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남들보다 더디더라도 이 세계를 걷는 나만의 방식
한수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울할 때 반짝 리스트>의 개정증보판이다. 보통의 개정증보판이라면 이야기 한두 가지 정도가 책에 덧붙여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그냥 얼마나 추가되었는가 알라보려고 했다가 완전히 편집과 제목이 바뀐 것을 보고 놀랐다. 이번 책에는 보이지 않는 그림이 이전 판본에서는 많이 나온다. 솔직히 이 정도까지 달라진 개정판을 거의 본적이 없다. 그것도 2015년에 나온 책을 말이다. 출판사 이름만 놓고 보면 비슷한 회사 같은데 구판이 없다보니 정확하게 비교할 수가 없다.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한 후 살짝 보니 자료 사진이나 그림 등이 보인다. 아마 구판이 이 부분에서는 더 시각적이다.

 

이번 책에서는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담담할 것, 씩씩할 것, 우아할 것 등이다. 이전 판본은 목차만 보면 어떤 책이나 영화를 말할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제목만 놓고 본다면 이번 책이 훨씬 좋다. 더 세련되어 보인다. 이전 책의 각 제목은 왠지 자기계발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작품을 같이 나열한 이전 편집이 더 마음에 든다. 물론 이것은 개인 취향이다. 그리고 약력에 빠진 대학교 이름이 본문 속에 힌트로 숨겨져 있다. 너무 노골적 힌트라 왠지 빠르게 검색해야지 하는 열정이 불타지 않는다.

 

이제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된 아줌마의 자기 인생 이야기다. 덧붙여진 책과 영화는 자신의 인생을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다. 잡지에 실린 것을 감안하면 책과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풀어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대부분 자신의 경험담에서 시작하여 영화나 책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형식의 글을 좋아한다. 한 이야기에 한 작품만 담고 있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든다.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 대립과 갈등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살짝 아쉽지만 이야기가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좋다. 남자인 나도 대부분 공감할 수 있어 더 좋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의 두 편을 읽으면서 나의 경험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여행의 고통과 괴로움이나 어지간한 거리 걷기 등은 자주 경험한 것들이다. 저자 자신이 수많은 경험을 한 탓인지, 아니면 비슷한 생각을 한 부분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꽤 자주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중년이 된지 꽤 된 나에게 중년의 각오나 노년의 걱정 등은 남의 문제가 더 이상 아니다. 한 가지 자신의 목에 대한 걱정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 아직 중년이고 남자이다 보니 그런 모양이다. 이런 외모적인 부분을 빼면 행동과 생각은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책 속에 나온 책들은 읽은 책들이 상당히 있다. 그런데 영화는 거의 본적이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영화를 본 적이 손에 꼽히다 보니 더 그렇다. 한때 영화에 빠져 허덕일 때를 생각하면 참 빨리 변했다. 그리고 이런 무지가 아직은 조금 낯설다. 읽으면서 공감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책의 내용은 실천으로 옮기지 않으면 그냥 하나의 이야기고 예시일 뿐이다. 현재까지 내 삶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이랬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들도 많은데,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되는데 말이다. 예전보다 여유가 더 없어진 것은 나의 욕심이 그 시간만큼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읽다가 글을 쓰면서 살짝 깨닫게 된 사실이다.

 

가볍고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은 반만 맞았다. 예상보다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너무나도 진솔한 과거사는 언제나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일기장에 더 어울릴 것 같다는 낡은 생각이 들지만 현실에서 우리가 읽고 싶은 것은 언제나 작가들의 진짜 속내다. 돈 쓰는 법을 잘 모른다고 했을 때 나도 마찬가지였고, 이십 대에 인도를 두 달 다녀왔다는 말에 부러움을 느꼈다. 그녀가 재밌게 본 영화 중 나도 공감한 것은 딱 한 편이다. <카모메 식당>. 원작을 읽고 영화로 보면서 그 감동을 다시 되살렸던 기억이 났다. 글을 읽다가 그녀의 이십 대를 지배하고 있는 이미지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연 듯 떠올랐다. 이제 그녀는 나선으로 걸으면서 자신과 주변을 더 잘 보는 것 같다.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못한 나의 삶이 보인다. 점점 더 편리함을 쫓아가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나의 삶을 돌아보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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