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대한 여정 - 빅뱅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우리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유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심연> 이후 두 번째로 읽는 배철현 교수의 책이다. 이전 책이 자신의 사색을 담아내었다면 이번에는 우주와 인간의 역사에 대한 거대한 여정을 풀어놓았다. 빅뱅에서부터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등장까지. 이 위대하고 거대한 여정은 “오늘날의 우리를 있게 한 위대한 혁신의 원동력은 이타심이었다.”라는 말로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책 속에 담긴 수많은 과학과 고고학과 종교의 분야는 아주 광범위하다.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도 많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지식도 상당하다. 파편적이고 단편적이었던 정보가 좀더 세밀해졌다.

 

이타심. 이 영적인 유전자와 대척점에 서 있는 용어가 그 유명한 이기적 유전자다. 처음 이타심이란 단어를 깨내어 놓았을 때 내심 기대한 것은 이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분명하고 명확한 공격이었다. 배려와 이타심 등이 어떻게 이기적 유전자와 다른지 긴 우주와 지구의 역사 속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깊이에까지 저자는 나아가지 않았다. 나쁘게 표현하면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반론을 펼칠 수 있는 근거나 지식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면 내가 저자의 의도를 오독한 것일 수 있다. 이런 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아주 방대한 정보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잘 정리했다.

 

인간의 기원에서 시작하여 언제부터 인간이었는지 묻고 우리가 누구인지 질문을 던지면서 끝난다. 이 과정 속에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하나의 사실이 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과학의 지식은 ‘일시적’이며 ‘가변적’이다.”라는 것이다. 이야기의 첫 부분에서 이 사실을 끄집어낸 것은 그가 설명해주는 수많은 과학적 발견과 정의와 지식들이 미래에는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허블망원경만 알고 있는 나에게 다른 우주망원경이 있음을 알려주고, 더 정밀하고 거대한 망원경을 통해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아주 흥미로운 도입부다. 개인적으로 기존 지식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였다.

 

현대 물리학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아인슈타인 이야기로 시작하여 새로운 우주학을 거친 후 다시 과거의 찰스 다윈으로 돌아간 것은 제목처럼 인간의 위대한 여정을 따라가기 위해서다. 다윈의 이론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고 다시 간 곳은 바로 고고학과 신화와 과학이다. 고고학적 발견과 발굴과 추론은 현생 인류가 언제부터 나타나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사실 이것을 몰라도 우리가 사는데 아무 지장없다. 하지만 우리를 알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위대한 여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 사이에 저자의 풍부한 지식을 녹여내어 딱딱해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재밌게 유지한다.

 

많은 정보들이 산처럼 쌓여 있고, 저자의 잘 정리된 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정도 인간의 삶을 그려볼 수 있다. 새롭게 연구된 결과들이 기존 지식과 충돌을 일으킬 때 “진리란 원래부터 존재하던 어떤 것이 아니라 숙고와 연구를 통해 그 당시까지 자신이 믿고 있던 어떤 것”이란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농업에 대해 농업이 인간의 삶을 바꾼 것이 아니라 인류의 ‘상상력과 의지’가 농업을 발견한 원동력이라고 할 때는 고개를 잠시 갸웃했지만 수긍하게 되었다. 마지막 장의 인간들은 모두 상상력과 의지와 노력이 없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상상력과 호기심이 얼마나 우리 삶에서 큰 역할을 하는지 알기에 더욱 그렇다.

 

고고학적 발견과 발굴 이야기는 교과서와 기존의 지식을 정말 많이 새롭게 만들어준다. 알타미라 벽화하면 하나의 그림만 떠오르는데 이 보다 훨씬 많은 그림이 그려져 있음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쇼베 동굴 벽화는 처음 알았다. 새롭게 발굴된 고대 유적은 이 분야에 관심이 없다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 유적들이 의미하는 바를 해석한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말하는 “종교 이전에 종교적 인간이 있었다.‘라는 말을 몇 번이고 음미해본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이종교배가 가능했다는 주장은 또 다른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과학적 발견들을 단정적인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했다’와 ‘했을 것이다’의 차이는 너무 크다. 이런 문장을 쓴 것이 앞에서 말한 오늘의 과학과 지식을 표현하기 위해 혹은 독자의 이해와 가독성을 돕기 위해서라면 좀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너무 트집을 잡는다는 느낌도 있지만 이 어감의 차이가 조금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쓴 후 새로운 인류의 기원설이 나왔는데 이 부분도 반영한 것은 칭찬할만하다. 전체적으로 잘 정리되었고, 설명도 잘 했지만 그가 주장하는 이타심을 보여주는 데는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목대로 인간의 위대한 여정은 분명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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