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임무
할 클레멘트 지음, 안정희 옮김 / 아작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유명한 SF소설의 재간이다. 이제는 전설이 된 시공사 그리폰북스 시리즈 중 한 권인데 나도 몇 권 가지고 있다. 이 시리즈 중 꽤 많은 수가 재간되었다. 반가운 일이다. 다른 서평가들의 먼저 읽은 감상을 보면 결코 쉬운 책이 아니다. 실제 이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나 자신도 어려움을 느꼈다. 중력과 행성의 자전속도와 그곳에 사는 생물의 크기 등이 머릿속에 쉽게 입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을 꼽으라고 한다면 저자의 후기다. 물리학과 천문학 지식이 없다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물론 이런 지식이 부족하다고 해도 이 책을 읽는 데는 전혀 지장없다.

 

중력과 시간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는 영화 <인터스텔라>를 통해 본 적이 있다. 이 소설에서는 중력과 시간의 연관성은 다루지 않는다. 이것까지 함께 다루었다면 더 어려운 소설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이 행성의 중력은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한다. 가장 적은 적도 부분이 3G이고, 가장 높은 곳은 700G이다. 1G는 지구의 중력을 의미하는데 실제 인간이 3G만 되어도 생활하는데 아주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700G라니... 이 행성에 사는 생물체는 크기가 크지 않다. 인간이 도움을 요청한 무역선의 선장 크기가 40cm이다. 애벌레라는 표현이 나왔을 때 약간 당황한 것은 인류와 다른 생명체가 주인공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스클린인 발리넌의 무역선은 이 놀라운 행성을 돌아다니며 무역한다. 이 발리넌이 지구의 찰스를 만나 거래한다. 지구가 중력 700G에서 잃어버린 관측 로켓을 찾아달라는 것이다. 이 무역선은 수만 킬로미터를 오가는데 사실 겨우 40cm 생명체가 어떻게 이런 항해를 할 수 있는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3G와 700G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도. 다족류 생명체이고, 결코 높은 곳을 올라가지 않는 이 발리넌이 자신의 승무원을 데리고 어떻게 그 먼 항해를 할지 들여다보는 것은 아주 낯설지만 익숙한 경험이다. 낯선 것은 다른 생명체라 다른 움직임과 생각을 하는 것 때문이고, 익숙한 것은 이들의 모험이 기존 모험 소설과 닮았기 때문이다.

 

이 별의 가장자리로 가는 항해는 결코 쉽지 않다. 거리도, 자연환경도 낯설고 처음이다. 바다로 불리는 곳의 액체는 물이 아니라 메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물질을 찾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후기에 나오니 참고하길. 자전과 중력 등으로 바다는 태풍이 불고, 가끔 심해에서 아주 큰 생명체가 바다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생명체의 두께는 일반 도구로 자를 수 없다. 반면에 메스클린인들의 도구는 비교적 쉽게 자른다. 이것은 인간이 입은 우주복을 그들이 쉽게 구멍 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직 중력 700G를 견딜 우주복이나 비행선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로 설정했다. 후기에서 말했듯이 이런 우주복이나 기술을 간단하게 설정할 수 있지만 그랬다면 이 소설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발리넌의 엄청난 모험은 결코 혼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지구인이 준 무전기를 통해 진로를 설정하고, 동료들과 함께 이 모험을 진행한다. 이 모험 속에서 발리넌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다른 종족이나 비슷한 종족의 카누나 글라이드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자신의 크기의 반 높이에서 떨어져도 큰 충격을 받는 이 매스클린인들은 투척 무기나 하늘을 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었다. 찰스를 만나면서 하늘을 나는 것을 처음 보았고, 그들의 과학이 전하는 놀라운 모습에 경이감을 가진다. 물론 그 자신들이 이 모든 것을 쉽게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그 단계까지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다른 SF소설에서 지구의 과학이 외계의 발전된 과학기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앞부분의 중력이나 행성이나 메스클린인에 대한 이해를 넘어가면 한 편의 모험소설처럼 진행된다. 하드SF의 외피 속에 모험소설이 담긴 것이다. 하지만 이 모험 속 곳곳에 과학은 똬리를 털고 앉아 있다. 100미터 높이에서 돌이 떨어지는 시간이 0.5초라는 것과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는 등의 실험이 대표적이다. 이것은 왜 메스클린인들이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부력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발리넌 등과 그곳에서 관측 로켓을 찾아 중력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둘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이것이 마지막에 생기는 갈등이지만 한 행성에서는 위대한 도약의 시발점이다. 그리고 계속 꼬리를 무는 생각들 중 하나는 무전기를 통해 교신하는데 중력은 어떤 방해도 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인터스텔라>를 생각하면 시간도 상당히 다르게 작용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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