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슬픔
공광규 지음 / 교유서가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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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공광규를 모른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몰랐다. 책을 선택한 것은 시인의 산문집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시인들이 쓴 산문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본 것을 기록한 것이란 말을 들은 후 가능하면 읽으려고 한다. 그래서 최근에 시인이 쓴 산문집은 가능한 눈길을 준다. 내가 기대했던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는 느낌을 그렇게 많이 받지는 않았지만 시인 특유의 표현은 늘 감탄하게 만든다. 이 책 속에 나온 시들은 나의 뇌세포와 심장을 동시에 건드리고 지나간다. 시인의 글쓰기가 쉽게라는 말처럼 다른 시보다 잘 읽힌다.

 

모두 4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부모님, 2부는 시론, 3부는 사람의 인연 등, 4부는 가족 혹은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담고 있다. 이 모든 산문에는 항상 시가 한 편 이상은 실려 있다. 대부분은 그의 시지만 몇 편은 번역 혹은 인용된 시다. 자신의 시를 실을 때는 어떻게 이 시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면서 시의 이해를 돕는다. 아마도 내가 이 시들을 평소보다 쉽게 이해한 것은 쉽게 쓴 것도 있지만 작가의 설명이 곁들여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읽으면 참 쉬워 보이는데 실제 생활에서 이런 표현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눈에 선하다.

 

맑은 슬픔, 수많은 산문 중 한 편이다. 어머니와 막과자를 두고 풀어낸 이야기는 곤궁했던 시절의 기억에서 현실의 슬픔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제는 사람이 살지 않아 가끔 내려가는 귀향길에도 사람이 잘만한 곳이 되지 못하는 옛집에 대한 글은 고향에 대한 애정과 반비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가슴 한 곳에 살짝 아련함을 불러온다. 나 자신도 제대로 부모님과 어울린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도, 지금 이 순간도 옛 추억의 몇 장면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나와 다른 환경과 시대에서 자란 그지만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들이 적지 않다.

 

시에 대한 글은 참고할 만하다. 경험, 이야기, 거짓 없는 마음, 배움, 재미, 현재의 문제, 쉽게 쓰기 등은 그의 글쓰기 방법이자 권하는 방법이다. 시가 아니라고 해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재미난 일 중 하나가 동시를 썼고, 그림책으로 나온 것이다. 특히 시 한 편의 번역을 두고 부녀 사이에 서로 다른 단어를 사용한 것을 읽고 왜 번역이 제2의 창작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시 창작에 영향을 끼친 인물이나 작품을 말할 때 나의 눈은 반짝였다. 이해의 폭을 좀 더 넓힐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혼밥의 시대다. 물론 나의 경우는 아주 오래전부터 혼밥을 했었다. 이제는 거의 혼밥을 하는 경우가 없지만 홀로 먹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누구와 같이 먹으러 가서 다른 선택 때문에 고민하는 것보다 오히려 나았다. 하지만 그가 얼굴반찬이란 말을 꺼낼 때 과연 일 년에 몇 번이나 가족들과 혹은 친구들과 이런 시간을 가질까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끼니를 때우는 일들로 가득한 날들이 아닌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의 사회문제에 대한 강한 참여의식은 왜 펜이 칼보다 강한지 알려주는 하나의 모범과도 같다. 시를 암송하는 노인 이야기를 읽을 때는 며칠 만에 그만 둔 하루 세 편의 시를 읽자는 시도가 떠올랐다. 그러다 하루 한 편을 바뀌었는데 이것도 곧 그만두었다. 좋은 표현은 기억해둘 필요가 있는데 왜 이렇게 게으른지.

 

한 시인의 삶을 한 권의 산문에 담는 것은 무리다. 그가 한 번에 쓴 글이 아니라 여기저기 낸 글들을 모아 새롭게 편집한 책이다. 그러다 보니 중복되는 표현이나 내용들이 자주 나온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다행이라면 그의 시가 중복되어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덕분에 한 편이라도 시를 더 읽을 수 있었다. 산을 오를 때 맨발이라는 글을 읽고는 오래전에 알고 있던 한 분이 떠올랐다. 그분도 맨발로 산을 올랐다. 개인적으로 맨발로 산을 올라갈 때 그 느낌을 글로 표현한 부분은 아주 멋지고 강하게 가슴에 울림을 주었다. 먼저 든 생각은 발이 다치는 것이었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이 산문집은 나의 기억과 추억을 되살려주고, 한 시인을 머릿속에 심어주고, 시에 대한 관심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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