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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모리 에토 지음, 이구름 옮김 / 모모 / 2025년 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집을 정리하면 모리 에토의 책이 몇 권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 책들 대부분 읽지 않고 쌓아 두기만 했다.
작가 이름과 실제 독서와의 간격은 가끔 나를 당혹스럽게 한다.
나쁜 습관이지만 책 모으는 것을 멈추지 못하니 이런 괴리가 생긴다.
당연히 아는 작가이고, 몇 권 읽었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몇 권 읽지 않았지만 이번 선택은 그 괴리를 넘어 좋은 선택이었다.
뛰어난 가독성, 흥미로운 설정, 매력적인 캐릭터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물론 초반에 갑작스레 명계를 등장시켜 당혹스럽게 했지만 금방 적응했다.
그리고 각자의 사연들이 가슴에 콕 와 닿기 시작했다.
천식이 있는 동생과 싸운 후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다마키.
이모와 함께 살았지만 이모마저도 암으로 죽는다.
홀로 남겨진 그녀에게 다른 사람들은 언제 떠날지 모르는 존재일 뿐이다.
이런 그녀가 고양이 고요미를 통해 자전거포 곤노 아저씨와 친해진다.
곤노 아저씨도 아내와 아들을 잃고 외롭게 자전거포를 하면서 살고 있다.
고요미를 자신의 고양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은 상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다.
다마키는 곤노 아저씨를 통해 조금이나마 세상과 소통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다 늙은 고요미가 죽고, 곤노 아저씨의 어머니가 아프면서 동네를 떠난다.
이때 다마키에게 로드 바이크 모나미 1호를 선물로 준다.
다마키에게 완벽한 자전거였던 모나미 1호.
이 자전거가 어느 날 알 수 없는 폭주를 하면서 이상한 곳으로 간다.
죽은 고요미를 다시 만나고, 자신이 살았던 곳과 닮은 곳의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죽었던 가족들을 다시 만난다. 이때 뭐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외로운 삶을 살았던 그녀에게 다시 만난 가족은 무엇보다 소중했다.
명계는 레인넘기라는 것을 해야만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레인은 명계와 하계를 이어주는 연결 통로인데 조건이 맞아야만 넘기가 가능하다.
모나미 1호가 아니었다면 다마키는 이곳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후 다마키는 이곳에 자주 오면서 현실과 더 멀어진 삶을 살아간다.
이런 삶을 경고하는 이가 나나미 이모다.
명계에서는 하계에 홀로 남은 사람의 삶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모는 다마키가 명계가 아닌 현실에서 더 잘 살기를 바란다.
모나미 1호가 없다면 명계에 올 수 없게 되는데 이모의 노력으로 실제 주인이 나타난다.
맞다. 곤노 아저씨의 아들이다.
다마키는 40킬로를 달릴 수 있는 체력을 키우려고 한다.
홀로 달리면서 체력을 키우지만 까마득하기만 하다.
이때 수상한 러닝 팀 코치 도코로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홀로 달리는 것의 한계에 부딪힌 그녀는 이지러너즈의 새 멤버가 된다.
하지만 이 런닝 팀은 느슨하고 허약한 사람들의 집합소다.
소설 후반부는 이 런닝 팀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이 러닝 팀 각자의 사연과 도코로 코치의 이상한 목표가 나타난다.
도코로의 목표는 잡지에 이 팀이 실리는 것인데 쉽게 될 리가 없다.
느슨하기만 한 팀에 변화가 온 것도 도코로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인물들 사이에 빌런 같은 아줌마 한 명을 넣어 작은 문제를 불러온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각자가 가진 가면을 드러내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상한 경쟁심, 어수룩한 합숙 훈련, 예상하지 못한 사건 등이 일어난다.
읽다 보면 어디서 어긋난 것인지, 자신들의 진짜 속내가 하나씩 드러난다.
혼자가 된다는 생각에 다가오는 사람을 밀어내던 다미키의 생각이 바뀐다.
42.195킬로미터. 처음 목표한 40킬로미터보다 더 늘어난 거리를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