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그리고 호랑이
박금산 지음 / 문학수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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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검색하니 낯익은 제목이 보였지만 읽은 책은 아니다.

눈길을 끄는 제목이지만 읽고 싶다는 마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자주 가는 서점에서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몇 장 넘겨보기 전까지는.

책을 받고 조금 읽기 시작하면서 뛰어난 가독성에 놀랐다.

이 뛰어난 가독성은 많지 않은 글자와 빈번한 문단 구분에 의한 착각이었다.

짧은 대화와 많은 문단 구분이 쉽게 쪽을 넘기게 했다.

것 같다.’ 와 ‘고 한다.’ 의 문장을 처음에는 무심하게 읽고 지나갔다.

하지만 자주 나오고, 단절된 문단에서 사용되면서 앞의 이야기에 눈길을 주게 되었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적지 않은 것인지 모르는 한 가지.

그것은 요한나라는 여성이 살고 있는 도시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소설 속에 나오는 학살의 장소들이 뚜렷하게 나오는 것과 대비된다.

요한나는 밤 산책을 돕는 맹견 릴리를 데리고 밤에 나간다.

릴리는 햄버거를 좋아하고, 절대 목줄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주의를 들었다.

어느 날 자신을 따라오는 남자에게 위협을 느끼고 목줄을 놓아버린다.

릴리가 남자에게 돌진해 그를 물어버린다.

요한나는 릴리를 데리고 산으로 들어가 어느 동굴 속에 묶어둔 채 달아난다.

그리고 릴리가 사라졌다고 업체에 거짓말을 한다.

이후 주위에서 남자를 물어뜯은 동물이 호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요한나는 이 소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남자를 물어뜯은 것은 릴리인데 호랑이라니, 호랑이가 돌아다닌다니.

어느 새벽 요한나는 집밖에 인터폰 화면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호랑이를 본다.

이 호랑이는 사람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사람에서 호랑이로 변신하면 옷이 모두 찢어진다.

호랑이와 요한나의 대화는 서로 다른 입장과 의견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이야기는 과거 그녀의 모계가 경험했던 폭력의 역사 속으로 넘어간다.

작가가 크게 다루는 폭력은 대부분 한국에서 있었던 학살의 역사다.

노근리 학살, 제주 4.3 사건 등은 비교적 자세하게 나온다.

난징과 오키나와의 경우는 단편적으로, 그 이전의 학살도 역시 간단하다.


노근리 학살의 현장은 사진으로 남아 있다.

이 사진과 현장에 남겨진 미군의 흔적들.

이것을 알린 영국의 기자는 공산주의로 몰려 영국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 시절 반공주의가 얼마나 큰 위세를 떨쳤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 중 하나다.

그리고 제주에서 카톨릭이 일본 제국주의와 타협하는 장면도 나온다.

그 이유가 사회주의는 종교를 탄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일련의 장면들과 상황은 그 시대의 폭력과 학살이 단순한 우발 사고가 아님을 보여준다.

요한나가 미군 친구와 제주도 등의 학살을 이야기할 때 그들의 시각이 드러난다.

전쟁 아니라 학살이었다는데? /  “학살? 시각에 따라 달라.”

영국 기자의 증거와 기사를 가짜 뉴스로 몰거나, 시각 차이라고 주장하는 학살자들.

역사 속에 수없이 남겨진 이 기록들은 발굴되고, 밝혀지고 있다.


요한나를 비롯한 그녀의 엄마나 할머니 등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려주지 않는다.

모계로 이어지는 관계, 폭력의 역사, 카메라를 통한 기록.

요한나의 엄마가 미군의 요청으로 백두산 동굴 속에 들어가 일어난 사고.

현실의 역사와 판타지의 요소가 결합해 어긋난 간극을 경험하게 한다.

갑작스럽게 장면이 전환하면서 만들어내는 사실 속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호랑이, 릴리, 요한나 등의 미묘하고 이상한 관계는 또 어떻게 봐야 할까?

사람들이 보았다고 말한 호랑이의 실재와 학살의 증거는 연결된다.

가짜 뉴스라고 매도한 것들은 증언과 자료로 증명되었다.

더 많은 고민과 정리가 필요한 듯한데 아직 시작조차 못한 느낌이다.


