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제국 미스트본 1
브랜던 샌더슨 지음, 송경아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미스트본 시리즈 1권이다. 아주 두툼하다. 848쪽이다.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하는데 모두 읽은 지금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하다. 아마존에 들어가 2부인 <승천의 우물>에 대한 평을 살짝 읽었는데 대체로 좋은 평이다. 별 네 개 반이다. 물론 나쁜 평도 가끔 보인다. 쪽수를 먼저 이야기했으니 한 마디 더 하자. 최근에 이렇게 두툼한 책이 많이 나온다. 분권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낸다. 비록 들고 다니며 읽기 힘들기는 했지만. 2부의 분량을 확인하니 1부보다 더 두툼하다. 과연 한 권으로 나올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정통 판타지라고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르다. <반지의 제왕>에서 본 것과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 현대 판타지물을 가상의 세계 속에 녹여낸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주인공의 능력 때문이다. 금속을 태워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설정인데 이 능력이 너무 빨리 발전한다. 빠른 것에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무협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다. 실제로 여주인공 빈이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되고 하나씩 지식을 터득하는 과정은 무협 속 장면을 연상시킨다. 능력이 아니라 가르침에 대한 부분 말이다.

 

세계의 구세주였던 로드 룰러가 절대권력을 천 년 동안 행사하는 세계를 다룬다. 무려 천 년 동안이나 로드 룰러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이 지배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그는 귀족과 오블리게이터라는 공증인을 만들었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무리를 처단하기 위해 심문관이라는 괴물도 만들었다. 이 세계는 귀족과 빈민이자 노예인 스카로 이루어져 있다. 로드 룰러는 귀족과 스카의 결합을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귀족과 스카의 혼혈이 생기면 무조건 죽인다. 이 소설의 설정 중 하나는 바로 스카를 보는 귀족들의 시선과 로드 룰러의 천년 지배에 지친 스카들의 대립이다.

 

빈은 스카다. 하지만 귀족 혼혈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지만 아는 채 할 수 없다. 만약 아는 채 한다면 바로 죽는다. 기득권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아버지 때문이다. 빈은 최하층에서 겨우 생존을 유지한 채 살고 있다. 도둑의 두목 밑에서 폭력에 휘둘리지만 목숨만은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한 미스트본을 만난다. 바로 켈시어다. 누구도 살아 돌아온 적이 없었던 하스신의 갱에서 살아 돌아왔다. 그의 생존은 하나의 전설이다. 그가 갱에 가기 전에는 미스트본이 아니었다. 아내의 죽음이 그를 미스트본으로 이끌었다. 여기서는 ‘끊어졌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아주 큰 고통 뒤에 오는 현상이다. 초능력의 각성하는 계기는 바로 이 ‘끊어짐’이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로맨서라는 존재를 알아야 한다. 알로맨서는 각각 하나의 금속을 태워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이것을 알로맨시라고 한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철, 강철, 주석, 백랍, 아연, 황동, 구리, 청동 등을 태워 각 금속 고유의 능력을 발휘한다. 보통은 하나의 능력만 가지지만 특별한 존재는 늘 존재한다. 이 모든 능력을 가진 사람을 미스트본이라고 한다. 이 미스트본은 귀하지만 아주 희귀한 존재는 아니다. 귀족들이 최소한 한두 명 정도의 미스트본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미스트본의 싸움과 활약을 보여줄 때 그 화려함이 극대화된다. 이 미스트본도 제대로 훈련을 받지 않으면 그 능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다. 켈시어도, 빈도 모두 훈련을 받았다.

 

이야기는 두 사람의 시점으로 대부분 처리된다. 바로 하스신의 생존자인 켈시어와 도둑 소녀 빈이다. 천년 동안 고착화된 마지막 제국에서 누구도 로드 룰러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그의 권위는 강해진다. 이 제국을 뒤흔들 계획을 세우는 인물이 있다. 바로 켈시어다. 지배계급인 귀족과 피지배계급인 스카로 고정된 이 세계에 혁명의 바람을 불어넣으려고 한다. 하스신의 갱에 갇히기 전에도 그는 아주 뛰어난 도둑이었지만 미스트본이 된 지금은 더욱 대담해지고 유능해졌다. 반란을 위해 동료를 모으고, 스카들을 반란군으로 키운다. 이 계획을 직관적으로 보면 아주 허술하다. 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순간순간 계획을 조정하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빈은 불쌍한 아이다. 오빠가 스카들의 배신을 말한 것을 철석 같이 믿는다. 자신을 눈에 띄지 않게 숨기고, 언제나 달아나려고 준비한다. 처음에 켈시어를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켈시어와 그의 동료를 만나면서 우정과 동료애를 배운다. 귀족들의 정보를 얻기 위한 스파이가 되어서는 사랑하는 남자도 만난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바로 빈과 엘란드의 연애담이다. 너무 흔하고 뻔한 설정이기 때문이다. 이 설정 때문에 빈이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사랑은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고, 이성을 마비시킨다. 더구나 그들은 아직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한 십대다.

 

각 금속을 태우면서 생기는 능력을 아주 자세하게 분류했다. 미스트본의 능력과 차별되는 전문가의 능력은 새로운 재미를 준다. 이 부분이 앞에서 말한 무협의 한 장면과 닮았다. 매일 떨어지는 재와 꽃의 색을 모르는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혁명의 기운은 아주 천천히 진행된다. 하지만 이 거대한 물결은 단숨에 거대한 파도가 되어 전체를 뒤덮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아주 종교적인 장치를 이용했다. 뒤로 가면서 더욱 속도감 있게 읽힌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펼쳐진다. 덧붙여 다음 이야기의 암시도 같이 나온다. 더 두툼할 다음 이야기를 벌써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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