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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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나오키상을 수상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전생이란 소재를 아주 잘 버무려 놓았다. 한 여자의 전생을 기본으로 놓고, 이 전생과 관련된 세 사람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차분하다고 하지만 그 속에는 강한 열정과 집착으로 가득하다. 한 여자의 집착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한 삶이 그 속에 담겨 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구성과 전개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 대한 관심을 자연적으로 생기게 만든다. 아주 촘촘하게 잘 짠 구성이다. 시간을 이렇게 멋지게 연결시킨 작품을 오랜만에 만났다.

 

오사나이 쓰요시는 약속 시간에 맞춰 급하게 움직인다. 그곳에서 한 유명 여배우와 아이를 만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 만남 속에서 회상을 통해 대부분 이루어진다. 그 중심은 두 사람이다. 한 명은 오사나이고, 다른 한 명은 소녀인 루리다. 오사나이의 회상은 과거 자동차 사고로 죽은 아내와 그 딸에게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다. 어느 날 딸이 강한 열병을 앓은 후 이상해졌다는 아내의 말과 아이의 알 수 없는 가출 등이 나온다. 그리고 이 딸이 태어나기 전 그와 아내가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 연애를 했는지,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 아내의 놀람에 대한 그의 반응은 어떤지 등을 통해 다음 이야기의 밑밥을 던진다. 동시에 그 죽음에 대한 의문도 살짝 생긴다.

 

루리의 전생은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전생과 조금 다르다. 이 새로 태어나는 일들이 그녀에게는 달이 차서 기울고 다시 차는 것과 같다. 영휴라는 단어의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일정 나이가 된 그녀는 열병 같은 경험을 한 후 이전 생을 기억을 회복한다. 작가는 이 전생의 원인이나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참고 자료에서 이런 전생을 하는 아이들이 있음을 알려줄 뿐이다. 이 놀라운 현상에 대한 비이성적인 논리 전개 대신 이 전생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영리하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전생을 하는 인물은 루리지만 이 전생에 영향을 강하게 받는 인물들은 바로 부모와 그 전생의 원인인 전 연인이다. 오사나이의 딸이 가출해서 찾아간 곳의 의미가 드러나는 것도 바로 그 연인인 미스미 아키히코와 관계 있다. 이야기는 이제 아키히코의 과거로 넘어간다. 그 과거 속에서 마주한 루리는 성인이고 유부녀다. 대학생 아키히코의 알바 장소에서 만났고, 어느 순간 둘은 불탄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녀의 정체가 일부 드러나지만 몇 가지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의문이 풀리는 것은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 속이다. 이렇게 이 소설은 하나의 의문을 풀어내는 동시에 몇 가지 의문을 깔아놓는다. 이 구성 속에서 루리와 관련된 세 남자의 각각 다른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한 여자의 강한 열망과 집착이 빚어낸 전생을 보면서 불편함을 느꼈다. 아름답다거나 숭고하다거나 감탄을 자아내기보다는 그 전생 속에 사라진 소녀들과 그 부모의 모습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는 이 부분에 대한 작은 설정을 두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그 불편함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독자성과 인격체 때문이다. 소설 속 부모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이 전생이 하나의 희망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마지막에 가서 특히 이 부분이 부각된다.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몇 가지 징후를 통해 설명한다.

 

오사나이의 존재는 이야기의 분량과 상관없이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루리의 첫 전생에서 아버지였다는 사실도 있지만 그가 다시 전생한 루리와 만나게 된 이유와 전체 이야기의 독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가능성을 암시할 때 또 하나의 밑밥 역할을 한다. 여기에 루리 전생의 모든 비밀이 알게 모르게 그와 이어져 있다. 어떤 대목은 반전 같은 역할을 한다. 딸과 아내를 사고로 잃은 후 삶이 산산조각 났지만 이름처럼 굳건히 삶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 이후 그를 찾아온 사람들이 내놓은 몇 가지 사실들이 그의 일상을 흔든다. 전생을 한 루리의 조급증은 또 다른 삶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책 속에 드러난 마지막 장면과 오사나이의 새롭게 펼쳐질 삶은 묘하게 갈등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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