#장편소설 #폭력의역사 #역사소설 #피해와연대 #믿음소망그리고호랑이 #리뷰어스클럽 #리뷰어스클럽서평단 #문학수첩 #박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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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땅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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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파리 자연사 박물관에 몰래 들어왔다.

그는 누군가의 정보로 <변신 프로젝트>를 파헤치려고 한다.

D, N, A 문 중 N 문을 선택해 들어간다.

거대한 유리로 된 큐브가 방 한가운데 있다.

해초와 물로 가득한 그 안에서 두 손, 인간과 닮은 얼굴이 솟아오른다.

웃는 그 모습에 남자는 비명을 지르고, 달아난다.

그리고 달아난 남자는 이 사실을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린다.

이것은 사회 문제가 되고, 이 연구를 진행하는 알리스 카메러는 뒤늦게 안다.

연구부 장관 뱅자맹 웰스는 이것이 단순한 프로젝트일 뿐이라고 말한다.

알리스가 프로젝트의 의도를 설명하지만 대중은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알리스가 지구에서 이 연구를 계속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뱅자맹의 도움으로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된다.

국제 우주 정거장에 도착한 다음 날 알리스는 자신의 연구 기구가 파손된 것을 발견한다.

처음 시몽을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진짜 범인을 찾아낸다.

범인은 달아나고, 그 과정에 다른 두 명의 우주인이 죽는다.

그리고 알리스와 시몽은 서로 연인이 된다.

알리스는 자궁 문제로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시몽도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둘 만 남게 되자 서로에게 끌리면서 우주 정거장은 최상의 공간이 된다.

이 평화로운 일상에 변화가 생긴 것은 지구에서 온 핵 전쟁에 대한 소식이다.

인간이 핵 미사일의 버튼을 누르지 않고 인공지능에게 맡겼다는 설정이다.


지구가 서로에게 핵 미사일을 날려 상호 파괴를 확장한다.

둘은 우주에서 지구가 멸망하는 모습을 본다.

격리했던 살인자를 데리고 와서 세 명이 함께 우주에서의 생존을 도모한다.

그리고 우주에서 다음 세대의 인류를 위한 혼종 연구가 지속된다.

뱅자맹이 이름 붙인 에어리얼, 디거, 노틱 등이다.

에어리얼은 박쥐, 디거는 두더쥐, 노틱은 돌고래와 인류의 결합이다.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년.

1년 안에 연구를 성공해야 하는데 다행히 이 셋을 모두 태어나게 한다.

알리스의 임신과 이 세 혼종이 인류가 생존한 듯한 곳으로 착륙한다.

하지만 불행은 높은 방사능 수치에 의해 생긴다.


임신한 알리스와 시몽은 세 혼종의 태아를 데리고 전자파가 나온 곳으로 간다.

그곳은 이전에 지하철 역이었던 곳이고, 인간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지하에서 생존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축제로 분위기를 띄웠다.

이 공동체의 대표 프랑키는 이들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모토가 ‘NO FUTURE’ 라고 말한다.

미래가 없으니 아이를 낳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D, N, A의 태아를 보자 프랑키는 이 혼종에게 빠진다.

알리스의 출산과 더 많은 혼종의 탄생을 도와준다.

시간이 흐른 후 적지 않은 에어리얼, 디거, 노틱이 태어난다.

새로운 혼종과 기존의 인류가 잘 어울려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이 숨겨져 있던 갈등을 증폭하고 문제가 심각해진다.


작가는 빠르게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갈등의 시간을 단축시킨다.

이것은 다음 이야기 속에서 세 혼종 사이의 갈등에도 그대로 적용한다.

다른 혼종에 끌리는 혼종, 어머니 알리스에 존경과 끌림.

어느 순간 종족 차별주의가 갈등을 심화시킨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는 세 혼종의 갈등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혼종과 사피엔스의 결합, 서로의 필요에 의한 협력관계.

평화로운 공존 생활, 열린 미래와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팽창과 폭력의 욕구는 상황을 악화시킨다.

마지막에 새로운 혼종을 탄생시키는데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직 이 혼종과 사피엔스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심화된 갈등과 엇나간 종족주의가 만들어낼 파국이 나오지 않았다.

