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도 괜찮아 - 욕심 없는 부부의 개념 있는 심플 라이프
김은덕.백종민 지음 / 박하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법정 스님의 <무소유>가 유행했던 시절 소유하는 것을 줄이려는 노력을 했었다. 늘 많은 것을 가지기 보다는 좀더 간소한 삶을 원했다. 집에 있는 가구나 전자제품은 최소화했지만 버리지 못하는 취미가 하나 있었다. 수집욕이다. 한때는 열심히 비디오테이프와 CD를 모았고, 최근 10년 동안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책을 샀다. 지금도 시간이 나면 인터넷서점을 들락거리고, 포인트와 도서상품권 등으로 책을 산다. 당연히 카드 결제도 같이 이루어진다. 이런 상태니 집은 점점 좁아진다. 책제목처럼 없어도 괜찮지만 아깝고 불안하다. 그러다 심플 라이프에 대한 글들이 나왔다. 이 책도 그렇다.

 

현재 저자들은 자신들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삶의 방식을 바꾸기 위해 두려움과 공포를 넘어서야 했다. 이 책은 ‘미니멀라이프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습 너머의 실제를 마주하는 현실의 어려움’을 담고 있다. 실제로 그들의 삶을 읽다 보면 과연 나는 이렇게 살 수 있을까? 하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몇 개는 실천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의 욕망과 욕심을 알고, 가족의 바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부가 이런 삶을 살 수 있게 된 데는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 한 도시에 한 달 살기 같은 긴 세계여행 말이다.

 

이들에게 없는 것들은 우리가 늘 불안해하는 것이다. 직장, 집, 냉장고, 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직장이 없다는 것은 고정적인 수입이 없다는 의미다. 이것은 다시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일이다. 월요일 아침 갈 곳이 없는 그와 60이 넘은 어머니가 직장에 나가는 모습의 대비는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반면에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은 눈길이 간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삶이 나태해지는 것이다. 불규칙한 삶에 빠져 건강을 해치고, 방만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이미 외국에서 경험했기에 조금 더 쉽게 넘어간다.

 

집은 나도 없다. 주변 사람들은 불안해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직장이 있기에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다르다. 그렇게 비싸지 않은 월세도 부담스럽다. 커피 값이 없어 카페도 가지 않는 이들이다. 방을 공유해서 월세의 일부를 마련한다. 임대주택을 기다리지만 쉽게 나오지 않는다. 통잔 잔고가 빌 때면 늘 불안하다. 그래도 열심히 글 쓰고, 강의하면서 비용을 마련한다. 해외여행도 다녀온다. 집에 온 사람들이 콘도 같다는 말을 할 정도의 간소함으로 가득한 집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황량할 것 같지만 이들의 삶에는 딱 맞다.

 

냉장고 없는 삶이 가능할까? 이들은 아주 작은 김치냉장고가 있을 뿐이다. 작은 냉장고는 음식을 쌓아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날 먹을 것만 사서 먹는다. 밥상은 간결하고, 버리는 음식은 없다. 이 냉장고 이야기는 다른 쪽에서도 한 번 들은 적이 있다. 냉장고가 있을 때보다 훨씬 식비가 적게 든다고. 당연히 자동차도 없다. 불편하다. 차로 가면 금방 가는 곳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 카셰어링을 이용해서 불편함을 최소화한다. 실제로 차는 없어도 약간의 불편함이 있을 뿐 사는데 지장없다. 오히려 차에 의존하면 살이 찌고 병에 더 걸리기 쉽다. 물론 운동을 하지 않고, 음식 조절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 해당한다.

 

현대인의 필수품처럼 된 스마트폰 데이터도 없다. 집에서 밤 열시면 무선공유기도 끈다. 이것은 자기 의지대로 살아가기가 도전의 연속임을 보여준다. 잠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늘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나의 현실을.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사회생활이란 이름 아래 우린 너무 많은 관계를 맺고 있다. 이 관계가 힘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심플한 삶을 계획한다면 어떨까? 이것이 때로는 스트레스가 된다. 이런 이들이라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집과 차 대신 다른 방법을 고민했고 그 끝에 남들과 다른 노후를 설계하고 있다. 이들은 말한다.“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했지만 불안감이나 스트레스까지 없앨 수는 없다.”라고. 현실이다.

 

비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비운다는 의미는 다시 무언가를 소비하고 들이지 않겠다는 삶의 변화를 내포하는 ‘거사’다.”라고까지 말한다. 이들이 비우는 과정을 말해줄 때 나도 할 수 있는 것이 몇 개 보인다. 그들의 팁은 눈여겨 볼만 하다. 현실에서 매 순간 스스로 길을 정하거나 의지를 다져야 한다. 혼자 살 수 없는 인생임을 분명히 말한다. 마음과 정신이 견뎌낼 수 있을 정도의 기다림이 되기와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을 수 있는 정도로만 덮쳐오기를 바란다. 바라는 것은 이 정도란다. 사실 이들의 생활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니 부러운 점도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필요 없이 많이 가진 것이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버려야 하는데 욕심만 쌓여간다. 한 번쯤 이런 극단적인 심플 라이프를 해보고 싶다. 최소한 하나라도. 가능하면 둘 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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