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들어온 너에게 창비시선 401
김용택 지음 / 창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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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인의 시집을 온전하게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산문집도 읽었고, 그가 뽑은 시선집도 읽었지만 시집은 처음이다. 오히려 그의 시를 많이 만난 것은 누군가의 시선집이었다. 상당히 쉬운 시는 읽기 편했다. 시를 어렵게 생각한 사람에게 이런 것도 시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생각은 이 시집을 읽으면서도 들었다. 너무 간결해서, 쉬워서, 평범해서 말이다. 덕분에 빠르게 읽었다. 어려워 모르는 시도 있었지만 다른 시집에 비하면 엄청 읽기 편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시인의 삶이, 시선이, 생각이 조용히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소설이나 시에 대한 책 속의 평론을 읽지 않고 있다. 이해를 조금 더 도와줄지 모르지만 나의 감상을 깨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주례사 평론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시집도 마찬가지로 읽지 않았다. 모르면 다음에 읽으면서 새롭게 깨우치면 된다. 오독의 위험은 언제나 있다. 평론가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권의 시집으로 나왔다면 그 이해의 폭과 깊이는 독자의 몫이다. 그래서인지 짧은 시들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가 보여주려고 하는 이미지를 나름대로 연상하면서 읽는다.

 

시인의 삶을 단편적으로 알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보고 들은 것이 전부다. 하지만 한 가지 이미지가 강하게 박힌 것은 역시 산문집의 영향이다. 섬진강과 작은 마을과 마을 사람들의 삶이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이 시집에서도 그 이미지는 강한 힘을 발휘했다. 그리고 시인이 된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사물을, 풍경을, 삶을 다른 시각에서 보는 법 등을 배운다. 첫 시인 ‘어느날’을 읽으면서는 내가 습관처럼 말하던 someday가 연상되어 즐거웠고, ‘시인’을 읽을 때는 불가의 한 고사가 떠올랐다.

 

‘봄산은’이란 시의 전문은 “계집의 마음 같다/ 계집의 마음 같다 해놓고/ 웃었다.”인데 이 짧은 시를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난 김에’같은 시는 유서로 읽어도 되지 않을까. ‘동시다발’은 제목 그대로 시간을 고정시켜놓고 이미지를 만들게 한다. 인간이 지닌 인식 능력이 얼마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지 생각하게 된다. ‘모독’에서 돈이 현실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는데 공감한다. 가난하지 않은 자들이 외치는 열정과 감동 등의 말은 단순한 언어유희일 뿐이다. 진짜 배고프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까 하는 말이다.

 

‘처음’에서 “말하자면,/피해갔던 진실을/ 만났을 뿐이다.”란 시어를 읽으면서 머리를 한 대 맞는 느낌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나를 포함해) 처음 듣는다는 둥, 처음 본다는 둥의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거짓인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시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의 부모님과 이웃과 현재의 삶도 그대로 보여준다. 어떤 시에서는 그리움을, 어떤 시에는 삶의 지혜를, 어떤 시는 내가 잊고 있던 과거의 풍경을 떠올려주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이 시집에서 받은 다양한 감상과 이미지들이 지금도 나의 머릿속에서 꿈틀거린다. 올해는 시집을 조금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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