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스페셜 에디션)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이번 스페셜 에디션에는 미발표 에필로그가 부록으로 붙어있다. 이전 판본을 읽은 사람들이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번 책은 개인적으로 산문집이란 부분보다 이야기에 더 방점을 두고 싶다. 한 편의 소설이라고 해도 결코 어색하지 않은 구성과 전개이기 때문이다. 의문으로 시작해 만남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사랑과 헤어짐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소설과 비슷하다. 여러 가지 소재나 주제를 다루지 않고, 자신의 삶과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과연 소설인가?, 아니면 산문집인가?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위에서 말한 전개 때문이다. 한 여자와 자신에 대한 집요한 기록은 결코 소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과연 이 기록들이 얼마나 정확한 것이고, 사실에 충실한지도 의문이 들었다. 그의 성격, 삶의 방식, 성적 취향 등이 자연스럽게 나오지만 이것 또한 사실과 거짓으로 충분히 꾸밀 수 있다. 이런 의심들을 뒤로 하고 이야기에 집중하면 아주 흥미로운 감정의 변화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중간에 삽입한 세상에서 제일 재수 없는 남자 이야기는 재밌는 단편 소설로 읽힌다.

 

이석원의 전작을 읽고, 음악을 찾아들으면서 생각한 이미지가 이번에 많이 깨어졌다. 하지만 섬세하고 예민하고 욱하는 성질 등은 이전 산문집을 잠시 떠올려준다. 결코 밝지 않았던 그 산문집은 이번 책을 읽기 전에 약간의 걱정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아주 어둡고 무거운 내용들로 가득하지 않을까 하고. 물론 이 걱정은 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한 남자의 심리 상태와 감정 변화를 따라가면서 사라졌다. 그리고 끝까지 한 여자와 자신의 글쓰기 등으로 채워나가는 것을 보고 산문집을 빙자한 소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은 더 깊어졌다.

 

몇 개의 음반과 한 권의 책만으로 이석원을 파악하는 것은 무리다. 그가 보여준 그의 성격이 실제 그대로라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친구들이 있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여자가 등장한다. 이것은 그가 생각하는 것 외에 다른 삶의 방식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니 자신의 약점을 부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뺀 탓이다. 그렇지 않다면 오랫동안 밴드 생활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욱하면서 정신을 놓는 모습은 내성적인 성격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뭐 억눌린 감정들이 한순간에 폭발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란 제목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사랑해’였다. 나의 섣부른 판단이자 착각이다. 이 책에 나오는 여자 김정희가 그에게 보내는 문자 ‘뭐해요?’가 그 말이다. 아마 처음에 이렇게 적었다면 공감하지 못했겠지만 끝부분에 이 부분을 쓰면서 충분히 공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말은 그가 가장 기다리는 말이기도 하다. 김정희와 만남은 언제나 이 말을 적은 문자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어쩔 수 없는 엇갈림’이라는 이석원의 연애선생 나리의 말은 가슴 한 곳에 조용히 똬리를 튼다.

 

사랑 이야기 외에 눈길을 끄는 이야기는 당연히 글쓰기다. 방점 하나 때문에 정신없이 담당에게 욕을 했다는 부분은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섬세하다면, 이런 부분에 예민하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비상적이고 미성숙한 행동이다. 그렇지만 이 일이 한없이 정체되어 있던 그의 글쓰기에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한다. 한 노 작가의 전기 덕분이다. 이때 나오는 이야기는 오히려 평범하고 교훈적이라 심심하다. 늘 작은 메모를 하고, 짧은 글 등을 블로그 등에 기록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재미있었고, 흥미진진했다. 그가 쓴 유일한 장편 소설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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