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골라주는 남자 - 18년차 여행작가 노중훈의 여행의 맛
노중훈 지음 / 지식너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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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개의 테마로 100곳의 식당을 다룬다. 내가 가본 곳을 세어본다. 4곳이다. 반면에 이름을 아는 식당은 상당히 많다. 이 차이는 방송으로 식당 이름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가본 곳들이 지역적으로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책들이 나오면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여행과 맛있는 음식은 언제나 한쌍이지 않은가. 저자도 여행작가이지 않은가. 언제부터인지 가슴 한 곳에서 떠나고 싶다는 열망이 커진다. 일상의 무거움이 머리를 짓누를수록 이 열망은 더욱 자라난다.

 

맛집 책을 많이 읽었지만 겹치는 집은 많지 않다. 오히려 <수요미식회> 같은 방송에서 본 집이 더 많다. 요즘 먹방이 대세에 유행이다보니 맛집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 많다. 물론 그 이전부터 이런 방송이나 책을 즐겨 들고 보았다. 한때는 방송이 나오지 않는 집이 더 귀했던 적이 있다. 자주 가는 식당들도 최소한 한두 번 이상은 방송에 나왔고, 벽에 방송 장면들이 출력되어 붙어있다. 맛집 방송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게 되면서 무조건 방송에 나오는 집에 가는 발걸음이 뚝 거친 적도 있다. 방송에서도 차별을 두기 위해 몰래 가는 방식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러면 괜히 또 한 번 가보곤 한다.

 

이렇게 맛집은 계속해서 나를 유혹한다. 지난 여름 제주에 가서 경치를 보기보다는 방송에 나온 맛집 탐방에 더 열을 올렸다. 물론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계속 비가 온 것이다. 며칠 동안 식당을 돌면서 느낀 것은 나의 입맛과 방송의 괴리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다.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책이다. 방송이다. 이전보다 열심히 찾아보지 않지만 맛집 방송이 나오면 자동적으로 눈길이 간다. 외식을 하려고 하면 맛집을 열심히 검색한다.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지만 이 과정에서 나름 선별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물론 이것도 늘 맞는 것은 아니다.

 

여행작가란 직업 때문인지 아니면 먹는 것을 좋아하는 탓인지 전국곳곳의 식당이 나온다. 이전 같으면 제주도 식당이라는 이유로 놀랐을 수도 있지만 요즘은 너무 많이 나왔다. 이 책의 특이한 부분 중 하나로 꼽는다면 섬의 민박집 밥을 목록에 올려놓은 것이다. 단순히 차별화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 그 집이 맛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잊고 있던 기억의 한 자락을 불러왔다. 민박의 추억이다. 하지만 민박집 밥을 먹은 기억은 거의 없다. 대부분 밥을 해먹거나 아니면 나가 사먹었다. 뭐 대부분 민박의 경우 단체로 갔으니 그렇기도 하다.

 

해장으로 시작하여 고를 필요 없는 식당으로 끝난다. 속풀이 테마에서 우래옥을 넣은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평양냉면계의 넘사벽이란 표현은 수많은 평양냉면 마니아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실제 다른 방송에서 평양냉면을 다루었을 때 얼마나 많은 논쟁이 있었고, 개인 취향이 나왔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수집을 보면서 갈 곳이 많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신성각 짜장면이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팥을 좋아하는 나에게 진주의 수복빵집은 왜 몰랐을까? 하는 아쉬움을 준다. 몇 번이나 진주를 다녀왔기에 생긴 아쉬움이다. 어쩌면 먹고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질 기억력과 너무 오래전 방문한 했기에.

 

맛집을 다니다가 늘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이 식당이 회사 근처에 있으면, 집 근처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다. 애성회관의 경우 지난 번에 갔다가 내부공사중으로 문을 닫아 그냥 돌아왔다. 차를 가지고 가면 늘 주차 문제가 생기는 곳이라 그때의 아쉬움이란. 류지의 솥밥은 늘 먹기보다는 가끔 둘러보고 싶다는 느낌이다. 김진환제과점 식빵은 이번에 꼭 사 먹고 싶다. 자신만의 맛을 찾아가는 식당들은 언제나 호불호가 갈린다. 박찬일 주방장의 로칸다 몽로는 한번쯤 가서 맛보고 싶다. 노부부의 치킨집 중동구판장도 마찬가지다.

 

한 잔 술이 당기는 날 좋은 친구들과 함께 가보고 싶은 식당들이 보인다. 늘 먹는 삼겹살에 소주가 아니라. 한동안 혼자 밥을 자주 먹었다. 하지만 청진옥은 아니었다. 노포임을 감안하면 다른 테마로 가야하지 않을까? 이천냥의 김밥은 이 김밥을 사기 위해 그곳으로 가고 싶게 만든다. 뭐야 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부부청대문이 목록에 올라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 식당에 대해 자세히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불편한 식당이란 표현이 딱 맞는 곳이다. 예전에 이 근처에 살았을 때 알았다면 한두 번 정도 시도했을 텐데. 광주식당의 밥 이야기에서 인사동 골목길에 있던 식당이 떠올랐다. 반찬보다 밥으로 더 유명했던 집이다. 이렇게 이 책에 나오는 식당들은 추억도 같이 불러온다. 연말연초에 최소 한 곳 이상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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