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철도 분실물센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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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역 분실문센터에 펭귄이 살고 있다고?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 의문은 혹시 판타지 소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먼저 품게 만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펭귄이 살고 있는 것이 맞고, 판타지 소설은 아니다. 이 놀라운 사실이 현실에서 가능한가 하는 부분은 논외로 치고, 이야기에 집중하자. 도쿄 인근 바닷가 공장지대에 자리한 무인역 야마토기타 여객철도 나미하마선 유실물 보관소에 이 펭귄이 살고 있다. 직원으로 빨간 머리의 역무원이 근무한다. 그럼 이 펭귄이 말이나 보관소 일을 하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이곳에 살면서 철도를 타고 다닌다. 이 때문에 펭귄철도라는 별명을 얻었다.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모두 감성을 자극하는데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출 줄을 안다. 작가는 과하게 감성을 자극하거나 섣부른 예상을 결론으로 이끌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각각의 이야기를 내버려두지도 않는다. 한 편 한 편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마지막 네 번째 이야기 속에 이들을 잠시나마 다시 등장시켜 이들이 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임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비록 그들이 서로를 인식하거나 특별한 관계를 맺지 않지만 말이다. 현실에서 이웃 사람과 인사를 나누기 전에는 그들도 스쳐지나 가는 행인의 일부분일 뿐이다. 각자가 누구 한 명 혹은 한 장소와 인연을 맺고 있다고 해도. 이 소설 속 인물들의 경우는 당연히 분실물센터와 역무원 소헤이다.

 

기본적으로 네 편은 모두 사랑을 이야기한다. 첫 편의 <고양이와 운명>은 11년 동안 키운 고양이의 유골을 분실한 교코 이야기다. 메신저백 속에 유골함이 있었는데 철도에 놓고 내렸다. 이 백을 찾으려고 하는데 어떤 남자가 똑같은 모양을 말하고 난 다음에 수령해 갔다고 한다. 다행이 연락이 되어 그 남자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이 함께 만난 곳은 분실물센터다. 이 장소가 어떤 특별한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이 두 남녀가 함께 자신의 아픔을 공유할 시간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고양이를 만났던 장소에 가고, 그날의 기억이 밀려온다. 고백하지 못한 사랑, 인식하지 못한 사랑 등의 감정들. 더불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에 역무원 소헤이의 정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작은 이벤트까지.

 

<팡파르가 들린다>는 은둔형외톨이가 어쩔 수 없이 세상으로 나와 경험한 일을 다룬다. 게임 세계에서 자신을 돌봐준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 부적처럼 생각한 소중한 편지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분실물센터에서 너무나도 변해버린 모습의 그녀를 만난다. 함께 현실에서 미션을 수행한다. 언더아이돌 콘서트장까지 간다. 목적은 단 하나 이제 게임계정을 없애려는 인물의 마지막 미션을 도와줄 게임 아이템 때문이다. 언더아이돌 콘서트장을 보면서 몇 년 전 사진 한 장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한 아이돌이 생각났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겐의 그녀가 아이돌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예쁜 외모라는 것을 계속 말했기에 쉽게 수긍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는 또 다른 삶의 이면을 보여준다.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그리고 거짓말을 할 때나>는 겐이 마지막 배웅을 하려고 했던 게임유저인 지에가 주인공이다. 그녀도 철도에서 뭔가를 분실했다. 그리고 임산부 배지를 주었다. 그런데 이 배지가 문제다. 남편이 임신했다고 오해한 것이다. 뛰어난 게이머였던 그녀가 게임을 그만 둔 것도 남편의 시간 낭비라는 한 마디 때문이다. 마트에서 일하는 남편의 귀가 시간은 늦고, 그는 자신이 목표한 바를 향해 앞으로 나가는 남자다. 임신을 축하한다. 열의를 다한다. 이 거짓말을 어떻게 해명할까 의문을 품는데 예상하지 못한 결론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던 것 같은 결혼 등에 얼마나 자신의 의지가 있는지, 남편에게 기대었는지 등.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남편의 말이다. 자신의 삶과 아기로 인한 감정의 혼란. 이런 사실적인 문제를 작가는 자연스럽게 풀어놓는다.

 

<스위트 메모리스>는 개인적으로 눈시울을 많이 붉히게 만들었다. 상실의 고통과 그리움과 사랑이 아주 자극적으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펭귄이 어떻게 분실물센터에 오게 되었는지, 역무원 소헤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등이 드러난다. 당연하게도 살짝 예측했던 것들이 단숨에 깨어진 것도 사실이다. 재미있는 것은 앞에 나온 인물들이 이 이야기 속에서 모두 등장한다는 것이다. 아주 자연스럽게.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위화감은 금방 사실을 알려준다. 그 다음에 나오는 이야기는 감정을 건드리고 흔드는 한 아버지의 가슴 아픈 사연이다. 자식을 키운다면 더 분명하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팥빵에 이렇게 눈시울을 붉힐 줄은 정말 몰랐다. 아마 한 동안은 팥빵을 보면 이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다. 가장 많은 분량이지만 그 속에 반갑게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현재가 행복해 보여 읽으면서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런 분실물센터가 있다면 일부러 물건을 잃어버린 후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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