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푸른빛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르주 바타유 지음, 이재형 옮김 / 비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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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이야기>를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번 작품도 에로티슴이 가득할 것 같다는 추측이었다. 이전 리뷰에서도 말했듯이 이번에 출간된 책은 이전 책의 분권이었기에 이런 생각은 더 강했다. 다 읽은 지금은 나의 섣부른 예측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하지만 책의 내용에 담긴 자극적인 부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간증과 같은 증상이 나오고, 자기파괴적인 모습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전작보다 분량이 늘어났고, 조금은 현실에 가까워졌지만 결코 이해하기 쉽지는 않다. 이것은 바타유 전공자인 차지연 씨의 글을 읽을 때 아주 잘 드러난다.

 

전공자의 글은 작품 이해의 깊이를 더해주지만 일반 독자가 한 번 읽을 때 그것을 금방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의 감상은 아주 단편적이고 파편적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기대(?)와 다른 상황들이 나오면서 조금 당혹스러웠다. 어쩌면 파격이라고 할 수도 있는 1부의 분량은 ‘뭐지?’ 하는 기분을 먼저 던져주었다. 이 책이 언제 쓴 것이고, 어떤 경로를 통해 출판되었는지 알려주는 서문을 제외하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 서장만 놓고 보면 이전 작품과 비슷한 부분이 있으나 2부로 넘어오면 이 생각이 점점 희미해진다. 오히려 세기말적 분위기에 휩싸인 듯한 느낌이 더 강하다. 술, 여자, 불안감, 자기파괴적인 모습 등이 이 이미지를 더 강화시킨다.

 

전공자의 글을 잠시 빌리면 세 여인과 세 지역과 세 개의 하늘빛이 책 속에 가득하다. 세 여인은 너무 분명하게 인식했지만 세 지역 중 한 곳은 짧게 나와 지역보다는 그곳의 풍경과 상황이 더 인상에 남았다. 그리고 하늘빛은 제목 때문인지 같은 빛깔이 나올 때만 관심이 더 갔다. 평론가가 소설을 낱낱이 해부하고 분석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분류는 당연하다. 그래서 독일 트리어가 나왔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당시 모습은 전쟁의 전조가 분명하게 드러났고, 다가올 분명한 세계대전의 이미지가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서장에 나온 런던이 분석 대상에서 빠진 것은 조금 의외였다.

 

파리에서 주인공이 보여준 모습은 자기파괴적이고 병든 환자의 모습이었다. 런던에서 보여준 이미지의 연장선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 파리에서 두 여인을 만나는데 한 여자 라자르는 숭배와 두려움의 대상이고, 다른 한 여자 크세니는 첫 만남부터 아주 자극적이다. 이 둘을 대하는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크세니의 허벅지를 포크로 찌르고 피를 먹는 모습은 흡혈귀를 떠올려주었다. 이 광기의 표출은 그의 육체적 쇄락과 맞물린다. 병든 그가 문병 온 크세니에게 하는 행동은 사디즘의 한 모습이다. 하지만 병든 육체의 한계는 너무 분명하다.

 

시대의 혼란상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역시 바로셀로나다. 카탈루니아 분리독립과 혁명이 자라던 그 시절의 풍경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한마디로 말해 혁명이란 내가 떨쳐버렸다고 믿었던 악몽의 일부였던 것이다.”란 말처럼 그는 참여자가 아닌 관찰자였다. 또 “절망 속에서도 한 달 동안은 행복했다.”라고 말한 후 “그래서 악몽에서 벗어나는가 했는데 다시 악몽에 사로잡히고 말았다.”고 했을 때 긴 삶 속의 일상이 어떤 의미인지 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폭동의 주변에서 불안과 공포의 감정을 느끼지만 사소한 것들에 더 신경을 쓴다. 그런데 이 불안과 공포 속에서 발기불능의 그가 보여준 행동은 앞의 것들을 뒤엎는 강렬함이 있다. 이 또한 삶의 한 모습이다.

 

파리의 모습을 읽을 때는 1차 대전 후 강한 허무와 절망 속에 사로잡힌 지식인의 모습이 연상되었다면 트리어에서는 또 다른 불안과 공포가 엿보였다. 당연히 이 양차 대전을 겪은 후 그 삶을 다룬 작가들의 소설들이 떠올랐다. 물론 그들의 행동과 생각은 다르게 설명되었고 표현되었다. 단순히 읽기에는 힘든 것이 없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눈 이야기>의 외설적 파격이 너무 강렬했던 탓인지 이번 작품은 조금 약하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쉽다는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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