그의 삶을 조금씩 갉아먹은 것이다.

이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그 문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동심, 꿈, 상상력, 사랑 등 그 외 많은 것들.

분량이 많지 않아 단숨에 읽을 수 있지만 함축된 내용 때문에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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