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그리고 호랑이
박금산 지음 / 문학수첩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검색하니 낯익은 제목이 보였지만 읽은 책은 아니다.

눈길을 끄는 제목이지만 읽고 싶다는 마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자주 가는 서점에서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몇 장 넘겨보기 전까지는.

책을 받고 조금 읽기 시작하면서 뛰어난 가독성에 놀랐다.

이 뛰어난 가독성은 많지 않은 글자와 빈번한 문단 구분에 의한 착각이었다.

짧은 대화와 많은 문단 구분이 쉽게 쪽을 넘기게 했다.

것 같다.’ 와 ‘고 한다.’ 의 문장을 처음에는 무심하게 읽고 지나갔다.

하지만 자주 나오고, 단절된 문단에서 사용되면서 앞의 이야기에 눈길을 주게 되었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적지 않은 것인지 모르는 한 가지.

그것은 요한나라는 여성이 살고 있는 도시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소설 속에 나오는 학살의 장소들이 뚜렷하게 나오는 것과 대비된다.

요한나는 밤 산책을 돕는 맹견 릴리를 데리고 밤에 나간다.

릴리는 햄버거를 좋아하고, 절대 목줄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주의를 들었다.

어느 날 자신을 따라오는 남자에게 위협을 느끼고 목줄을 놓아버린다.

릴리가 남자에게 돌진해 그를 물어버린다.

요한나는 릴리를 데리고 산으로 들어가 어느 동굴 속에 묶어둔 채 달아난다.

그리고 릴리가 사라졌다고 업체에 거짓말을 한다.

이후 주위에서 남자를 물어뜯은 동물이 호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요한나는 이 소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남자를 물어뜯은 것은 릴리인데 호랑이라니, 호랑이가 돌아다닌다니.

어느 새벽 요한나는 집밖에 인터폰 화면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호랑이를 본다.

이 호랑이는 사람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사람에서 호랑이로 변신하면 옷이 모두 찢어진다.

호랑이와 요한나의 대화는 서로 다른 입장과 의견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이야기는 과거 그녀의 모계가 경험했던 폭력의 역사 속으로 넘어간다.

작가가 크게 다루는 폭력은 대부분 한국에서 있었던 학살의 역사다.

노근리 학살, 제주 4.3 사건 등은 비교적 자세하게 나온다.

난징과 오키나와의 경우는 단편적으로, 그 이전의 학살도 역시 간단하다.


노근리 학살의 현장은 사진으로 남아 있다.

이 사진과 현장에 남겨진 미군의 흔적들.

이것을 알린 영국의 기자는 공산주의로 몰려 영국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 시절 반공주의가 얼마나 큰 위세를 떨쳤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 중 하나다.

그리고 제주에서 카톨릭이 일본 제국주의와 타협하는 장면도 나온다.

그 이유가 사회주의는 종교를 탄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일련의 장면들과 상황은 그 시대의 폭력과 학살이 단순한 우발 사고가 아님을 보여준다.

요한나가 미군 친구와 제주도 등의 학살을 이야기할 때 그들의 시각이 드러난다.

전쟁 아니라 학살이었다는데? /  “학살? 시각에 따라 달라.”

영국 기자의 증거와 기사를 가짜 뉴스로 몰거나, 시각 차이라고 주장하는 학살자들.

역사 속에 수없이 남겨진 이 기록들은 발굴되고, 밝혀지고 있다.


요한나를 비롯한 그녀의 엄마나 할머니 등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려주지 않는다.

모계로 이어지는 관계, 폭력의 역사, 카메라를 통한 기록.

요한나의 엄마가 미군의 요청으로 백두산 동굴 속에 들어가 일어난 사고.

현실의 역사와 판타지의 요소가 결합해 어긋난 간극을 경험하게 한다.

갑작스럽게 장면이 전환하면서 만들어내는 사실 속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호랑이, 릴리, 요한나 등의 미묘하고 이상한 관계는 또 어떻게 봐야 할까?

사람들이 보았다고 말한 호랑이의 실재와 학살의 증거는 연결된다.

가짜 뉴스라고 매도한 것들은 증언과 자료로 증명되었다.

더 많은 고민과 정리가 필요한 듯한데 아직 시작조차 못한 느낌이다.


#장편소설 #폭력의역사 #역사소설 #피해와연대 #믿음소망그리고호랑이 #리뷰어스클럽 #리뷰어스클럽서평단 #문학수첩 #박금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