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심리 스릴러다. 그것도 아주 잘 짠 스릴러다. 소개글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남들에게 보여주는 모습과 다른 남편의 물리적 폭력이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폭력은 그 대상에게 공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공포는 사람의 의지를 잠식하고, 점점 나약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가정 폭력을 다룬 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보여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다르다. 물리적으로 흔적이 남는 폭력은 행사하지 않는다. 강하게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자신의 의도가 관철되지 않을 때 감금과 굶주림과 만남을 제약하는 방식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구성은 현재와 과거, 이렇게 둘로 나누었다. 과거는 점점 현재와 가까워진다. 이 시점의 이동을 통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이 두 시점은 잭과 그레이스 부부의 삶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잘 생기고 뛰어난 변호사인 잭과 동생 밀리가 다운증후군인 그레이스의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이 만남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등. 남들이 볼 때 너무나도 완벽해 보이는 이 부부의 숨겨진 삶을 그레이스의 시선으로 하나씩 풀어낸다. 그리고 왜 그레이스가 잭을 떠나지 못하는지도 같이. 사실 이 부분이 없다면 이 소설의 긴장감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레이스에게 동생인 밀리는 아주 특별하다. 다운증후군을 알고는 부모들이 밀리를 입양 보내고 싶어했다. 그녀는 반대하고 자신이 거의 키우다시피 했다. 이때부터 그녀의 삶은 밀리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어느 날 밀리가 놀이공원에서 혼자 춤추었을 때 잭이 나와 같이 춘 것은 그녀에게 축복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날 이전에도 잭의 외모를 보고 힐끔거렸을 정도로 그는 잘 생겼다. 여동생까지 좋아해주니 이 보다 더한 축복이 없다. 둘은 아주 가까워졌고 6개월 만에 결혼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뉴질랜드 이민의 속도를 높였다. 이때만 해도 그레이스는 앞으로 펼쳐질 신혼의 달콤함에 취해 있었다. 결혼식 당일까지 말이다.

 

잭은 사이코패스다. 하지만 완벽한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다. 자신들의 삶이 아주 완벽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잭은 그레이스를 공포 속으로 밀어넣는다. 이 공포의 냄새는 그를 흥분시킨다. 어릴 때 아버지가 엄마를 지하실에 가두었을 때 그는 공포의 향기에 취했다. 이후 삶에 대한 설명은 생략되어 있지만 그가 태국에 가서 하는 일은 이것과 관계 있다. 그가 결혼한 후 태국으로 간 것도 이 연장선에 있는 일이다. 이곳에서 그는 그레이스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그가 필요할 때 그 향기를 맡는다. 그레이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대의 공포는 바로 밀리다.

 

남에게는 완벽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집안에서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세계 속에서 공포의 향기를 마음껏 들이킨다. 그레이스가 몇 번 저항을 하지만 실패한다. 그 대가는 참혹하다. 오직 공포만을 위한 지하실에 갇혀 지내야 한다. 먹을 것도 없어 어떤 날은 며칠을 굶어야 했다. 그녀가 작은 실수만 해도 매주 만나던 밀리를 만나지 못하게 된다. 잭은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그녀가 실수하게 만들고, 이것을 핑계로 그녀를 괴롭혀 공포의 향기를 마신다. 이 상황을 독자가 납득하게 만들기 위해 저자는 몇 가지 저항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저항들이지만 너무나도 쉽게 깨진다.

 

잭은 완벽한 부부를 연기하면서 이웃들의 관심이나 의심을 피한다. 그레이스가 작은 저항을 하려고 하면 밀착해서 겁을 준다. 집밖에서는 항상 옆에 붙어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얻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약간의 변수만 만들어도 화를 낸다. 그리고 공포가 따라온다. 실제 그가 그레이스와 결혼한 이유는 밀리다. 지하실에 빨간 방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레이스는 밀리가 자신들의 집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잭의 밀착 감시를 막고, 작은 틈을 찾아내어 그를 공격해야 한다. 두 시점이 뒤바뀌는 그 순간 이 일은 벌어진다. 마지막 장면은 또 다른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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