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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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간단한 소개글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올린 인물이 있다. 덱스터다. 자신이 사이코패스이지만 사이코패스급 악당만 죽이는 반영웅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덱스터를 읽으면서 주인공에게 쉽게 공감하는 것은 역시 그가 죽이는 인물들이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 소설 속에서 죽는 인물들은 어떨까? 과연 죽여 마땅한 사람들일까? 아니다.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가장 중요한 인물인 릴리에게는 그럴지 모르지만 보통 사람들이 봤을 때는 그냥 나쁜 년과 놈일 뿐이다. 법의 관점으로 본다면 가장 죽여 마땅한 사람은 당연히 릴리다.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두 명의 인물이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1부는 테드와 릴리, 2부는 릴리와 미란다, 3부는 킴볼과 릴리다. 이 네 사람은 모두 이어져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테드는 미란다의 남편이고, 미란다는 릴리의 동창이다. 킴볼은 형사로 살인사건을 수사한다. 이 인물들이 이어지면서 화자로 등장하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기 위한 설정이다. 테드가 공항 바에서 릴리를 만나 아내의 부정을 이야기할 때만 해도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사람들>이 떠올랐다. 1부 마지막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는 특히. 비록 릴리의 살인이 강한 인상을 준다고 해도 말이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구성이다. 아내의 부정을 본 남편이 새로운 여자와 함께 아내와 그 내연남을 죽이려고 하다가 먼저 죽고, 새로운 여자가 그 둘을 죽인다는 설정이다. 단순화시켜 놓고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작가는 각 부에 두 명의 화자를 등장시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차분하게 그려낸다. 여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형사 킴볼이다. 하지만 악녀들의 알리바이는 단단하다. 허점을 찾는다고 해도 바로 드러나지 않고, 기소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물론 살인자가 스스로 자백한다면 조금 다르겠지만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2부의 시작은 1부에서 테드와 릴리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장면이다. 테드의 아내 정체도 밝혀진다. 1부에서 테드가 현실의 시간을 말한다면 릴리는 자신의 과거사를 설명한다. 2부에서는 릴리가 현재를 말한다. 이 이야기를 듣는다 해도 그녀가 1부에서 제안한 것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것이 아니다. 릴리와 미란다의 악연이 나온다고 해도. 릴리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이면은 그녀 자신이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그녀가 펼친 두 번의 살인만 보아도 과연 그것이 죽일만한 일인지 의문이다. 그녀의 대담함과 놀라운 실행력은 충분히 독자의 시선을 끈다.

 

1부 마지막에서 한 번 허를 찔렸다면 3부 마지막 편지는 작가의 의도와 함께 또 다른 가능성이 나에게는 열린 채 다가왔다. 작가가 이성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지는 장치이기도 하다. 마지막 문장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돌려놓았다고 해야 하나. 가끔 이런 엔딩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또 다른 가능성을 찾는다. 강한 여운을 남긴다는 의미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도 좋고, 심리 묘사도 탁월하여 속도감 있게 읽히는데 반전까지 펼쳐지니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자신이 릴리의 심리와 행동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해도. 한 가지 억지로 찾는다면 킴볼의 육감과 우연이 너무 상황을 딱 맞아떨어지게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장치로 작동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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