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너티
알리스 페르네 지음, 김수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원제목은 <우아한 과부들>이라고 한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터너티>란 프랑스 영화의 제목을 책 제목으로 정했다. 표지에 나오는 세 명의 여인이 소설 속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여인들일 것이다. 그런데 누가 누군지 쉽게 짐작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영화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누릴 재미를 위해 찾지 않았다. 실제로 발랑틴, 마틸드, 가브리엘 역을 할 배우가 누굴지 계속 상상했다. 몇 가지 추측은 가능하지만 정확하게는 누군지 모른다. 혹시 나중에 영화로 본다면 이것이 또 하나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원성이란 제목을 정한 것은 “결코 시간은 우리가 원하는 만큼 주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와 살은 우리를 영원히 연결한다. 사람의 생김새와 성격을 결정짓는 암호는 그 암호가 어디에서 생겨나서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삶의 그림자와 냉정함, 붕괴의 비밀을 드러낸다. 이런 삶의 과정은 끝없이 반복된다.”라는 문장과 맞닿아 있다. 흔히 인간의 불멸은 그 유전자를 남김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계를 통할 때만 가능하다. 예전에 읽은 책에 의하면 실제 유전적 아버지와 키우는 아버지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는 해외 통계가 있었다.

 

우아한 과부들이란 윈제목처럼 이 소설을 이끌고 나가는 것은 여자들이다. 과부들이라고 말하지 않은 것은 마틸드의 경우 남편보다 먼저 죽었기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따지면 가브리엘은 발랑틴의 가족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나중에 다시 두 집안이 이어지는 일이 벌어지지만. 이 소설 속 여인들은 정말 많은 아이들을 낳는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말도 되지 않는 숫자다. 유산이나 사산 등을 제외하고 마틸드가 낳은 아이가 열 명이다. 이십대 초반에 결혼하여 죽는 순간까지 아이를 낳은 것이다. 작가는 그녀가 임신한 순간을 아주 빛나는 순간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삶이 점점 사그라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20세 초반 유럽은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남자들은 전쟁터로 나가 죽고, 그 죽음을 살아남은 아내와 엄마들이 그 아픔과 고통을 껴안아야 했다. 이 소설 속에서 발랑틴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전쟁과 병으로 아이들을 잃었다. 이 때문에 그녀는 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아픔을 본 아들 앙리가 빨리 결혼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인지 모른다. 마틸드를 선택하여 결혼한 그의 삶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피임을 하지 않은 대가는 아내의 죽음이었다. 비록 열 명의 아이를 얻었다고 해도. 이 소설의 대부분은 이런 앙리와 마틸드와 마틸드의 친척인 가브리엘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의 삶과 관계와 부부의 유대 등이 간결하면서도 길게 나온다.

 

실제 소설의 분량은 200쪽이 채 되지 않는다. 한 쪽의 분량도 많지 않다. 그런데 다루고 있는 시간은 근 100년에 달한다. 등장하는 이름도 결코 적지 않다. 아이들만 해도 수십 명이다. 많을 때는 십수 명의 아이들이 한 아파트에서 살기도 한다. 작가는 앙리의 직업을 간단하게 말하지만 충분한 설명이 없다. 어떻게 이렇게 큰 집에 살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의 핵심은 이것이 아니다. 여자와 영원이다. 사랑이다. 마지막 장에서 발랑틴의 증손녀가 사랑을 만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한 명의 아내가 되고, 어머니가 될 것이란 말로 끝을 맺는다. 이런 유전적인 영원성이 지엽적인 이야기를 빼고 간결하면서 유장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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