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적 정치 - 좌·우파를 넘어 서민파를 위한 발칙한 통찰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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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름을 이용한 제목이지만 서민 정치와 잘 어울린다. 많은 정치인들이 서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겠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공약이 제대로 지켜진 적은 거의 없다. 부제로 좌우파를 넘어서 서민파라고 했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을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 그의 글을 다 읽은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좌우파를 넘지 않았지만 서민파라는 부분에는 일부 동조한다. 그리고 이 책은 나의 기준으로 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새로운 정보도 꽤 있었지만 다른 책이나 팟캐스트 등을 통해 접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그렇게 낯설지도 않았다.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고 정리하기 좋은 정도랄까.

 

목차를 보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다. 혐오라는 단어다. 4부로 구성된 제목에서 두 부분에서 혐오란 단어가 들어가 있다. 이 단어가 바로 현재 한국 정치의 현실을 가장 잘 대변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 혐오, 지역 혐오, 여성 혐오 등등. 정치 혐오와 지역 혐오는 사실 같이 맞물려 있는 것이다. 이 혐오가 각 지역의 정당의 기득권을 보장해주는 것도 사실이다. 지역감정을 해소해야 된다고 말하지만 실제는 이것을 이용해 각 정당이 이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영남만 그런 것이 아니다. 최근에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호남도 마찬가지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은 경남이다. 지금도 집에 내려가면 부모님들은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을 지지한다. 나이 드신 분만 그렇다고 할 수 없는 것이 남동생도 그렇다. 박정희 때문에 우리가 잘 산 줄 안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면 전쟁이 일어나고 빨갱이 나라가 되는 줄 안다. 종편인 조선 TV는 늘 틀어져있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외롭고 제한된 정보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늘 불편하고 짜증나는 것도 사실이다. 이성보다 감성과 감정에 더 기댄 논리는 나를 답답하게 만든다. 잠시 돌아보면 나 자신도 이런 모습이 있다.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P대통령을 얼마나 욕했던가.

 

정치 이야기를 할 때 노인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이 놈 저 놈이고 해먹지 않는 놈이 없다는 양비론이다. 둘 다 똑같다는 혐오다. 그러면서 항상 구 여당을 찍는다. 그 심리는 이미 다른 곳에서 많이 다루었으니 넘어가자. 이때마다 나는 줄기차게 조금 덜 해먹는 놈과 당을 찍어야 다음에는 더 덜해먹는 놈과 당이 나온다고 말한다. 맞는 듯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 논리는 종편 뉴스 한 방에 사라진다. 답답하다. 이 책에서 서민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정치의 관심은 20대보다 5~60대 이상이 훨씬 많다. 그런데 이 관심이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다가오지 않는다. 이번 대선에 난무한 가짜뉴스를 철떡 같이 믿고, 조작되고 편집된 기사를 그대로 인용한다. 이런 현실이 나로 하여금 정치 뉴스에서 점점 멀어지게 한다.

 

읽기 부담 없다. 생각과 논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논리보다 감성이다. 프레임 전쟁이란 표현도 있다. 대부분의 전쟁에서 구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강력한 매체를 동반자로 둔 덕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은 야당이 승리했다. 이전 정권이 얼마나 부패하고 무능력했는지 알려준다. 이 책이 대선 이전에 나와 이번 대선에 대한 분석이나 평가가 빠진 것은 아쉽다. 책이 나온 시기도 대선 바로 전이라 저자의 바람대로 큰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 것 같다. 아닌가? 하지만 단순히 대선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읽으면 저절로 느끼게 된다.

 

답답한 정치현실이 많이 나온다. 풀뿌리 정치인이나 청년들의 스펙 이야기, 개성공단,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등등. 단숨에 이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좀더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요구하려는 의지를 가지면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다. 이 책의 4부는 그런 부문에서 나의 시선을 많이 끌었다. <88만원 세대>에서 청년들의 정치세력화를 외쳤지만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이 겹쳐 아쉬움이 있지만 말이다. 노령화와 정치 세대의 퇴보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환상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좀더 냉정하고 차분해지길 바라는데 이 열광이 P대통령을 향한 우리 부모들의 모습과 순간 겹쳐보였다. 글을 적고 나니 왠지 횡설수설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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