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 집시 - 두근거리는 삶을 살아라
나호.마호 지음, 변은숙 옮김 / 연금술사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두근거리는 삶이라! 중년을 넘어가는 나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두근거리는 삶이 찾아오지만 가지고 있는 것과 환경 등이 이 삶을 좇게 만들지 않는다. 아주 두꺼운 현실이다. 나 같은 중늙은이들이 늘 하는 말은 ‘10년만 젊었어도’ 같은 나이 탓이다. 냉정하게 나 자신에게 10년만 젊었어도 이런 두근거림을 좇아갔을까 하고 묻는다면 그 답은 분명히 ‘아니다’이다. 일시적으로 두근거림을 좇아갈 수는 있지만 계속해서 좇는 것은 실제로 아주 힘든 선택이다. 수많은 여행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두근거림과 열정을 발견하지만 그 이후의 불안 역시 엿보았기 때문이다.

 

나호와 마호는 어떨까? 이 둘은 쌍둥이 자매다. 책 속 대부분의 이야기는 마호의 것이다. 마호는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만족하지 못한다. 다른 학교에 또 다니지만 이 또한 만족스럽지 않다. 소유하지 않는 삶을 사는 남자 친구도 있었지만 그녀가 선택한 삶을 살기로 한 순간 헤어진다. 이런 마호의 삶은 우리가 흔히 보는 안정적이고, 차근차근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과 분명히 다르다. 알바도 하지만 수중에 돈은 없다.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다. 이런 그녀에게 우연이 이어진다. <연금술사>란 책이다. 이 우연을 필연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선택한 첫 배낭여행지가 페루다.

 

세 번의 이야기가 있지만 실제 이야기는 페루로 떠나기 전 일본과 페루 여행이다. 솔직히 말해 떠나기 전 그녀의 삶은 시시했다. 하지만 이 책 곳곳에 깔려 있는 신비주의적 분위기는 유지된다. 이 신비가 폭발하는 곳은 당연히 페루다. 그곳에서 마호는 성스러운 진실을 경험한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이 경험은 환각이자 착각이자 자기몰입이다. 이 경험은 그녀로 하여금 기존과 다른 삶을 살게 하는 힘을 준다. 여행은 길어지고, 이 경험은 공유된다. 그리고 자매는 스스로를 어스 집시라고 부르고, 적은 돈으로 긴 여행을 시작한다.

 

처음 이 책에서 기대한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몇 장의 사진과 인생의 경험을 새롭게 하는 여행기 정도였다. 일본에서의 시간을 이렇게 길게 다룰지도 몰랐다. 실제로 마호가 페루가 가서 경험한 것들은 아주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여행 준비도 제대로 한 적이 없고, 인맥이 없었다면 그냥 좌절하고 돌아왔을 수준이기 때문이다. 많은 장기 배낭여행자들이 자신들의 경험 끝에 늘 주의 주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이다. 몸으로 부딪혀 해결해야하는 순간도 있지만 계속적인 행운을 바라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두근거림과 표지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이 있지만 냉정하게 말해 비현실적이다.

 

내가 비현실적이라고 하는 것은 나의 관점이다. 새로운 세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고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은 자신의 기준을 세우고, 준비하고, 부딪혀야 한다. 어떻게 보면 저자는 이 부분을 누락했다. 자신의 경험에 매몰되어, 신비로움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살짝 뺀 것인지도 모른다. 두 쌍둥이가 같은 꿈을 꾼다거나 표지가 맞거나 하는 것들에 더 집중한 것 같다. 살짝 기대한 여행지의 정보는 다 빠져 있다. 어떻게 보면 자기계발서의 연장선이다. 에세이 느낌보다 뒤로 가면 소설의 느낌이 더 강해진다. 좋게 말하면 가독성이 좋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뭔가 첨가 혹은 누락된 이야기다.

 

오래 전 한국에서 <연금술사>가 대히트를 쳤을 때 나는 재미없었다. 취향과 맞지 않았고,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았다. 잠언의 나열은 진부한 언어의 유희일뿐이다. 만약 그 경험을 본인이 했다면 달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마호가 경험한 것은 다른 모습이다. 이 다름을 어디에 더 무게를 둘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두근거림을 좇고자 한다면 마호처럼 자신만의 표지를 따라가면 된다. 하지만 그 표지에 대한 확신과 노력과 인내와 용기가 필요하다. 마호처럼 자기혐오를 극복하고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자세는 기본이다. 결국 다시 자신의 발견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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