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당의 표정
정민 엮고 지음 / 열림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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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초판이 나온 후 절판되었다가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온 책이다. 최근에 절판된 책들이 한두 권씩 다시 나오고 있다. 절판으로 그 책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저자의 새로운 책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조금 아쉬운 일이 될 것이다. 나의 경우는 후자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을 선택했을 때 저자를 봤지 내용은 잘 보지 않았다. 인터넷서점으로 책 정보를 얻게 되면서 생긴 문제 중 하나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책 구성이 나의 예상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와당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단순히 서점 탓만 하기에 문제가 있는 것도 책 소개를 제대로 읽지 않은 나의 잘못이다. 하지만 덕분에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되었다.

 

와당은 우리말로는 수막새고, 수키와의 끝을 막음하는 장식이다. 기와라는 단어를 많이 듣고 사용했지 수막새나 와당이란 단어를 들은 기억은 없다.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분명히 기억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와당은 자주 봤다. 기와가 있는 곳이라면 늘 이 와당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와의 끝을 막고 있으니 멀리서 봐야 한다. 아니면 수리를 위해 내려놓은 것들을 봐야 하는데 이런 것에 눈길이 오래 머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저자도 말했듯이 삼국시대 이래 참으로 아름다운 와당 예술을 꽃 피웠지만 다양성에서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기와집을 보면 기와 위에 올려놓은 장식들에 더 눈길이 갔다. 와당은 늘 같은 것이라고 치부하거나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와당들은 대부분 전국시대와 한나라 때 물건이다. 저자는 와당의 탁본을 보고 스쳐간 단상들을 적어놓았는데 이것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책의 구성도 4부분으로 나누었다. 반월형, 동물과 인간, 구름·꽃무늬, 길상문 등이다. 각 내용은 탁본을 왼쪽에 놓고 오른쪽에 와당을 보고 느낀 단상과 문양에 대한 설명을 같이 넣었다. 이 부분에 크게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낯설고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문양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상상을 하게 된다. 15cm에서 21cm 내외 크기에 동물, 식물, 전설의 동물, 기원과 축원의 말 등을 넣었기 때문이다.

 

1부를 보면서 도철의 무늬에서 일본 만화에서 본 듯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런 이미지는 뒤로 가면서도 여러 번 반복된다. 전설의 사신수와 동물들을 형상화했고, 기하학적 문양도 나오기 때문이다. 4부 길상문에 가면 작은 와당 속에 한자를 적게는 한 자, 많게는 아홉 자까지 담았다. 이 때문에 생략된 획이 나오기도 한다. 실수인지 의도적인지 알 수 없는 뒤바뀐 글자도 있다. 그 글자를 알아볼 수 있는 와당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너무나도 장식적이라 한자를 대하는 외국인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2부에서 동물과 인간을 그려내었는데 나의 해석과 저자의 해석을 비교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3부의 무늬는 장식적으로 다가오다가 저자의 말처럼 접시 속 문양과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미난 경험이다.

 

이 책은 탁본도 중요하지만 발굴된 장소와 시대도 중요하다.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이나 바람 등이 이 와당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어느 문양에서는 주술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무늬나 글자의 모양 때문이다. 이것 또한 이전에 본 책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책을 읽을 때면 늘 느끼는 감상이지만 아는 것이 적어 더 많은 것을 배우지도 느끼지도 못한 것이다. 다행이라면 저자의 감상으로 깊이를 조금 더한 정도랄까. 책 구성의 아쉬움도 하나 남긴다면 서문을 제외하고 오로지 단상으로 구성되어 독자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여백을 지식과 상상력을 채울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만 초보자에게는 조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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