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마마로 살아가기 -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그녀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가야마 리카 지음, 안혜은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논마마란 단어가 낯설지 않은 것은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논마마의 정의로 저자는 ‘아이를 원하지 않거나 아이는 원하지만 일과 취미 때문에 출산을 미루는 아이 없는 여성’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이런 여성이 있다고 해도 쉽게 입밖으로 말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 자체를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여성은 더 많다.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제는 주변에 비교적 흔한 경우가 되었다. 이 변화를 저자는 자신과 사회의 변화 속에서 경험한 것을 엮어서 책으로 내었다. 저자 자신도 논마마다.

 

결혼을 했는데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이 거의 20년 전이다. 당시 분위기에서 이런 말을 공공연히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한국의 상황에서 결혼했는데 아이가 없으면 양가 어른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데 불임전문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년 전 그 부부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듣고 놀랐는데 최근에도 역시 아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나 자신이 그들 부부의 속내를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또 다른 집안에서 이런 부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부모가 이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와 아쉬움을 느낀다는 소식은 추가적인 것이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도 논마마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불임전문병원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점점 늘어나는 논마마에 대해 저자는 결혼과 출산은 지극히 사적인 문제라고 분명히 말한다. 하나의 국가가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태어나는 아이가 필수적이다 보니 많은 아이를 낳기를 원한다. 능력만 된다면 대가족을 유지하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실은 수많은 이유로 이런 논마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질타하고 악의 없는 폭력을 휘두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음을 깨달았다.

 

논마마 여성에 대한 사회 폭력은 결혼과 육아를 경험하지 못한 남성에게도 적용되는 부분이다. 육아에서 흔히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아이를 키워보면 안다’란 말이다. 실제 아이를 키워보면 수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나의 아이가 옆집의, 친구의, 후배의, 동료의 아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라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은 분명히 있다. 이 공유할 수 있는 경험만 가지고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경험한 자만이 모든 것을 안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이것은 모성에 대한 과도한 신화를 만들어낸다. 강요된 모성에 수많은 엄마들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지 알려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누구나 경험하는 일로 치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모순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반려동물 부분에서 “동물에게 애정을 듬뿍 쏟고 거기서 얻는 반응이 만족스러워 아이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냐고 한다면 솔직히 부정할 수는 없다.”라고 말하지만 “반려동물에게 육아 대리만족을 얻는 일은 거의 없다.”라면서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국가가 많은 출산을 원하고 장려한다고 하지만 실제 사회 시스템은 이것을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만들어놓았다. 책 속에서 부족한 유치원을 언급한 것도 이것의 연장선이다. 실제 한국도 어린이집 문제는 아주 오래되었지만 전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출생 전에 대기신청을 해도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 문제 제기에 대한 일본 수상의 반응은 우리도 별 차이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

 

저자는 논마마 폭력에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을 긍정하고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회 배후에 있는 가치관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강요보다 무서운 마이드 컨트롤 부분에서 우리가 쉽게 만나게 되는 논마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폭력이 어디에서 기인하게 되었는지 생각할 기회를 얻는다. 행복한 결혼보다 사회 안정 혹은 인구절벽의 탈출을 우선하는 일이 너무 쉽게 말해진다. 결혼이란 사회적 제도를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공식처럼 되어 있는 결혼, 출산, 육아의 연결 고리를 깨트려야 한다. 이것은 실제 결혼한 부부 모두에게 아주 큰 부담이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자신의 경험과 사회 자료를 묶어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논마마 문제를 아주 잘 다루었다. 사회적으로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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