<고양이> 시리즈처럼 키메라 시리즈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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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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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파리 자연사 박물관에 몰래 들어왔다.

그는 누군가의 정보로 <변신 프로젝트>를 파헤치려고 한다.

D, N, A 문 중 N 문을 선택해 들어간다.

거대한 유리로 된 큐브가 방 한가운데 있다.

해초와 물로 가득한 그 안에서 두 손, 인간과 닮은 얼굴이 솟아오른다.

웃는 그 모습에 남자는 비명을 지르고, 달아난다.

그리고 달아난 남자는 이 사실을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린다.

이것은 사회 문제가 되고, 이 연구를 진행하는 알리스 카메러는 뒤늦게 안다.

연구부 장관 뱅자맹 웰스는 이것이 단순한 프로젝트일 뿐이라고 말한다.

알리스가 프로젝트의 의도를 설명하지만 대중은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알리스가 지구에서 이 연구를 계속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뱅자맹의 도움으로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된다.

국제 우주 정거장에 도착한 다음 날 알리스는 자신의 연구 기구가 파손된 것을 발견한다.

처음 시몽을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진짜 범인을 찾아낸다.

범인은 달아나고, 그 과정에 다른 두 명의 우주인이 죽는다.

그리고 알리스와 시몽은 서로 연인이 된다.

알리스는 자궁 문제로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시몽도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둘 만 남게 되자 서로에게 끌리면서 우주 정거장은 최상의 공간이 된다.

이 평화로운 일상에 변화가 생긴 것은 지구에서 온 핵 전쟁에 대한 소식이다.

인간이 핵 미사일의 버튼을 누르지 않고 인공지능에게 맡겼다는 설정이다.


지구가 서로에게 핵 미사일을 날려 상호 파괴를 확장한다.

둘은 우주에서 지구가 멸망하는 모습을 본다.

격리했던 살인자를 데리고 와서 세 명이 함께 우주에서의 생존을 도모한다.

그리고 우주에서 다음 세대의 인류를 위한 혼종 연구가 지속된다.

뱅자맹이 이름 붙인 에어리얼, 디거, 노틱 등이다.

에어리얼은 박쥐, 디거는 두더쥐, 노틱은 돌고래와 인류의 결합이다.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년.

1년 안에 연구를 성공해야 하는데 다행히 이 셋을 모두 태어나게 한다.

알리스의 임신과 이 세 혼종이 인류가 생존한 듯한 곳으로 착륙한다.

하지만 불행은 높은 방사능 수치에 의해 생긴다.


임신한 알리스와 시몽은 세 혼종의 태아를 데리고 전자파가 나온 곳으로 간다.

그곳은 이전에 지하철 역이었던 곳이고, 인간들이 축제를 벌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지하에서 생존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축제로 분위기를 띄웠다.

이 공동체의 대표 프랑키는 이들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모토가 ‘NO FUTURE’ 라고 말한다.

미래가 없으니 아이를 낳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D, N, A의 태아를 보자 프랑키는 이 혼종에게 빠진다.

알리스의 출산과 더 많은 혼종의 탄생을 도와준다.

시간이 흐른 후 적지 않은 에어리얼, 디거, 노틱이 태어난다.

새로운 혼종과 기존의 인류가 잘 어울려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이 숨겨져 있던 갈등을 증폭하고 문제가 심각해진다.


작가는 빠르게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갈등의 시간을 단축시킨다.

이것은 다음 이야기 속에서 세 혼종 사이의 갈등에도 그대로 적용한다.

다른 혼종에 끌리는 혼종, 어머니 알리스에 존경과 끌림.

어느 순간 종족 차별주의가 갈등을 심화시킨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는 세 혼종의 갈등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혼종과 사피엔스의 결합, 서로의 필요에 의한 협력관계.

평화로운 공존 생활, 열린 미래와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팽창과 폭력의 욕구는 상황을 악화시킨다.

마지막에 새로운 혼종을 탄생시키는데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직 이 혼종과 사피엔스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심화된 갈등과 엇나간 종족주의가 만들어낼 파국이 나오지 않았다.

<고양이> 시리즈처럼 키메라 시리즈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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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5 - 사과와 링고
이희주 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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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처음 읽었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 몇 권을 사 놓기만 했다.

