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강, 꽃, 달, 밤 - 당시 낭송, 천 년의 시를 읊다
지영재 편역 / 을유문화사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당시(唐詩)에 관심이 많았다. 한창 무협에 빠졌을 때 작가들은 작품 속에 당시 한두 편 정도는 늘 넣었다. 한자의 한국음은 대충 읽을 수 있었지만 모르는 몇 단어와 번역 상의 문제로 작가의 해석을 따라갔다. 학창 시절에는 한문 수업을 들으면서 당시를 몇 편 해석한 적도 있었다. 문고판 당시집을 샀지만 한국 시인의 시도 읽지 않던 시절이라 몇 편 힘겹게 읽다가 그만 두었다. 이런 이력들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시인과 제목들은 어딘가에 한두 번 이상은 본적 있다. 그만큼 유명한 작품들이 실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당시의 일곱 형식으로 먼저 나누었다. 오언절구, 칠언절구, 오언율시, 칠언율시, 오언고시, 칠언고시, 악부 등이다. 모두 52수가 실려 있는데 각 시는 나라 소리 읽기, 한자새김, 어휘 풀이, 번역, 역주, 간체자와 한어 병음 자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라 소리 읽기는 한자의 한국 음을 말하는 것인데 저자는 당시 운율의 3요소인 평측, 분구, 압운을 각 시마다 표시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사극 드라마 등에서 시를 읽던 모습을 떠올리는 생각보다 쉬웠다. 몇 편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어딘가에서 들은 엉터리 ‘~하고’같은 추임새를 넣고 있었다. 이것은 또 한어 병음 자모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엉터리 중국 발음으로 읽으면서 괜한 만족감을 느낀다.

 

형식으로 나누고, 모르는 한자와 해석에 먼저 눈길을 주다 보니 당시의 매력을 잘 느끼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괜한 트집일 수도 있는데 시의 번역도 왠지 이전에 알고 있는 것과 다르거나 매끄럽게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몇몇 있었다. 학자의 번역이라 그런가, 아니면 번역의 다양성 탓인가. 아니면 나의 공부 부족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그 무엇보다 나를 뿌듯하게 만드는 것은 지명 등이 나왔을 때 장소라는 것을 알고, 이 시를 읽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제대로 기억하지 못함으로 인한 아쉬움이 금방 찾아왔지만.

 

당시의 형식에 대해 이전에는 잘 몰랐다. 악부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오언 어쩌고, 칠언 어쩌고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나누어져 있다는 것은 잘 인식하지 못했다. 조금 더 공부하면 이 구분이 좀 더 쉬워질 것 같다. 목차를 보다 보면 유난히 많이 보이는 이름들이 있다. 바로 시선 이백과 시성 두보다. 이백은 여덟 편, 두보 아홉 편의 시가 책에 실려 있다. 52수의 당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이 둘의 시가 당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의미일 것이다.

 

책을 읽다가 역자의 감상이 너무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순간도 있었다. 경의중안선 월롱역을 보고 월롱이란 단어의 유래와 연결한 부분이다. 다른 역도 나중에 나오는데 분명하지 않은 사실을 감상과 엮어 풀어낸 것이 재미있는 상상이 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조금 지나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쩌면 편집자들의 노력 부족일지도 모르겠다. 힘겹게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인지 괜한 트집을 잡아본다. 실제로 많은 분량이 아니지만 쉽게 읽을 수 없었다. 한자의 뜻과 시의 해석이 나누는 부분이 있고, 주어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한자를 안다고 시를 쉽게 해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외우는 것이 요긴하다고 각 형식의 장마다 적어놓았지만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자주 봐 한 문장 정도는 외우는 것이 적지 않지만 한국 시 한 편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나에게 당시 한 편을 전부 외우기는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자주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외우는 문장이 늘어날 것 같다. 한국 시가 조금씩 나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처럼 당시도 자주 읊조리면 그 이미지가 조금씩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록 그 날이 언제인지 알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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