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아마레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6
문형렬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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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순결한 사랑 이야기가 관능적인 사랑의 형식과 결합해 새롭게 구성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글을 읽고 이 책의 구성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이해는 나의 한계 밖이었다. 관능적인 경험이 과거의 순결한 사랑 이야기 기억을 되살려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 연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두 개의 이야기를 무리하게 연관시키지 않고 사랑의 두 극단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설정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이해가 더 쉬울까? 이 소설이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보여준 변화는 나에게 그만큼 낯설었다.

 

첫 시작을 여는 암스테르담 아마레 카페에서 벌어지는 일을 관능적이고 철학적인 문장으로 표현되었다. 퇴폐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장면들이 나온다. 하지만 작가는 현학적이고 철학적인 문장으로 이 장면을 난해하게 만든다. 인간이 가진 본능 중 하나를 극단으로 밀어붙여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대목들을 읽을 때 난해하고 힘들었다. 얼마나 에로틱한 장면들이 나올까 하는 기대 때문이다. 물론 에로 소설 같은 장면들이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장 순수한 청춘의 사랑 이야기라니. 그것도 고전적인 주제인 병자와의 사랑 이야기다.

 

암스테르담을 무대로 국제 금융과 관능적인 사랑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는데 귀국 비행기에서 열병을 앓으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10년 동안 잠들어 있던 하나의 기억을 떠오른 것이다. 플로라 서인애와 유스토 한수명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일기장이다. 플로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었고, 인간의 힘으로 그 병을 나을 수 없다는 판단에 신의 도움으로 병을 낫고자 신학대학에 들어간 유스토의 사랑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화자는 이 두 연인의 증인으로 이들이 만남이 있던 곳에 함께 있었다. 플로라의 병은 진통제가 없다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다. 유스토를 만나기 위해 많은 양의 약을 먹고 온다. 그녀를 잠식하는 병의 무거움도, 두려움도 그와의 만남이 주는 행복을 막을 수 없다.

 

이 둘의 한계가 분명한 사랑 이야기는 신학의 테두리 안에서 이어진다. 신부가 되고자 신학 대학에 간 유스토와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는 플로라의 사랑은 한시적이다. 물론 모든 사랑이 한시적이다. 하지만 이 둘의 사랑은 세기의 사랑으로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그 순수함과 열정을 놓고 본다면 말이다. 이들의 사랑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의 반응은 각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작가는 이 중요한 부분을 간결하게 처리한다. 짧은 분량의 소설에서 이 부분을 깊이 있게 다루기는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통속적인 면도 있다.

 

취향을 많이 탈 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맞지 않다. 현학적인 글을 좋아하지만 살짝 겉만 맴돌다가 머문듯한 분위기다. 그리고 플로라가 유스토에게 쓴 편지의 어투 등은 낡았다. 이 소설이 80년대에 나왔다면 그녀의 편지에 고개를 끄덕였을지 모르지만 2000년대에 쓰기에는 너무 옛말투다. 미스터리로 풀어낼 수 있었던 플로라의 일기장에 대한 의문도 너무 쉽게 풀린 것도 약간 힘을 빠지게 한다. 현실적일 수 있지만 다른 장치들을 감안하면 설명이 부족하다. 특히 김일영의 이야기 부분에서. 쿼크의 여섯 가지 종류에서 따온 제목도 나의 이해를 넘어선다. 소설 속에 이 부분에 대한 해설을 내가 놓친 것인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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