그 당시는 한참 한국 소설을 읽을 때였고, 이상문학상 최고 전성기였다.

이 시기를 한동안 보낸 후 새로운 한국 작가에 대한 폭이 좁아졌다.

최근에 나온 작가들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이런 일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한국 문학상 수상작들을 조금씩 읽고 있다.

장르 소설 쪽을 더 많이 읽지만 기회가 되면 문학상에도 눈길을 준다.

작년에 오랜만에 읽었던 이상문학상이 좋았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대부분의 작가들이 낯설다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이 문학상은 다른 문학상과 다른 구성이 하나 있다.

수상 작가의 작품론을 중간에 넣은 것이다.

처음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이 작품론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옛날 수상작품집을 보면 낯익은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순간 한국 소설과 멀어지면서 대부분 낯설게 된 것이다.

우수작품상을 받은 작가 중 낯익은 이름은 김경욱과 김혜진뿐이다.

그렇다고 이 둘의 소설을 많이 읽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만 이 둘의 소설은 집에 한두 권 이상 있는 것만 기억한다.

기수상작가 손보미라면 낯익고 몇 권의 소설도 읽었지만.


이희주의 <사과와 링고>는 제목부터 이상했다.

링고가 일본어로 사과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펼쳐지는 K-장녀 이야기는 조금은 흔한 설정이라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사라에게 돈을 빌려 달라는 동생 사야의 연락도 낯익은 설정이다.

가족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가족 일원의 이야기는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라가 사야에게 기대한 감정과 현실의 괴리가 드러나면서 변주가 일어난다.

단숨에 관계를 끊지 못하는 이유가 나올 때 고개를 끄덕인다.

사라가 빠진 뮤지컬 이야기, 그녀의 팍팍한 일상에서 유일한 탈출구인 뮤지컬.

동생의 사치와 애완묘 사과와 링고, 사라와 사야의 관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라의 행동과 너무나도 완강한 그녀의 마지막 행동.

뻔한 설정은 어느 새 사라지고 억눌리면서 뒤틀린 그녀의 행동과 심리에 멍해진다.


자선작인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는 아이돌 덕질 이야기다.

실제 자신의 작업을 넣고, 얼마 전에 있었던 법원 습격 사건과 덕질을 엮었다.

요즘 아이돌 덕질을 소설 속에 가져오는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실제 작가 자신도 아이돌을 덕질하고 있고, 그 팀이 NCT WISH라고 알려준다.

소설 속 유리의 흔적을 뒤쫓고, 그가 속한 팀을 열심히 알린다.

나에게는 낯선 행동이지만 덕질인에게 이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일이다.

자신의 과거와 유리의 과거를 엮으면서 갑자기 마주한 현재의 유리를 보여준다.

그가 이렇게 된 데에 대한 기원을 과거의 덕질 속에서 파헤친다.

팬픽에 대한 부분도 아주 낯설지만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가장 낯익은 이름인 김경욱, <너는 별을 보자며>도 덕질 이야기다.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아내가 최근 덕질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간다.

그곳에 가기 전 그의 간단한 이야기와 콘서트 현장 분위기 등이 뒤섞인다.

상상이란 한자를 파자해 나무, 눈, 마음, 사람, 코끼리로 표현한 부분도 재밌다.

그리고 없는 아내에 대해 글을 쓴 과거를 말하는데 이 글 속 아내는 존재할까?

김남숙의 <삽>은 앞부분에 잠시 집중을 못했다.

학원 강사 재구가 겪게 되는 미성년자 성추행 신고에 대한 정보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

뒤에 나오는 이 사건의 전말과 재구에 대한 동료 선생들의 반응이 복잡하다.

자신의 무죄를 의심했던 동료에 대한 재구의 집요한 질문.

자신이 놓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알고 싶은 마음.

그리고 이전처럼 능청스럽고 잔혹하게 연락하는 소녀.

마지막의 강렬한 장면들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김혜진의 <빈티지 엽서>는 타인의 시선과 자신의 속내를 파고든다.

자신에게 스쿼트 자세를 자세하게 알려준 중년 남성.

가르쳐준 대로 연습해서 효과를 봤지만 한 동안 그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동안 스위스 등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한때 번역사를 꿈꾼 그녀, 그가 가진 빈티지 엽서를 보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들을 불륜의 본 누군가의 경고 메시지. 불편한 감정.

