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연습 창비시선 413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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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책상 옆에 둔 이 책 제목을 본 동료 직원이 한 마디 한다. 책 제목처럼 웃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최근 얼마 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인상을 쓴 채 살았는지 깨닫는 순간이다. 깨닫는다고 그것이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 마는 그래도 인상을 조금 덜 쓰는 것 같다. 아니 노력하고 있다. 사실 웃지 않는 것은 원래 그런 놈이니까, 하고 지나갈 수 있지만 인상을 쓰는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열심히 스마트폰과 컴퓨터 모니터를 자주 보면서 생긴 나쁜 버릇이다. 노안에 시력까지 약해진 현실을 감안하면 줄여야 하는데 말이다. 물론 이 글도 컴퓨터로 쓰고 있다.

 

첫 시를 읽었을 때 뭐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커진 입이 나를 뛰게 했다.”는 <개구리>의 전문이다. 다음 시도 짧은 문장 하나다. 이렇게 네 편이 지난 후 마주한 시도 그렇게 길지 않았다. 단숨에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섣부른 예측은 다른 시들을 읽으면서 조금씩 지워졌다. 그리고 시인이 시로 표현한 것과 나의 생각이 다른 부분들도 하나씩 나왔다. 관찰과 생각으로 이루어진 시어들 중 겨우 몇 개지만 왠지 눈길에 거슬렸다. 그러다 일상을 포착한 시들을 읽으면서 흥겨워졌다. 소설이라면 길게 주절주절 풀어야 할 이야기가 간단하고 아주 멋지게 표현된 것이다.

 

이 시집에 나오는 시들은 비교적 쉽게 읽힌다.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도 않고, 일상을 시어로 담아내었기 때문이다. 어떤 시들은 이게 시인가? 싶기도 하다. 어떤 시를 읽을 때는 동시를 읽는 느낌을 받았고, 그가 경험한 동네 주민들의 일상은 잊고 있던 시골 인심이란 것을 떠올려주었다. 물론 이 관계가 시인의 일방적인 받기만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받은 후에는 작은 보답이라도 한다. 이것이 관계의 선순환을 만드는데 이 시집을 읽으면서 마음이 훈훈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단순히 아는 사람에서 성님으로 변하는 순간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점이다.

 

단순히 시골 생활만 다루지는 않는다. 어머니의 살가운 반응이나 세월호의 아픔도 잊지 않고 있다. 촛불집회를 간략하게 요약한 시 <수첩에는 수첩>은 그 중의적 표현이 좋았다. 역사의 순간을 이렇게 개인의 역사와 간단히 연결해서 풀어내었다는 점에서 더욱. 어머니의 삶을 그려낸 <왕언니>는 시작하자마자 누구를 가리키는 줄 알았고, 그 삶에 가슴이 순간 먹먹해졌다. 우리 시대의 어머니들이 이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 시는 일상과 역사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그 비중에서 시골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오지만.

 

우화나 잠언 같은 시도 몇 편 있다. <솔잎이 우리에게>는 “봤지? 눈발을 받아내는 건 떡갈나무 이파리같이 넓은 잎이 아니라 바늘 같은 것들이 모여 결국엔 거대한 분발도 받아내는 거지.”(전문)로 끝난다. <중요한 일>은 “딸, 뭐 해?/응, 파도 발자국 만져보는 거야!” 같이 아이의 독특하고 신선한 시각을 담은 시도 있다. 이런 저런 것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이 시집은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왜 지금에야 이 시인을 알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뭐 그 전에 알았어도 제때 읽지 않았을 텐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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