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별곡 - 혼돈의 시대
차현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은 현재 한국은행이다. 이 책은 한국은행의 역사 중 일부를 다루고 있다. 그 시기는 1897년 대한제국 선포에서 1950년 한국은행 설립까지다. 실제 대한민국의 독립적인 한국은행은 이 시기 이후다. 원래는 1997년까지 다루려고 했다고 한다. 저자는 일제강점기의 조선은행도 현재의 한국은행과 연관성이 있다고 말한다. 은밀히 따지면 이 둘은 성격이 다르다. 책에도 나오듯이 일제강점기 조선은행은 식민지 조선을 통치, 운용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기의 조선은행을 공부하는 것은 근대, 현대 중앙은행의 변천사를 알 수 있게 만든다.

 

중앙은행 역사를 다루고 있어 경제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요즘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동결시키는 이유를 저자는 설명하지 않는다. 사실 이 책에서 이런 부분이 나오길 조금은 기대했는데 현재 한국은행 직원인 것을 간과했다. 낮아진 금리가 대출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소식이지만 그것이 결국 부동산 대출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거품과 엄청나게 거대한 개인 부채로 이어진 부분은 경제에 엄청난 부담이다. 이를 둘러싼 수많은 비평과 비난이 있지만 금리는 하향세를 유지하고 있다. 제1은행권에서는 대출금리가 확실한 담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낮아졌지만 신용이 좋지 못한 사람들은 변화가 없거나 더 올라갔다. 대부업이 성행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이런 거시경제정책을 조금은 직접적으로 다루어주었으면 했는데 생략되어 아쉽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조선은행을 한국 중앙은행의 한 단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일제강점기에 이 땅에 살고 있던 선조들의 삶과 관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루듯이 이 시대 조선은행은 일제의 목적에 따라 은행이 운영되면서 독립성이나 조선의 경제 안정과는 아무른 연관성이 없었다. 일제의 만주 침략과 중국 본토 침공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한 모양세다. 또 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경제 용어인 금본위제와 은본위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초보자들에게는 더욱 어렵게 다가온다. 하지만 단순히 조선은행의 역사만 다루지 않고, 그 시대의 세계 경제와 각 나라의 중앙은행을 같이 다루면서 세계의 중앙은행 변천사도 같이 들여다본다.

 

중앙은행은 정권과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물론 그 나라의 경제나 경제정책과 동떨어져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정권의 목적에 봉사하면 그 존립 이유가 위태로워진다. 저자는 일본은행과 조선은행의 역사를 다루면서 이 부분을 아주 잘 표현해주고 있다. 한 나라의 화폐가 군대에서 발행하는 군표와 다름없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중앙은행이 통화량 조절에 실패하면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나라들 사례를 들려줄 때 이것이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안다. 저자가 일제의 패망이 없었다면 통화정책의 실패로 인한 엄청난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말할 때 순간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중앙SUNDAY>에 연재한 글을 낸 책이다. 연재할 때부터 각 장의 첫 부분에 주제, 시대배경 등과 같은 것을 요약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이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각 장은 현재 이야기로 시작하여 그 시절 세계와 일본과 조선의 중앙은행에 대한 정보를 쏟아낸다. 흥미로운 정보의 조각들을 엮어 재미난 이야기로 만든 것도 많다. 조선은행의 폐지를 둘러싸고 대장성과 군부가 대립한 것도 새로운 사실이다. 군부가 만주로 진출하고, 세계 대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면서 조선은행은 실질적으로 중앙은행의 역할을 상실했다. 이 부분을 시대순으로 조목조목 짚어가는데 상당히 새롭고 놀라웠다. 경제학과 통화정책 관련 수업 교재로 사용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중앙은행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가득한 속에서 현대 한국은행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는 흥미롭다. 재무부와의 대결은 현재 진행형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태생적으로 조선은행 직원들이 한국은행 설립에 관여할 수밖에 없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승진이 되지 않았던 인물들에게 해방은 새로운 기회였다. 그리고 새로운 중앙은행 이론은 열정적인 직원들의 학습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 부분은 그 열정에 살짝 감화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 조선은행 직원에서 한국은행 직원으로 신분세탁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진짜 한국은행 이야기는 이제부터인데 책은 여기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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