긴 이야기가 아니지만 감정과 취미 등이 생각의 고리를 이어간다.

이미상의 <옮겨붙은 소망>은 낯선 세계로 시작한다.

빈티지 장신구를 사는 데 단순히 클릭을 빨리 하기 위해 고용된 화자.

화자를 고용한 n&n’s 의 사연과 그 장신구에 얽힌 이야기들.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장신구 이야기가 섬뜩한 이미지를 만든다.


함윤이의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는 좋은 가독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천문대를 산 사람들의 정체가 너무 불분명하다.

명확한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을 막는 듯한 연출이다.

불과 노아의 관계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손보미의 <자연의 이치>는 거식증에 걸린 영유 이야기다.

키가 크고 몸집이 있던 그녀는 음식량을 조절하면서 체형이 바뀐다.

그녀를 보는 친구들의 시선이 바뀌고, 선생은 그녀라는 것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음식을 더 먹지 않으면서 점점 더 말라간다.

이런 그녀를 걱정하는 존재가 할머니를 아줌마라고 부르는 서울 언니다.

영유가 느끼는 청소년기의 오해와 판단 착오 등이 묵직하게 흘러나온다.

전체 이야기를 다시 돌아봐야 조금이나마 더 이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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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계가 하나였다 픽셔너리 1
박대겸 지음 / 북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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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중편 시리즈 〈픽셔너리〉 첫 번째 작품이다.

픽셔너리는 픽션과 딕셔너리의 합성어로 ‘나’를 픽션화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출판사는 작가에게 소설과 에세이를 결합한 작품을 의뢰한다.

작가는 혼란을 겪는데 이것을 소설 속에 그대로 말한다.

당연히 에세이가 담겨 있다 보니 자신의 작품들을 하나씩 말한다.

생각보다 많은 작품과 그 사이에 읽었던 단편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안전가옥 앤솔로지 <미세먼지> 속 ‘미세먼지 살인사건 - 탐정 진슬우의 허위’다.

다행스럽게 이 책을 읽어 그때 평을 찾아보니 연작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글이 보인다.

작가의 다른 소설들을 읽지 않아 연작으로 나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소설은 간결한 진행 속에 살짝 살짝 상황을 꼬았다.

첫 장면에 집에 들어온 작가가 현관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한다.

누구지? 같이 사는 동거인 에른스트? 아니다.

고민하고 있는데 집안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혹시 살인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한다.

언제나로 나갈 준비를 하는데 에른스트가 보인다.

그가 한 말은 황당한데 이세계에서 왔다는 것이다. 뭐지?

그리고 엎드린 자세의 남자를 돌려 눕히는데 박대겸 그 자신이다.

이 황당하지만 재밌는 프롤로그를 지나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제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인물은 박대겸이다.

그런데 박대겸 한 명이냐고 하면 아니다.

다른 박대겸도 등장해서 이야기의 꼬임을 만들어낸다.

프롤로그에 쓰러져 있던 인물도 박대겸이지 않은가.

여기에 박대겸과 함께 사는 에른스트가 이 황당한 설정의 해설자 역할을 한다.

부산에서 책방을 하다 탐정 재능을 발견하고 탐정으로 전직한 인물이다.

그는 일반적인 탐정이 아니라 멀티버스 탐정으로 활동한다.

쓰러져 있던 박대겸을 보고 이세계라고 말한 것도 그의 이 능력 때문이다.

그렇다고 에른스트가 박대겸의 삶에 뛰어들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박대겸은 자신의 삶과 주어진 목표를 엮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실과 거짓이 엮이지만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 수 없다.

그가 출간한 작품들이 나오고,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감상평을 말한다.

타로 점을 보는 장면과 현실적 고민이 만나는 순간 또 꼬인다.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이 능청스럽게 풀려나가는 꼬리를 문 이야기들이다.

어느 순간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관심이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가면서 황당함은 더 거대해진다.

이상의 시를 패러디한 시와 장면들은 잠시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하지만 이 장면들 속에서 다중우주의 가능성은 닫지 않는다.

나중에 작가의 다른 책을 읽으면 왠지 이 책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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