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 클래식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송아리 옮김 / F(에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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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다보면 과거의 어떤 일이 어색하고 낯설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이 대세인 시절은 불과 몇 년 전 폴더폰이 낯설고, 버튼식이 아닌 돌리는 전화기는 더 낯설다. 이처럼 이 책 속 비행사의 실종과 추락도 내겐 낯설다. 가끔 대형사고가 나야만 언론을 통해 알게 되는 비행기 사고가 불과 7~80년 전에는 훨씬 빈번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생텍쥐페리가 정찰 비행을 갔다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하나의 전설처럼 알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면 그 당시 비행기 조종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알려준다. 그때는 지금처럼 자동항법장치도, GPS도, 뛰어난 무전기술도 없던 시절이었다.

 

비행기의 연료는 한정적이다. 밤에 달빛조차 없다면 시야는 더 좁아진다. 먼 거리를 날아가야 하기에 조금만 방향이 잘못되어도 다른 곳으로 간다. 날씨에 영향을 받고, 추락한다면 제대로 된 위치 정보가 없어 수색이 어렵다. 추락한 조정사가 며칠을 걸어서 생존했을 때 동료들이 흘린 눈물은 가슴에 진하게 와 닿는다. 생텍쥐페리도 추락했다가 리비아의 베두인에게 구조되었다. 좀더 자세하게 말하면 그들에게 다가갔다. 생존의지를 불태우고, 환각과 싸우면서 베두인을 발견한 것이다. 그 이전에 사막에서 낙하산의 천과 기온 차를 이용해 아주 적은 양을 물을 얻었다. 깨끗한 물이 아니지만 생명을 며칠 더 연장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이때 그가 본 신기루와 환각은 아주 사실적이다.

 

그의 비행이 늘 힘든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 속에 나오는 모험과 사건들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사하라 사막에서 반도들에게 억류되고, 노예로 잡힌 사람을 풀어주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특히 노예 모하메드를 풀어줄 때 그가 보여준 몇 가지 행동과 그것을 보는 생텍쥐페리의 모습은 자유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준다. 노예라는 익명에서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는 개인으로 변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이 글들은 그의 경험들이 녹아 있다. 너무 극적인 부분도 적지 않아 소설이라고 해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이 책의 낯익은 원제인 <인간의 대지>였던 것을 바꾼 것도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읽을 때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사막을 날고, 그곳에 추락한 경험을 적었을 때 자연스레 떠오른 작품은 <어린 왕자>다. 몇 번 읽은 책이지만 아직 나에게 너무 낯선 이 책이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잠시 떠올랐다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생텍쥐페리의 다른 소설을 읽은 적이 없기에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몇 편은 어둠속을 헤매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나의 경험과 취향에 맞지 않는 대목들이 나오고, 읽을 당시 나의 몸 상태가 몸살 감기 등으로 최악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당시 비행기 조종사가 얼마나 위험한 직업이었는지, 그 이후 과학의 발달이 이 직업에 얼마나 많은 안정성을 주었는지 떠올리는 정도로 머문 순간도 꽤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비행기 추락과 생존의 의지를 불태우면서 한 방향으로 나아가던 장면들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그들을 구한 베두인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다. 그 베두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 부분에서 보통 생명의 은인을 평생 기억하겠다는 통속적인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신은 내게 ‘인간’이고, 그렇기에 모든 인간의 얼굴을 동시에 하고 나타난다. 당신은 단 한 번도 내 얼굴을 유심히 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우리를 알아보았다. 당신은 가장 사랑하는 형제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모든 사람에게서 당신을 알아보리라.” 이 문장을 읽고 사막 한 가운데에서 그가 느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위대함을 깨달았다. 적도 사라지고 인간만이 남는다.

 

마지막 <인간들>이란 장의 마지막 부분을 몇 번 읽으면서 바뀐 제목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게 되었다. 어린왕자와 어린 모차르트를 같이 놓아둔 부분을 보고 <어린 왕자>가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오직 정신만이, 진흙에 숨결을 불어넣어 인간을 만들 수 있다.” 란 문장을 보고 그가 얼마나 인간의 정신에 많은 기대를 하고 감탄을 자아내는지 알 수 있었다.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몸 상태가 좋아진다면 몇몇 부분이라도 다시 읽으면서 조금 더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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